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주총 시즌 종료…커진 주주 목소리에 쏟아진 주주 환원책
입력 2022.04.05 07:00
    저성장 국면, 횡보장에 커진 주주들 목소리
    SM엔터, 행동주의 펀드 ‘감사’ 선임 결과도
    주주환원책 강화로 대응하는 기업들
    행동주의 펀드 공세, 전세계 유사한 흐름
    주주 vs 기업 구도 당분간 지속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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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2022년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 했다. 전세계 주요 국가들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올해엔 우리나라에서도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 연출됐다. 행동주의펀드를 비롯한 주주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눈에 띄었는데 일부 기업에선 보기 드문 결과도 나타났다.

      기업들은 주주환원책을 쏟아냈다. 주식 시장이 횡보하면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 그리고 배당성향 강화 정책들을 연달아 발표했다. 일부 기업들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측면도 있었으나 금융회사 또는 대기업들은 장기적으로 기업 친화적인 주주들을 결집하기 위한 목적도 강했다.

      올해엔 글로벌 연기금들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눈에 띄었다. 경영권 분쟁을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사전에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공시하는 등 기존엔 찾아 보기 어려웠던 모습을 보였다. 기업을 향한 기관, 개인, 행동주의펀드 등 주주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즉 기업의 오너와 경영진들이 더욱 적극적이고 차별화한 주주환원책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 다가온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 주주총회에선 오랜 기간 경영권 분쟁을 겪은 기업들이 역시 화두였다.

      한진칼은 올해도 KCGI의 주주제안으로 표대결이 펼쳐졌고 회사측이 압승을 거뒀다. KCGI는 4년 넘는 기간동안 꾸준히 주주제안을 해왔으나 결국 관철하지 못했다. 주총 이후 보유한 지분 전량을 호반건설에 매각하며 사모펀드(PEF)로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는 받았다.

      가구 제조업체 한샘의 경우 최대주주인 IMM PE에 맞서 2대주주인 테톤캐피탈파트너스(Teton Capital Partners)가 이사회 진입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친족간의 갈등으로 경영권 분쟁이 비화한 기업들도 주주들의 선택을 받았다. 

      금호석유화학은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의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했으나 주주들은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박 전 상무는 여전히 단일 최대주주로서 회사를 꾸준히 견제하겠단 의지를 밝히며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살려뒀다. 한국앤컴퍼니는 조양래 전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고문이 등기이사에 물러났다. 차남인 조현범 회장이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형제의 난이 종식했다.

      올해 주총 시즌의 하이라이트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였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제안으로 올린 감사 선임 안건이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 가결됐다. SM 측 추천 인사는 주총 개회 직전 자진사퇴했다. 이는 주주가치 제고에 비교적 소홀했던 기업에 대해 주주들이 결집한 사례임과 동시에 행동주의펀드가 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어 낸 국내 몇 안되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행동주의펀드의 감사 선임에는 ISS,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지지가 유효했다. 또한 글로벌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중앙은행투자관리청(NBIM)의 지지도 이번 결과를 이끌어 낸 요인중 하나였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금호석유화학의 주총에서 공개적으로 박 전 상무 측의 손을 들어주는 등 국내 기업들의 이슈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연초엔 네덜란드 공무원연금(ABP)의 기금운용자회사인 APG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10곳의 국내 대기업에 기후 변화 위기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나타낼 것을 요청했다. 해외 기관투자가가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요구에 나선 이례적인 사례로 꼽히는데 이러한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움직임은 향후 더욱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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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주들의 결집, 집단적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기업들은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제시하고 나섰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금융지주회사들은 배당성향을 크게 끌어올렸다. 전년 대비 배당 규모를 축소한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전체 상장기업들의 배당금액은 40%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양호해 배당 여력이 늘기도 했으나 주가에 민감하고 주주환원책을 면밀히 따지는 주주들이 늘었다는 점도 기업들이 친(親)주주정책을 강화하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주들의 공세, 기업들이 방어책을 마련하는 구도는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해외에서도 행동주의펀드 등 주주들의 공세가 격화하는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글로벌 행동주의펀드들은 약 3~4년전부터 저성장 국면이 뚜렷한 일본 기업을 타깃으로 활동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세븐일레븐을 소유한 세븐앤아이홀딩스는 미국계 행동주의펀드 서드포인트매니지먼트(Third Point LLC)의 공세에 2018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사퇴한 사례가 있었는데 최근에도 역시 자산매각 등의 요구를 받고 있다. 최근 도시바(Toshiba)는 기업분할을 시도하려 했으나 행동주의펀드의 반대로 실패하며 PEF로의 매각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미국 또한 마찬가지이다. 코로나 시대에 각광받던 펠로톤(Peloton)은 최근 기업가치가 급락하자 행동주의 투자자 블랙웰스캐피탈(Blackwells Capital)로부터 CEO 해고와 회사 매각을 요구받고 있다. 미국 장난감 업체 해즈브로(Hasbro) 역시 행동주의 투자자 알타폭스캐피탈매니지먼트(Alta Fox Capital Management)로부터 회사의 분사를 요구받고 검토에 돌입하기도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행동주의펀드들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있는데 지배구조가 취약한 일부 한국 기업들 또한 저성장 국면, 주식시장의 정체기에서 행동주의펀드들의 타킷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같은 기업들은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통해 친기업 성향의 주주들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숙제 중 하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