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함영주 회장 선임 반대 가닥...내부적으로는 '선임 가능' 전망
입력 2022.03.24 07:00
    ESG 강화한 국민연금 수탁위, 함영주 찬성할 근거 희박
    사외이사들까지 감시 책임 물어 무더기 반대
    회장 유고시 '임원 중 연장자'가 직무대리 선임
    행여 선임 실패시 박성호號 조기 출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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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사진=하나금융그룹)

      함영주호(號)는 무사히 출항할 수 있을까. 하나금융지주는 오는 25일 '슈퍼 주총 데이'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회사 중 하나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함영주 내정자의 회장 선임에 반대를 권고한 가운데, 9.2%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반대표 행사가 유력한 상황이다.

      다만 하나금융 안팎에선 다소의 마찰에도 불구, 함 회장 선임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영자 부재 리스크가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행여라도 선임에 실패할 경우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 가동되는데 이때 회장 직무대리로 박성호 현 하나은행장이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24일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를 열어 25일 주주총회를 여는 주요 기업들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침을 확정할 예정이다. 여기엔 하나금융지주의 함영주 회장 사내이사 및 5명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포함된다.

      금융권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국민연금 수탁위는 함영주 내정자 회장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수탁위는 2018년 7월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이후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에 기반을 두고 의결권을 행사해왔다. 파생결합펀드(DLF) 판매 관련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이에 대한 무효 소송 1심에서 패소한 함영주 회장 내정자에 수탁위가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국민연금 수탁위 입장에서는 다른 금융지주 회장은 놔두고, 함 내정자의 회장 선임에만 찬성표를 던질 경우 '형평성' 논란을 감내해야 한다. 이미 수탁위는 지난 2020년 3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 당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을 근거로 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했다. 같은 해 진행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연임안에도 같은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조 회장은 당시 채용비리와 관련한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한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는 "함 내정자는 손 회장처럼 DLF 사태로 중징계를 받았고, 조 회장처럼 채용비리에 연루돼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국민연금이 함 내정자 선임안에 찬성한다면 이전의 의결권 행사가 잘못됐다고 시인하는 셈인데,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수탁위의 의결권 행사 방향은 더욱 엄격해진 상태다. 이전까진 주로 논란이 된 당사자 반대에 집중해왔는데, 지난해를 기점으로 해당 이사를 선임한 사외이사에게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나선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 당시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안에 '감시의무 소홀'을 근거로 7명 모두에게 반대표를 던졌고, 올해엔 신한금융 사외이사 8명 중 조용병 회장 선임과 관계있는 5명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 금융권 및 하나금융 내부에선 조심스레 함 내정자 선임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정태 회장 이후 함 내정자 외에 대안이 마땅치 않은데다, 회장 부재시 불거질 불확실성이 커 주주가치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조용병 회장과 손태승 회장은 국민연금과 ISS가 모두 반대 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연임에 성공했다.

      현재 하나금융은 대외적으로 최대한 언급을 자제한 채 국내외 주요 주주 설득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주요 대형 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살펴보면 ISS나 국민연금과는 상관없이 대부분 조용병 회장ㆍ손태승 회장 선임안을 찬성한 것으로 나온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최고경영자 부재로 인한 불확실성이 더 큰 리스크 요인"이라고 말했다.

      행여 이번 주총에서 함영주 회장 선임이 무산된다면, 하나금융지주는 이사회 규정 및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라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하게 된다. 회장 유고(有故) 상황이므로 긴급 이사회를 통해 회장 직무대리를 선임하게 된다. 이후 보궐로 회장직을 재추천할지 여부를 판단하고, 선정 절차를 진행해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한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지난 2018년 회장 유고 상황에 대비해 직무대리 관련 이사회 규정을 손질했다. '사외이사를 제외한 임원 중 연장자'를 기준으로, 이사회에서 직무대리를 선임하게 된다. 김정태 회장 체제에선 함영주 내정자가 직무대리 1순위 후보였다.

      지금은 구도가 달라졌다. 3명의 지주 부회장 중 함영주 부회장은 회장 후보로 내정됐고, 지성규 부회장은 그룹을 떠나기로 했다. 유일하게 남은 이은형 부회장은 아직 그룹에 몸 담은지 3년밖에 되지 않은데다, 1974년생(만 48세)로 회장직을 수행하기엔 지나치게 젊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현 시점에선 박성호 현 하나은행장 겸 지주 기타비상무이사(1964년생)가 가장 유력한 직무대리 후보로 꼽힌다. 지난 연말 인사에서 황효상 그룹리스크총괄 부사장 등 박 행장보다 나이가 많은 1960~1963년생 지주ㆍ은행 임원이 대거 퇴임한 까닭이다. 현재 하나금융지주 및 하나은행은 1965년생 전후의 부사장ㆍ부행장, 1970년생 전후의 상무들이 이끌고 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함영주 회장 이후 차기를 이을 리더로 꼽히던 인물이다. 이번 차기 회장 선정 과정에서도 함 내정자와 함께 5명의 숏리스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만약 함 내정자가 회장으로 선임되는데 실패한다면, 금융권에서 예상하던 것보다 매우 이른 시점에 박성호 체제가 출범하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