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ㆍ조달비용↑에 투자 두려운 운용사들…서울시티타워 매각도 빨간불
입력 2022.04.07 07:00
    오피스 거래 위축세…중소형 오피스 인수들 여파
    BNK운용, 디파짓 포기 불사하고 서울시티타워 인수 철회
    이자비용이 기대수익률 상회…COC 4%대 매물 가뭄 상황
    부동산 운용사 "펀드 꾸리자마자 마이너스가 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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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리 인상 흐름이 프라임 오피스 인수·합병(M&A) 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현금투자수익률(COC)이 4%대인 매물 씨가 사실상 마르며 이자비용이 기대 수익률을 상회하는 수준까지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인수 부담 가중에 서울시티타워 등 주요 오피스의 매각이 중단되는 사례도 잇따라 출회됐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부담 가중 여파로 주요 오피스 매수세가 위축세다. 특히 중소형 오피스 건물 중심으로 인수 의사를 철회하는 사례가 잦다. 투자자들이 보다 신중해진 만큼 여의도 IFC와 같은 초대형 거래를 제외하곤 오피스 매수 기회가 눈에 띄게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매각이 진행 중이었던 서울시티타워 거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서울시티타워는 국민연금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지분 전량을 보유한 자산으로, 매각가는 5000억원대에 이른다. 지난 2007년 국민연금은 서울시티타워를 3185억원에 매입했다가 작년 7월 매물로 내놨다. 

      지난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BNK자산운용은 최근 인수 디파짓까지 포기하고 서울시티타워 인수를 철회했다. 인수 포기 배경으로 입지 조건 등에 따른 사업성 평가 부진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금리 상승 압력이 주효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매각 개시 당시엔 CBD(핵심업무권역) 오피스 수요가 높았던 만큼 상당한 시세차익이 기대됐으나 금리가 오르며 기대수익률을 떨어뜨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3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며 본격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한 가운데 한국은행도 올해 1월 기준금리를 1%에서 1.25%로 0.25%포인트 추가 인상한 상황이다.  

    • 금리가 인상되면 매수자는 조달금리에 부담을 느껴 거래에 소극적이게 된다. 일부 대출의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신규취급 기준으로 작년 3월 0.84%에서 올해 2월 1.7%까지 올랐다. 코픽스 상승은 곧 조달비용이 비싸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자문 관계자는 "최근 5년간 캐피탈 게인(자본이익)을 역산해보면 임대료 인상이 아닌 금리 인하 요인이 컸음을 알 수 있다. 금리 인상은 자본조달 입장에서 금리 절대값이 두 배까지 될 수 있고, 과거 초저금리 기반으로 산정된 밸류와 비교하면 투자 수익이 크게 절반까지도 깎일 수 있는 이벤트"라며 "업계 다수 매물이 사실상 작년 이후 적정 매도 시점을 놓쳤다"는 시각을 내놨다.

      이자비용이 기대 수익률을 뛰어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현재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선순위 금리는 올초 3% 후반대를 지나 4% 초반대까지 올랐다. 반면 부동산 현금투자수익률(COC)은 2~3%대에 머물고 있다. COC가 4%대인 매물은 사실상 씨가 말랐다. 

      한 운용역은 "펀드를 꾸리자마자 마이너스가 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COC 4%대 매물이 사라진 와중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지도 큰 상황이다. 투자자를 모집하고 대출받는 전통방식으로는 도저히 수익 내기 쉽지 않다보니 안팎으로 여러 아이디어를 짜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과 함께 매매가도 계속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투자수익률은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글로벌부동산 컨설팅업체 컬리어스는 금리 상승 기조에도 불구하고 오피스 매매단가가 GBD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꾸준히 유지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작년은 저금리와 시장의 풍부한 유동으로 역대 최대 투자규모를 기록한 한해였다. 최고가도 잇따라 경신됐다. 지난해 10월 안제타워(강남구 역삼동)의 매매단가가 GBD 오피스 건물의 연면적 기준 3.3㎡당 4300만원에 거래됐고, 지난달엔 부근의 멀티캠퍼스 빌딩이 45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가격이 추가로 더 오를 것이란 시장 기대가 있다보니 매도자가 매각 의사를 철회하는 경우도 잇따른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한 달간 매각 철회 사례만 두 건이 있었다. 정권 교체 이후에 대한 기대 등 조금만 기다리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소위 '시장이 드디어 미쳐 돌아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도 안 되는 가격들이 나오는데 이를 감내할 수 있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올해는 투자자의 투자 활동도 위축되고 투자 가능한 매물도 줄어들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