'쏘카'로 모빌리티 강화 노리는 롯데...모호한 그림·법적 이슈 우려도
입력 2022.03.14 07:00
    롯데렌탈, 쏘카·포티투닷 등 모빌리티에 투자
    우선매수권·풋옵션 등 추가 지분 인수 장치 마련
    쏘카·그린카 점유율 따지면 공정거래 위반 소지도
    2대 주주인 SK와 이해관계 상충 우려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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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롯데그룹이 크고 작은 지분 투자를 발판 삼아 모빌리티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상장한 롯데렌탈이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 렌터카 사업에서 확장해 차량공유부터 정비, 운송 등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거듭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다만 그룹의 모빌리티 사업 청사진이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번 쏘카 지분 투자를 두고서도 향후 사업 확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롯데그룹이 단순 지분 투자에서 나아가 구체적인 사업 시너지 효과를 증명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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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지난 7일, 롯데렌탈은 쏘카 지분 약 13.9%를 약 1832억원에 인수한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클라렌든(Clarendon Investment)을 비롯한 기존 주주 11인이 보유한 구주를 사오는 방식이다. 이번 거래로 롯데렌탈은 최대주주인 에쓰오큐알아이(SOQRI), SK㈜에 이어 3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거래는 롯데렌탈과 롯데지주와 협의를 통해 이뤄진 결과로 전해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그간 계열사인 롯데렌탈과 롯데정보통신 등을 통해 모빌리티 관련 투자에 속도를 내왔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올해 초 VCM(밸류크리에이션미팅, 옛 사장단 회의)에서 강조한 “신규 시장 창출”의 한 요소로 모빌리티를 점찍기도 했다. 

      다만 롯데그룹의 모빌리티 사업이 아직까지 초기 단계인 탓에 구체적인 방향성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 대상회사가 자율주행, 전기차 충전, 카셰어링 등 분야가 광범위한 데다 대부분 경영권 인수가 아닌 일부 지분 투자로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평이다. 롯데렌탈은 현재 포티투닷에 약 5% 남짓, 쏘카는 약 13.9%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일찌감치 글로벌 차량공유 서비스회사 우버와 모빌리티 관련 합작법인을 만든 SK그룹이나 GS파크24, 딜카 등을 인수한 카카오모빌리티와 대비된다는 평이다. 특히 SK그룹은 지주사를 통해 전기차 충전시스템 회사 시그넷이브이 지분 절반 이상을 인수했고, 계열사인 SK E&S 역시 주차장 관련 파킹클라우드를 NHN과 공동으로 경영하고 있다. 대부분 투자 대상 회사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기반을 마련해둔 셈이다. 전략적투자자(SI)로서 향후 사업적 시너지 효과를 꾀하기 위한 자율성을 확보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롯데렌탈 역시 향후 추가적인 쏘카 지분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번 거래 내용에 최대주주의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팔 권리)과 롯데렌탈의 우선매수권(쏘카의 최대주주가 일정 기간 후 제3자에게 지분 일부 또는 전부를 매도할 경우)이 포함되어 있다. 노재웅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롯데렌탈과 쏘카의 거래 내역을 따져 볼 때 롯데렌탈의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투자가 본격화되고 향후 투자 규모도 추가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추가적인 자금 소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렌탈이 쏘카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이 쉽지만은 않다는 의견이다. 만약 롯데렌탈이 쏘카 지분 20% 이상을 확보할 경우 자칫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이 불거질 수 있는 탓이다. 카셰어링 시장에서 쏘카의 매출 기준 점유율은 2020년 기준 80% 후반대, 롯데렌탈 자회사인 그린카의 점유율은 11%에 이른다. 단순 합산만으로 90%가 넘는 셈이다. 

      한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는 “대기업은 비상장 회사의 경우 지분 20% 이상을 확보하게 되면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 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독과점 우려를 이유로 문제를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SK그룹 지주사인 SK㈜가 쏘카의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점도 롯데렌탈로서는 부담이다. SK그룹은 모빌리티 분야의 적극적인 전략적 투자자인 만큼 향후 쏘카 인수자로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쏘카가 롯데렌탈과 사업적인 협력을 꾀할 시 자칫 2대 주주인 SK㈜와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충분하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금번 롯데렌탈의 쏘카 지분 투자가 무난히 통과된 것을 통해 볼 때 SK가 쏘카의 경영상의 행위에 비토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계약관계를 맺고 있다고 추론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라며 “롯데렌탈의 쏘카 인수와 관련, 향후 추가 지분 확대 계획 역시 정해진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