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반대표 39.4%의 의미
입력 2022.03.29 07:00|수정 2022.03.29 13:50
    취재노트
    찬성한 국내 기관들도 '지금같은 승계는 더이상 안돼'
    경쟁사도 중간배당...주주 가치 환원 더 신경 써야
    '인오가닉 성장'에 무게...함 회장 평가 '기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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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하나은행)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5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체 주식 수의 80.4% 참석에 60.4% 찬성으로 선임됐다. 반대는 39.4%에 달했다. 아슬아슬했다. 9.2%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찬성하지 않았으면 선임이 불가능했다.

      참석률을 감안하면 이번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비중은 11.7%에 달했다. 만약 국민연금이 반대했다면 찬성 48.6%, 반대 51.2%로 함영주 사내이사 선임안이 부결됐을 거란 이야기다. 국민연금이 찬성한 데 대해 '공정성ㆍ일관성이 결여된 특혜'라는 비판이 들끓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로 구사일생이었다.

      하나금융 지분 구조는 약 68%의 외국인, 9%의 국민연금, 19%의 국내 기관 및 개인주주, 1%의 우리사주, 그리고 3%의 자사주로 구성돼있다. 이번 주총에서 외국인 주주는 절반 가량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김정태 전 회장 연임 당시 '셀프연임' 논란 속에서도 대부분의 외국인 주주가 찬성표를 던진 것과 비교되는 성적표다.

      이번 주총 결과는 함 회장이 임기 동안 가야할 길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함 회장이 선임된 데엔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지지가 한 몫 했다. '묻지마 지지'는 아니었다. 대안이 없다는 실질적인 문제와 경영진 부재가 가져올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 심리가 작용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대부분 비슷했다. 적어도 다음 회장 선임 시에는 이번처럼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승계가 이뤄지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함 회장은 이미 3년 전부터 김정태 전 회장의 후계자로 지목돼왔다. 하나금융그룹의 CEO 인재 풀(pool)은 경쟁사와 비교했을때에도 크게 협소하다. 마이너스(-)식 임원 인사를 해온 까닭이다. 함 회장이 2015년 하나은행장으로 선임된 이후, 김병호 전 하나은행장ㆍ김한조 전 외환은행장 등 유능했던 경영자들이 회사를 떠났다.

      2020년엔 지주 부사장ㆍ은행 부행장 및 전무 임원 수를 크게 줄이며 인력 풀이 한층 더 줄어들었다. 이어 올해 초에도 박성호 하나은행장(1964년)보다 나이가 많은 지주ㆍ은행 임원들이 대부분 조직을 떠났다. 만약 이번 함 회장 선임안이 부결됐다면, 겨우 은행장 2년차인 박성호 행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주주들이 바라는 경영 승계는 복수 후보 공개 경쟁이다. 그룹 안팎에서 충실히 경험과 역량을 쌓은 복수의 후보군이 성장하는 가운데,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낭중지추'가 CEO로 선임되는 모양새가 최선이라는 것이다. 회장이 특정인을 후임으로 내정하고, 경쟁자들을 정리하는 방식의 승계는 기업가치에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반대표를 던졌던 주주들에 대한 설득 작업도 지속해야 한다. 결국 주주가치 환원과 기업가치 제고의 이슈로 이어진다.

      김정태 전 회장만 해도 2015년 91%, 2018년 85% 찬성으로 선임됐다.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주주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이번엔 달랐다. 최소 30% 이상의 외국인들이 반대표를 던졌다. 

      함 회장 입장에선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주주가치 제고에 힘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이 잇따라 분기ㆍ배당을 도입하며,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금융지주'라는 차별점은 이미 사라진 상태다. 배당성향 목표도 4대 지주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30%로 같다. 

      카드가 많지는 않다.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은 이미 경쟁사들도 진행하고 있다. 주주환원을 어느정도 맞춰간다면, 남는 건 결국 기업가치다. 그간 하나금융은 인오가닉 성장(in-organic;외부 수혈을 통한 성장)이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리서치들도 하나금융을 설명할 때 '비은행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 잠재력'을 앞단에 내세우고 있다.

      이전까지 하나금융에 M&A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에 가까웠다. 외환은행 인수 후유증 때문이다. 이제는 어느정도 정리가 끝났다. 앞으로는 CEO의 의지에 따라 성장 방향이 갈릴 수 있는 상황이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함 회장에 대한 평가는 인오가닉 성장의 의지와 실행능력으로 내려야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지지 기반이 약하다고 증자를 통한 재무적 투자자 유치 등 아군 확보에만 골몰한다면 돌아선 주주들의 마음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10년만의 CEO 교체인만큼 이전과는 다른 색깔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