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러시아 승리의 상징 ‘Z’ 지우기 나섰다
입력 2022.03.28 07:00
    GOS 논란 속 대외 변수 대응 수위 높이는 삼성전자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등
    발트3국 홈페이지서 ‘Z’ 표기 삭제
    갤럭시 플립·폴드 주요 대상
    러시아 위협받는 폴란드 등 추가 조치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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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가 러시아군의 상징과도 같은 ‘Z’ 표식을 일부 국가의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기 시작했다.

      25일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등 발트3국의 삼성전자 홈페이지엔 삼성전자의 주력 모델인 갤럭시 Z 플립(Galaxy Z Flip), 갤럭시 Z 폴드(Galaxy Z Fold)의 제품명에 ‘Z’가 제외된 채 표기돼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이달 초부터 각국의 현지 법인을 통해 수정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Z’ 표식은 ‘러시아 군’ 또는 ‘러시아의 승리’ 등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표식의 정확한 의미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승리를 위해’란 뜻의 러시아어 ‘자파비에두 (Za pobedu; За победы)’의 앞글자, 또는 서쪽을 의미하는 ‘자파드(Zapad; Запад)’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 표지로 나타내는 일이 번지고 있다. 국내외 주요 언론사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러시아 내 버스 정류장과 자동차 광고판에서 ‘Z’ 표지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러시아군의 이동수단 및 각종 무기 등에서도 ‘Z’ 표기가 발견된다. 이달 7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 FIG 기계체조 월드컵’ 시상식에선 러시아 체조 선수가 해당 표식이 달린 유니폼을 입고 시상대에 올라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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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삼성전자의 조치는 러시아에 대한 국제 사회의 규탄 목소리가 커지면서 자사 제품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이란 평가가 나온다. 현재까지 발트3국의 홈페이지에서 제품명을 수정이 완료했는데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인접 국가인 폴란드의 홈페이지도 수정을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발트3국은 구(舊)소련에서 1991년 분리 독립했다. 꾸준히 러시아의 견제를 받으며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나토 정상회의에서 ‘폴란드와 발트3국과 폴란드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Game Optimizing Service) 등의 논란으로 기술력에 대한 우려까지 낳고 있는 삼성전자는 국제 사회의 변수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러시아는 물론 인접 국가 모두 공급망, 판매망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전쟁의 장기화, 확전 등의 변수에 등에 각 국가 별로 삼성전자의 대응 수위도 높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제로 러시아 내 스마트폰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공급을 중단한 상태이다.

      한종희 부회장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러시아 경제 제재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사업에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비상계획(컨틴전시플랜; Contingency plan)을 세워 면밀히 대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