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약하다"는 신동빈 회장…롯데의 쏘카 투자, '변화' 혹은 '위기감' 반영?
입력 2022.03.22 07:00
    카셰어링 자회사 '그린카' 아닌 쏘카 투자 배경 관심
    그린카 투자에 미온적이었던 롯데, 경쟁사에 거액 투자
    중복투자 우려도…쏘카 상장 이후 M&A 가능성도 거론
    롯데렌탈이 딜 주도…계열사 '자율성 강화'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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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그룹의 렌터카 자회사인 롯데렌탈이 상장을 앞두고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인 쏘카의 지분취득에 나선 배경에 시장의 궁금증이 이어지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롯데가 쏘카의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롯데렌탈의 자회사 그린카도 동종의 카셰어링 사업을 하고 있어 중복 투자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의 롯데그룹 투자 기조와 사뭇 다른 이번 투자가 ‘변화’를 꾀하는 롯데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지만 그룹 차원의 ‘플랫폼 확장’을 향한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평도 나온다. 

      롯델렌탈은 지난 7일 1831억원을 투자해 쏘카 지분 13.9%를 취득해 3대 주주에 올랐다. 롯데그룹 측은 쏘카 투자로 그룹의 신성장 동력이 될 모빌리티 사업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쏘카와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을 공동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류·유통·멤버십 등 다양한 롯데그룹 계열사가 전략적 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중앙제어를 인수해 전기차 충전소 사업 진출 등을 추진해왔다. 

      롯데그룹에 정통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롯데의 한샘 투자, 솔루스첨단소재 투자 등의 기조를 봤을 때 쏘카 투자도 미래산업인 모빌리티 강화 측면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투자 수준이지만 추후 상황이 맞으면 추가 인수도 가능할 텐데, 롯데가 온라인이 뒤쳐진 상황이니 포트폴리오 확장 관점에서 충전소로 활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가진 오프라인 매장 강점을 활용해 모빌리티를 키우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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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단순 투자로는 사업적 시너지가 어려워 중복투자 우려도 제기된다. 롯데렌탈은 카셰어링업계 2위인 그린카를 자회사로 보유(지분율 84.7%)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번 거래에 대해 “현 시점에서 쏘카 지분 투자가 중복투자일 수 있다는 우려는 불가피하다”며 “이미 그린카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고, 그린카 또한 차량 확보를 위한 자금소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롯데렌탈의 추가적인 자금투입 가능성이 높다. 금번 투자가 중기적으로 중복투자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시장에서는 롯데렌탈이 그린카가 아닌 경쟁업체인 쏘카에 대규모 금액을 투자한 배경에 궁금증이 남아있다. 신동빈 회장이 직접 언급할 만큼 그룹이 모빌리티 부문을 신성장 동력으로 내걸고는 있지만, 지난해 8월 상장 이후 롯데렌탈의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된 후에도 그린카를 향한 투자가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롯데렌탈의 지난해 9월말 연결기준 현금 자산은 2232억원으로, 이번 쏘카 투자금은 보유 현금으로 마련한다. 롯데렌탈 상장 때도 지적됐듯 그룹의 모빌리티 청사진도 아직 모호한 상태다. 포티투닷, 중앙제어 등 모빌리티 관련 투자를 이어오기는 했다. 지난해에도 타다, 쏘카 등 외부 투자 매물만 검토에 나섰다. 

      한 투자업계(IB) 관계자는 “롯데렌탈이 타다 등 이것저것 투자할 대상 물색을 많이 했고, 그린카도 누구보다 돈이 많이 필요한 상태라 투자 유치 시도가 있었지만 성사되진 않았다”며 “(쏘카 투자는)딜 조건 자체는 우호적이지만 구주를 FI(재무적 투자자)에서 SI(전략적 투자자)로 옮겨가는 건 드문 일이기도 하고, 롯데가 왜 그린카가 아니라 쏘카에 투자를 했나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때 그린카 지원에 롯데그룹이 재무적으로 ‘까다롭게’ 접근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쏘카 투자가 의외라는 반응이다. 롯데그룹은 2015년 3월 KT에 1조200억원을 주고 롯데렌탈(옛 KT렌탈)을 인수하며 렌터카 사업에 뛰어들었다. 카셰어링을 비롯한 공유경제를 유통 등 롯데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인수 이후 한동안 그룹 내 다른 사업과 제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고,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카셰어링 사업상 외형 확장에 추가 투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롯데렌탈 재무 상황도 약해졌다.

