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부터 스텝 꼬이는 현대차그룹…곳곳에 '불확실성' 암초 속출
입력 2022.03.23 07:00
    3월 들어 현대차그룹 계열 주가 줄지어 '최저가'
    車시장 러시아 악재 전기차로 옮아…'산넘어 산'
    연초 현대ENG 상장 철회…지배구조 계획도 차질
    중대재해·노사관계 등 새정부 이후 전망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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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연초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철회를 시작으로 러시아 제재, 근로자 사망사고까지 현대자동차그룹 각처에서 잡음이 이어진다. 글로벌 경기와 국내 정책 환경에서도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룹 전반이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1분기부터 녹록지 않은 환경이 펼쳐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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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셋째 주 들어 맏형 현대차를 포함한 그룹 계열사 주가는 줄지어 1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대차 주가는 팬데믹 이후 전동화 경쟁력이 주목을 받으며 수차례 반영됐던 기대감을 서서히 반납하는 모습이다. 중국 현지 설비를 러시아로 이전한 현대위아 주가는 반 토막이 났다. 그나마 나은 모습을 보여온 기아 주가도 올 들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핵심인 완성차 시장 내에선 예상치 못한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는 평이다. 

      연초 대형 공모주로 국내 주식시장이 수급 악재에 시달린 데다 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화하며 대형주 전반이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현지 사업 우려가 커지며 추가 조정이 이어졌다. 과거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할 때 현지 사업을 유지·확장하는 전략을 택한 탓이다. 현대차그룹의 러시아 공장은 잠정 가동 중단된 상태다. 

      현대차·기아와 현대모비스, 현대위아까지 전쟁으로 인한 현지 사업 손실 우려는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러시아 시장 제재로 인한 판매 위축 우려는 원자재 가격 폭등을 계기로 전기차 시장에 옮겨붙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를 구성하는 리튬과 니켈 등 소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가격 부담이 전기차 업체에 고스란히 전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는 장기 계약을 배터리 공급가에 금속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이를 전기차 가격에 반영할 경우 판매량에 충격을 줄 수 있고, 반대의 경우 수익성이 하락하게 된다. 테슬라의 경우 이미 전기차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데, 대부분 완성차 업체가 판매 감소와 수익성 악화 우려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연내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정상화할 거란 시각도 불투명해진 데다, 내연기관 차량에서도 러시아 생산 비중이 압도적인 파라듐 등 소재 리스크가 있다"라며 "원자재·공급망 리스크로 완성차 업체 실적 전망치를 낮추는 상황에서 전기차 점유율 경쟁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사업적 악재와 더불어 그룹 지배구조 관련 작업도 계획이 틀어진 상황이다.

      그룹 비상장 건설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연초 기업공개(IPO) 일정을 철회한 바 있다. 표면적으로는 기관 수요예측이 부진했던 탓이지만, 당시 시장에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보유 지분 유동화 목적 거래가 예정된 실패를 맞이했다는 날선 평이 상당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예정대로 상장했을 경우 정 회장은 추가로 최대 4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앞서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그룹에 매각하며 2008억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자금의 사용처를 둘러싸고 여러 추측이 나왔지만 결국 승계·상속에 활용할 재원이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올 들어 갑작스럽게 수천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갑작스럽게 상속이 개시될 수 있다는 시장 관측 등이 나오기도 했다"라며 "언젠가는 상속과 승계가 마무리돼야 하기 때문에 정 회장 보유 지분을 단계적으로 현금화하는 작업은 향후에도 꾸준히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에 재도전하더라도 정 회장이 쥐게 될 현금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모회사인 현대건설과 사업 구조가 비슷한 데다, 상장 전후로 내놓은 신사업도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다.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이전처럼 현대건설보다 비싸게, 구주매출 중심으로 상장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내에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펼쳐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이 역시 낙관하기 힘들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4일 현대제철 본사와 예산공장, 하청업체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달 들어서만 연거푸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현대제철 경영진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가 불거졌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 건설 계열사 역시 중대재해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대통령 당선인이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가능성을 시사했다곤 하지만 현실화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지난해 말 악화한 노사관계 역시 새 정부에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관심이 높다. 당선인은 2035년 내연기관 퇴출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신사업 확장 시계와 들어맞진 않지만, 인력 및 사업 구조조정 등 세부 정책에서 당근이 제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큰 틀에서 국내 노동정책 변화에 파업 등 갈등 요소가 많아 이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증권사 완성차 담당 한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경우 경쟁사처럼 유연한 대처가 어려워 기존 인력 자연 감소 외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등을 활용해 사업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라며 "사업 측면에서 정권 교체에 따른 기대와 낙관이 적지 않지만, 새 정부 윤곽도 드러나기 전이라 결국 관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 중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