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갈 지'(之)자 행보에 피로감 느끼는 투자업계...IPO '산 넘어 산'
입력 2022.04.04 07:00
    IPO 예심청구한 컬리, 피로감 호소하는 투자업계
    계획 번복·수많은 접촉…수요예측 전 마케팅 중요
    "명성관리 필요…새벽배송 IPO 1호 타이틀은 무용"
    • 컬리 '갈 지'(之)자 행보에 피로감 느끼는 투자업계...IPO '산 넘어 산'

      식품 전문 이커머스앱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의 기업공개(IPO)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투자업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우호지분 정리 등 해결할 과제가 많지만 무엇보다 시장의 피로감이 상당한 상태라는 평가다. 

      미국 증시 상장 철회부터 국내 증시 상장 추진하기까지 컬리의 갈지(之)자 행보가 그 원인이다. '상품 선별 제공'이라는 슬로건은 '몸집 불리기 작업' 앞에 무색해졌고 비용관리 등 경영능력에 대한 비판이 물밑에서 제기됐다. 벤처캐피탈(VC)업계는 구주매입에 나서지 않는 상태고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들은 회의론을 제기한다.

      컬리는 최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컬리는 올해 7월을 전후해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심사 단계부터 변수가 포직하고 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대표적이다. 2020년 말 기준 외국계 자본이 전체 지분의 절반 이상인 까닭에서다. 중국계 자본인 세콰이어캐피탈차이나(13.84%)와 러시아계 VC인 DST글로벌(10.69%)도 김슬아 대표(6.67%)보다 높은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는 컬리의 예심 청구가 늦어진 이유기도 하다. 한국거래소는 김 대표의 지분율이 적은 점을 지적하며 20% 이상의 우호지분을 확보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이야기 나오는 우호지분 정리는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라며 "아직까지 보호예수기간이나 비율을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거래소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맞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컬리가 예심을 통과하더라도 상장 작업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투자업계 관계자들이 컬리에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먼저 계획의 번복이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증시 상장 계획을 밝히던 지난해 3월엔 기대감만이 가득했다.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 상장에 성공한 시기, 컬리도 미국 상장 가능성을 내비췄다. 국내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마케팅 포인트'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당시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투자자들이 보기에, 신선식품을 하루 안에, 새벽에 배송해주는 것에 대해 호평을 받을 것이다"라며 "아마존도 콜드체인 쪽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런데 컬리는 돌연 국내 증시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고, 평가는 날카로워졌다. 세간의 관심은 컬리가 보유한 기술보단 '돈을 버는 기업인가'로 옮겨졌다. 미국 증시에서는 용인되는 방법론인 '주가매출비율'(PSR)을 국내 상장 시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평가다. 

      이후 컬리는 '거래액(GMV) 불리기'에 몰두하는 행보를 보여줬다. 단가가 높은 비식품 상품을 판매 목록에 추가하거나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인 페이봇을 인수해 오픈마켓 서비스 준비하는 것을 통해서다. 오픈마켓은 직매입보다 거래액(GMV)를 늘리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품 선별'이 강점이던 마켓컬리의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상장을 앞두고 시장과의 접촉이 과도했다는 지적이 있다. 신선함은 떨어지고 주주 구성이 복잡해지며 이해관계만 꼬였다는 것이다. 

      최근 1~2년간 컬리의 비상장주식 거래는 매우 활발히 이뤄졌다. 김슬아 대표의 지분이 거의 없고 투자유치 과정에서 적극 활용해온 상환전환우선주(RCPS) 때문에 투자 위험도 상당했지만 수요가 없진 않았다. 최근엔 VC업계 관계자들은 비상장주식으로서의 컬리의 매력은 '낮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는 딜(Deal)이 한번씩 다 돌았던 회사로, VC 입장에서는 컬리가 새로운 회사가 아니라서 별로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다"라며 "지난해 말 현 기업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구주 매입 기회가 있었지만 투자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기관들의 반응도 미지근하다. 장외가 기준 4조원 규모인 현 몸값보다 상장 과정에서 높게 인정받기는 쉽지 않은 까닭이다. 현금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상장이라도 해야하는 상황'이란 자조 섞인 분석도 나온다. 이에 거래소로부터 승인을 받더라도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준비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뒤따른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컬리 상장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가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사' 타이틀이 그리 중요한지 모르겠다"라며 "컬리처럼 시장에 많이 돌았던 회사는 마케팅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은 기간 동안 악재에 대한 대응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