      여기에 2014년 쏘카가 미국계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로부터 180억원의 투자를 받은 뒤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경쟁이 심화했다. 롯데렌탈은 2013년 10월 그린카를 인수한 뒤 이후 업계 1위를 유지했지만 이때를 기점으로 쏘카에 역전당했다. 맞대응으로 롯데렌탈은 롯데마트와 제휴하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불발됐다. 전국 100여개에 이르는 롯데마트 주차장을 차고지로 쓰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규정상 성사가 어려웠다. 2015년 롯데하이마트와 제휴를 처음으로 맺고 주차장을 차고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린카는 2015년 1분기 자본잠식에 빠졌고, 이후에도 사업 외연을 확장하면서 누적 적자로 자본잠식을 겪기도 했다. 이후 영업손익을 개선하고 2018년 GS칼텍스와 함께 유상증자(350억원)를 실시하는 등 재무개선이 이뤄졌다. 

      카셰어링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롯데렌탈은 2020년 신주 발행을 통한 그린카 외부 투자 유치에 나섰지만 1년 간 속도를 내지 못하다 결국 무산됐다. 지난해까지 롯데 측은 국내 PEF운용사 엘리베이션에쿼티파트너스와 약 1500억원(그린카 지분 약 25%) 규모의 투자 유치를 두고 협상을 진행했으나, 가격 협상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당시 롯데 측은 롯데렌탈의 상장을 앞두고 굳이 ‘우량 자회사’에 외부투자 유치를 해 기업가치를 미리 한정할 필요가 없단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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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롯데렌탈이 추후 쏘카 지분 추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비상장사에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했는데 거래 계약에 쏘카 최대주주의 풋옵션, 롯데렌탈의 우선매수권 등이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롯데 그룹이 향후 M&A를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쏘카의 IPO 진행성과와 주가흐름, 옵션 행사 여부, 추가 인수 규모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추가 인수가 가시화되면 사업 시너지 가능성은 높아지겠지만, 재무부담 관리가 새로운 과제로 대두될 수 있다.

      이번 투자가 단순히 계열사인 롯데렌탈의 사업 확장을 넘어 롯데 그룹 차원의 ‘절박함’이 반영됐단 평도 나온다. 쏘카 투자는 최근의 그룹의 투자 방향과 다소 거리가 있다. 중고나라, 중앙제어 등 업계 내 2~3위 업체에 투자하는 최근의 그룹 투자 스타일을 감안하면 쏘카 투자는 금액도 크고, 시장 지배자 위치 업체에 투자한 셈이다. 여기에 추후 경영권 인수 가능성도 열린 상태다. 다만 쏘카는 그린카와 단순합산시 시장점유율 90%을 넘기 때문에 지분 20% 이상 확보시 자칫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되고, 상장도 앞두고 있으니 타이밍상 먼저 일부 투자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이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뒤쳐져 있다는 점에 분노(?)를 표출했단 얘기가 전해지는데, 이러한 위기감이 그룹의 투자 기조에도 반영되고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롯데 계열사들은 수백억원 규모의 중소형 투자를 이어갔다.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실무진 입장에서는 큰 투자를 ‘덜컥’ 했다가 성과가 안나오면 불안하고, 그렇다고 투자 집행을 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적당한’ 투자처들을 찾고 있는 분위기였다.  

      한동안 잠잠했던 롯데그룹이 최근 한샘, 미니스톱 등 수천억원 규모 딜을 이어가는 것이 본격적인 ‘공격 투자’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다만 통상 이전 정부의 딜을 ‘건드리지 않는’ 관례가 있다보니 정권 후반부에 대기업의 투자가 몰리는 경향도 고려된다.

      쏘카 투자는 롯데렌탈과 롯데지주 M&A팀이 함께 추진했지만 롯데렌탈이 주도해 이끌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HQ체제 전환 이후 지주 관여도를 줄이고 계열사 자율성 강화를 강조하기 위함으로 파악된다. HQ체제 전환 이후 계열사 주도의 첫 투자다 보니 그룹 내 ‘계열사 자율성’이 자리잡을 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과거 롯데 그룹의 M&A는 회장 직속 컨트롤타워 중심으로 이뤄졌다. 롯데그룹의 롯데정책본부는 2011년부터 2016년 6년간 27건에 달하는 M&A를 주도했고, 이는 롯데를 재계 5위로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신동빈 회장의 오른팔이던 황각규 부회장(당시 롯데쇼핑 사장 겸 정책본부 운영실장) 역할이 컸다. 황 실장은 비전전략실 수장을 맡는 동안 신 회장과 함께 롯데그룹의 M&A를 진두지휘했다. 2014년 임병연 실장이 비전전략실을 이어받은 후 M&A가 급격히 줄었다. 이후 ‘형제의 난’을 겪고 그룹이 주춤했다가 2016년 다시 외형확장에 재시동을 걸었지만 이후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 신동빈 회장의 구속이 진행되면서 제동이 걸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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