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에선 라임·뉴딜만 보였는데...尹 정부의 금융시장 활용법은?
입력 2022.03.24 07:00
    지난 수년간 금융업계선 대형 사고·정책 지원만 각인
    尹 정부 ‘시장 중심’ 표방…금융·정책통 인사 대거 포진
    대내외 경기 변수 지속…민간 시장 협조 중요성 커져
    국책은행 역할 커질 듯…감독 체계 개편 여부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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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문재인 정부 정책에서 금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했다. 갑작스런 집권으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처음부터 관심이 많지 않았다는 평가다. 금융사들은 라임사태 등 잇따른 대형 금융사고를 처리하느라 몇 년을 허송세월했다. 책잡힌 게 많으니 정부가 뉴딜정책 등 화두를 던지면 자금 창구 역할에 충실해야 했다.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새로 들어설 보수 정권에선 어떤 금융 정책을 펼칠지 관심이 모인다. 현 정부의 경제팀, 금융정책이 썩 호평을 받지 못한 터라 지금보다는 금융업을 하기에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있다. 경기 불안 속에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금융 시장의 협조가 필요하다. 금융감독 당국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도 관심사다.

      금융업계에선 시장 중심 정책을 표방하는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자율성, 예측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 주위에 포진한 금융권 인사들의 면면도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 출신 윤 당선인은 직접적인 금융권 인맥은 적지만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 등이 나서 이를 보완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보좌진이 금융, 경제를 몰라 헤맬 가능성은 줄었다는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정책통이다. 박근혜 정부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이석준 인수위 특별고문은 옛 재무부 출신으로 거시경제, 예산 재정을 두루 경험했다. 최 간사가 앞에 나서 활약할 수 있도록 당선인에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 인수위에서 국정기획조정 분과 인수위원을 맡았고 청와대 경제 수석도 거쳤다. 차기 정부에서 금융 요직을 맡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도 노무현 정부 경제팀을 이끈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처럼 다시 중용될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금융위원장 임기 중 한진해운 파산 사태는 부담스럽다. 윤석열 캠프 금융정책본부장을 맡았던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추경호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도 대표적인 금융전문가로 꼽힌다.

      한 금융사 임원은 “지금은 평시가 아니라 경제 전쟁 시기라 정책 방향을 확실히 잡아줄 경제통이 필요하다”며 “인수위 인사들을 보면 새 정부가 금융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금융 관련해 자본시장 선진화, 금융소비자 보호, 규제 개선 등 공약을 내걸었다. 표면적으론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법론에선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정부는 나라 안팎의 경기 불확실성을 안고 출범한다. 시장 안전판이든 정책 보조 수단이든 금융시장이 갖는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크다.

      윤석열 정부가 금융사에 어느 정도의 견제를 하고 협조를 독려할지는 미지수다. 민간 금융사는 이사회 중심 자율 경영이 자리잡아 인사 문제엔 관여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있다. 반면 내년 금융지주 회장들의 임기가 대거 끝나기 때문에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대형 금융사고들이 아직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정부가 금융사들을 흔들 소재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담은 현 정부에서처럼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이어질 수 있다.

      차기 정부가 보다 고심해야 할 것은 국책은행 활용법이다. 민간 주도 성장을 표방하지만 민간 금융사나 기업이 정부의 정책을 오롯이 따를지는 의문이다. 민간 기관출자자(LP)들은 차기 정부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는데 정부와의 동조보다는 어느 영역이 돈이 될지를 살피는 것에 가깝다. 금융권 부실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선 특히 국책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 팬데믹 이후 이어진 여신 만기 연장 조치, 대우조선해양 등의 구조조정 역시 대부분 국책은행의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의 수장은 머지 않아 정부와 호흡이 맞는 인사로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인수위는 가장 큰 성장 마중물이 될 한국성장금융의 수장 인선에 제동을 걸었다. 차기 정부가 KDB인베스트먼트의 존재 의미를 어떻게 볼지도 미지수다. 윤석열 당선인은 여러 차례 산업은행 등의 부산 이전을 공언했는데, 직원들이 격렬히 반발하고 있어 실행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한 한국성장금융 관계자는 “당선인이 민간 주도 성장을 말하고 있어 관의 역할이 앞에 나서기 보다는 민간 투자를 돕는 것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지금은 정부 재정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라 현재의 기조가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 금융감독 체계 개편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선이 모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역할 조정은 오랜 화두지만 양쪽 모두 상대의 권한 축소를 주장해온 터라 손대기가 쉽지 않았다. 국민이 주목하는 사안이 아닌 데다, 지금은 민생 살림이 중요한 상황이라 대규모 체계 개편은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한 금감원 직원은 “금융감독 체계 개편은 일반 국민의 관심사도 아니기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 크게 다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핀테크 육성이나 금산분리 완화 기조가 강해지면 기존 업권별 규율 체계의 유효기간이 더 짧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