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는 ‘모호’, 오너는 알짜 자회사 최대주주로…동원산업 합병에 실망한 투자자들
입력 2022.04.13 07:00
    오너회사 동원엔터 가치는 극대화
    만년 저평가 동원산업은 시가 평가
    김남정 부회장 2조원 대 상장사 최대주주로
    투자자들 실망 매물에 하루만 14% 급락
    동원산업 재무부담, 지주사 디스카운트도 고려요인
    주식매수청구 700억원 초과시 이사회 재추진 결정
    개인주주 2명 중 1명 반대시 무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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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동원그룹이 동원엔터프라이즈(이하 동원엔터)와 동원산업을 합병한다. 합병이 완료하면 김남정 동원엔터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동원산업의 최대주주로 등극함과 동시에 이사회 구성원으로 합류한다. 

      오너 일가는 합병을 통해 커진 상장회사의 지분을 절반 이상 확보하게 되지만, 동원산업의 투자자들은 지분 희석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합병 발표 이후 주식시장에선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동원그룹의 지주회사인 동원엔터는 김남정 부회장(68.3%)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지분 99.6%를 보유한 오너회사이다. 동원엔터의 자회사 동원산업에 대한 지분율은 62.7%이다. 합병은 동원산업이 존속회사로 남고 동원엔터가 소멸하는 구조이다. 양사는 주주총회(8월30일)를 열어 최종 합병 여부를 확정한다.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에 근접한 오너일가(동원엔터), 동원엔터(동원산업) 지분율을 고려하면 주총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합병 발표 이후 상장회사인 동원산업의 주가는 급락했다. 11일 하루 동안 14%에 가까운 급락세를 보였고, 기관투자가와 외국인투자자 모두 순매도에 동참했다. 동원산업은 합병 발표와 더불어 주주들에게 ‘호재’로 작용하는 주식액면분할을 계획을 발표했으나 급락세를 막지는 못했다.

      이같은 흐름은 사실상 ‘오너 일가’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 산정됐다는 평가에 기인한다. 

      동원산업의 자산총액은 1조6354억원, 동원엔터는 2조4935억원으로 평가됐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의 합병비율은 1대 0.767주이다. 동원산업이 5대 1 액면분할을 추진하면서 최종 합병 비율은 1대 3.838주, 즉 소멸회사(동원엔터) 액면가 5000원짜리 보통주 1주에 액면가 1000원짜리 존속회사(동원산업) 보통주 3.838주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동원산업의 가치는 산술평균주가(24만8961원), 동원엔터는 공정평가 방식에 따라 산정됐다. 지주회사인 동원엔터의 영업가치는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자회사 지분가치가 반영됐다. 동원엔터의 기업가치엔 동원산업을 비롯한 자회사 가치가 모두 포함됐고, 만년 저평가 꼬리표를 달고 있는 동원산업은 시가(가중산술평균)로 평가받으며 합병 비율에 대한 괴리감이 컸다는 평가다.

      동원산업 이번 합병과 관련해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및 경영의 효율성 제고를 실현하겠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물론 현재의 지주회사 체재 내에선 주력인 동원산업의 자본을 활용한 대대적인 확장전략을 펼치기 어렵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지분율 의무보유 요건을 갖춰야하는데, 손자회사들의 경우엔 반드시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확보해야하는 부담이 있다. 이번 합병이 완료하면 일단 현금 여력이 있는 동원산업이 주체가 돼 직접 투자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거론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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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합병 이후 동원산업의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중 하나이다.

      합병 이후 동원산업의 자본 규모(자산 3조1000억원→6조7000억원, 자본 1조5000억원→2조6000억원)는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동원엔터가 보유한 계열사의 재무 부담이 고스란히 존속회사(동원산업)에 가산(EBITDA 대비 순차입금 2.1배→2.8배, 부채비율 105.3%→154.5%)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합병과 관련해 “합병으로 (동원산업의) 이익창출 기반과 계열 내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이나 주요 재무지표는 다소 저하될 전망이다”며 ”향후 강화된 영업 기반을 토대로 재무구조를 개선해 나가는 지를 중점적으로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금융업계의 반응도 시원치 않았다.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추후 지주회사로 승격하면서 발생할 지주사 디스카운트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가 직접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동원산업이 동원엔터가 보유한 상장회사들을 자회사로 거느리게 되는 구조가 되면서 중첩되는 상장 구조가 마련됨에 따라 디스카운트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합병이 완료되면 동원엔터의 최대주주인 김남정 부회장은 비상장 회사인 동원엔터의 기업가치를 2조원 이상 인정받고, 합병후 조 단위 이상이 예상되는 동원산업의 최대주주(48.4%) 자리를 확보한다. 동시에 동원산업의 이사회에도 사내이사로 합류하면서 직접적인 경영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추후 동원산업의 자회사 스타키스트의 배당이 활성화하고, 동원산업 내 사업부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재평가가 이뤄지면 오롯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동원산업의 주주들 입장에선 지분율 희석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현재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은 2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총 또는 주주제안을 통한 의사 개진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주총과는 무관하게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가 700억원을 넘을 경우엔 이사회는 재차 합병을 논의하게 된다. 일단 오너회사인 동원엔터의 경우 주식매수청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가 제시한 동원산업의 주식매수청구 금액은 23만8186원으로 현재 주가 대비 1만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동원산업의 소액주주 비중은 20.6%이다. 총 75만7531주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가(23만8186원)를 기준으로 약 30만주의 매수 청구가 행사되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