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1분기 트레이딩 실적 주의보...증권ㆍ보험 '빨간불'에 지주까지 '빌빌'
입력 2022.04.05 07:00
    컨센서스 감익 본격적으로 시작...채권금리 급등 탓
    보험 380조, 증권 240조 채권 보유...가격 하락 중
    증권사 전년동기 대비 상품손익 60%이상 줄어들 듯
    보험사 변액보증 손익 악화...지주사 주가까지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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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금융사들의 트레이딩(상품운용) 실적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3월 중 채권 시장수익률(금리)이 큰 폭으로 치솟으며 일부 보험사는 적자를 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떠돌고 있다. 트레이딩 실적 감소에 따른 여파는 아직 컨센서스(실적 예상 평균치)에 반영되지도 않았다. 실물과 예상의 격차는 4월 중 순차적으로 반영되며 금융주 주가에 부담을 줄 전망이다.

      일단 채권 자산을 많이 보유한 증권사와 보험사가 컨센서스 하향 조정의 첫 타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실적을 견인한 비은행부문의 부진에 주요 금융지주 역시 웃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다.

      3월 국내 금융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채권금리였다. 2월까지 부침이 심했던 증시는 코스피지수 기준 2650~2750 사이에서 안정을 찾았지만, 채권금리는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며 충격을 줬다. 3월 한 달 동안에만 국고채 3년물 시장수익률은 17%, 10년물은 8% 상승했다. 

      특히 지난 28일엔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이 장중 10% 이상 오르며 트레이더들을 공황에 빠지게 하기도 했다. 채권 수익률이 오르면 가격은 떨어진다. '안정적인 채권'이 하루 만에 10%의 손실을 낸 것이다. 

      게다가 채권은 주식에 비해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양이 압도적으로 많다. 국내 생명보험사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380조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주식(50조원)의 8배다. 증권사 역시 총 244조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채권의 수익률이 올라 가격이 떨어지면 손실이 생기는 구조다.

      문제는 파괴적이었던 채권 금리 상승이 아직 금융사 실적 컨센서스에는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나와있는 대부분의 올해 1분기 금융사 실적 전망은, 올해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트레이딩 수익을 얻는다는 전제 하에 짜여져있다.

      '트레이딩 부문 수익이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전제부터 망가졌다. 업종 및 대응능력에 따라 다르지만, 금융사별로 전년동기 대비(yoy) 트레이딩 부문 손익이 최소 10%에서 평균 50% 이상 줄었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일부 리서치 하우스에서는 한 발 먼저 이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대신증권은 최근 주요 상장 5개 증권사 1분기 순이익 합계가 1조원을 밑돌 것이라고 제시했다. 현재 컨센서스 1조1200억원 대비 11% 낮은 수준이다.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는 예견된 것이다. 문제는 트레이딩이었다. 5개사의 트레이딩 포함한 상품운용수익이 2600억여원대로, 지난해 1분기 대비 6800억여원 대비 62%나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브로커리지, 기업금융(IB), 상품운용 수익이 모두 줄어들며 전체 순이익 역시 전년동기 대비 평균 33%가량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다.

      보험사에도 손실 전망 반영이 시작됐다. KB증권은 최근 삼성생명 목표 주가를 6.8% 하향 조정했다. 1분기 중 금리상승 등의 영향으로 변액보증에서 1000억원 규모로 손익이 악화해, 1분기 연결기준 지배주주 순이익이 컨센서스 대비 10% 낮은 3400억원대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KB증권은 같은 논리도 한화생명 역시 950억원 규모의 변액보증 손익 악화분을 반영했다. 이를 반영한 1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680억여원으로, 현재 컨센서스 대비 무려 60%나 낮은 수준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 보험사가 유리하다는 건 상식이지만, 재무구조 및 채권 운용 역량에 따라 차별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듯 하다"며 "3월 시장금리 급등에도 보험주 주가 상승률이 완만한 건 이런 까닭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는 대형 금융지주 주가의 발목을 잡는 배경으로도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 대장주인 KB금융지주 주가는 3월 들어 30일까지 불과 0.5%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4대 금융지주의 주가 상승률 평균치는 2.9%로, 코스피 상승률 1.7% 대비 조금 나은 수준에 그쳤다.

      은행의 실적이 좋을 거라는 덴 이견이 거의 없다. 3월 중 채권 금리 상승에 따라,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역시 9%가량 상승했다. 지난해 시작된 예대금리차 상승 추세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 주요 금융지주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하는 건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 축소 우려가 일부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올해 은행이 좋고 비은행이 별로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비은행 수익 축소폭을 은행이 메꿀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최근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 제한을 해제한 건  이런 배경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