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앞둔 토스, 밸류 끌어올리기용 투자 유치? 투자자들은 ‘난색’
입력 2022.03.31 07:00|수정 2022.03.31 09:57
    토스, 4000억~5000억원 규모의 프리IPO 진행중
    확보할 수 있는 지분 1%도 안돼, PEF 난색
    "현금 필요하기보단 기업가치 끌어올리기용"
    시장상황 녹록지 않아 펀딩수요 회의적 시선도
    • 이르면 2023년 IPO(기업공개)를 계획하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가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위해 투자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사실상 IPO를 앞둔 마지막 투자유치가 될 전망이다.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번 자금유치의 성격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현금이 필요한 게 아니라, IPO를 앞두고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만들기 위한 투자유치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30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펀드(PEF)를 비롯한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토스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토스는 이를 위해 모건스탠리와 크래디트스위스(CS)를 자문사로 선정한 바 있다. 

      현재 거론되는 투자유치 규모는 4000억~5000억원 수준이다. 알려진 바로는 이번에 원하는 기업가치 규모는 1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토스는 지난해 6월 기업가치 8조2000억원에 4600억원의 투자유치를 한 바 있다. 불과 1년도 안 된 기간에 또다시 투자유치에 나서며 기업가치 15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IPO를 앞둔 사실상 마지막 펀딩이란 점에서 벤처성 자금보다는 사모펀드를 비롯한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주요 타깃이다. 모건스탠리가 주요 투자자들과 접촉하면서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를 검토하는 일부 사모펀드들 사이에선 이번 투자에 난색을 표한다. 투자유치 규모가 4000~5000억원 정도로 작지는 않지만, 15조원의 기업가치를 감안하면 투자자 당 확보할 수 있는 지분율은 채 1%도 되지 않는다. 소수지분 투자라도 의사 결정에 어느 정도 참여가 가능한 수준의 지분을 요하는 사모펀드로선 매력적인 조건은 아니란 평가다.

      여기에다 15조원이라는 가치도 상징적이라는 평가다. IPO 이후에 여기서 얼마나 더 성장 가능성이 있냐는 것에 대한 질문도 따라오고 있다. 그만큼 높은 투자수익을 추구하기 힘들다는 판단인 것이다.

      이러다 보니 일부 사모펀드들에선 이번 투자유치가 투자금 확보를 통한 재원 마련보다는 IPO에 필요한 기업가치를 만들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명 ‘알토스식 투자’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다.

      배달의민족, 쿠팡 등 굵직한 기업에 초기 투자자로 참여한 알토스벤처스는 투자 단계마다 따라가며 투자해 기업의 가치를 키우는 투자로 유명하다. 즉 초기 투자부터 IPO까지 투자를 리드하면서 기업가치를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시장에서 통용되는 이유는 알토스벤처스처럼 이미 투자에 성공한 이름있는 벤처캐피탈(VC)이 투자에 나서면 해당 기업의 가치가 그들이 투자한 밸류에이션에 맞춰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이번 토스의 투자유치도 이런 선상에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다. 알토스벤처스는 2014년부터 토스에 투자를 단행해 토스의 성장 과정에 함께했으며, 이승건 토스 대표가 ‘투자를 넘어 파트너’라고 칭할 정도로 각별하게 생각하는 하우스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토스의 비즈니스 구조상 당장 대규모 현금이 필요하기보단 IPO에 필요한 밸류에이션을 만들기 위함으로 보인다”라며 “벤처캐피탈과 달리 사모펀드들이 하는 투자 방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시장에선 이번의 신주발행을 통한 투자유치와 함께 병행된 기존 주주 굿워터캐피탈의 구주매출과의 밸류에이션 문제가 거론되기도 한다. 미국의 대형 VC인 굿워터캐피탈은 토스 지분 약 17%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지난달 일부 지분을 매각했다. 

      업계에 따르면, 굿워터캐피탈이 내놓은 지분가치와 토스가 발행하는 신주 사이에는 가격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거의 같은 시점에 나온 토스의 지분이 구주와 신주 간 가격이 차이가 있다 보니 더 비싼 가격에 나온 신주에 들어가야 하는 투자자들로선 해당 밸류에이션에 대해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 현재 시장 상황이 녹록하지 않은 점도 투자유치가 제대로 될까 하는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4000억~5000억원을 모으려면 적어도 3~4군데의 투자자들이 들어와야 할 텐데 글로벌사모펀드를 포함해 충분한 수요가 있을지 의문이란 견해다. 토스의 자회사인 토스뱅크, 증권 등이 빠르게 성장하고는 있지만, 대외경제 여건 등으로 투자자들이 몸을 움츠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사모펀드 관계자는 “현재의 시장 상황은 다수의 투자자를 모으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당장 자금 소요가 없다면 펀딩 규모를 상황에 따라 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시장의 견해에 대해 토스는 "신주 밸류에이션이 정해지지 않아 구주 가격과 차이가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라며 "현재의 토스의 밸류(약 8조원)는 투자자 시각에서 여전히 매력적이란 의견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