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몸값 놓고 눈치싸움 들어간 MBK파트너스-우리금융
입력 2022.04.14 07:00
    인수 2년반만에 매각설 부각…당사자들은 일단 부인
    MBK파트너스와 공동 투자한 우리은행 존재 변수로
    우리은행, '우선매수권' 아닌 구속력 없는 '우선검토권' 보유
    우리금융 존재감 줄어야 다른 후보 끌어들이기 유리
    M&A 필요한 우리…카드사여야하나 고민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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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카드 매각 가능성이 부상하며 금융시장의 이목이 모이고 있다. 롯데카드 인수 당시 우군으로 나선 우리은행에 우선권이 있을 것이란 시각이 있는데, 이는 다른 후보들의 참여 의지를 위축시키고 MBK파트너스의 회수 극대화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MBK파트너스로선 KT 등 다른 후보가 먼저 부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리금융지주는 롯데카드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가장 필요한 것은 증권사지만 지금 마땅한 매물을 찾기 쉽지 않고, 손태승 회장은 남은 1년 임기 동안 비은행 사업 확장 성과가 필요하다. 다만 성과를 위해 무리한 가격을 지불할 수도 없기 때문에 올해 내내 증권사 설립과 인수, 롯데카드 인수 등 선택지를 두고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는 2019년 10월 롯데카드를 인수했는데, 2년여 만에 다시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금융과 KT 등이 비은행 사업 강화, 금융업 확장 목적으로 롯데카드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일단 모두 손사래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매각보다 경쟁력 강화가 우선이란 분위기고, KT와 우리금융에선 진행되는 사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를 인수하며 우리은행과 손을 잡았다. 롯데카드 지분 59.82%는 MBK파트너스가, 20%는 우리은행이 각각 인수했다. 그러니 롯데카드가 다시 매물로 나온다면 우리금융이 인수 1순위로 꼽히는 것도 자연스럽다.

      MBK파트너스 입장에선 우리금융의 존재가 껄끄럽다. 유력한 협상 후보가 있는 것은 좋지만, 다른 잠재 인수자들의 행보를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우리은행이 롯데카드 인수에 참여하며 확보한 것은 우선매수권처럼 강력한 권리가 아니라 ‘우선검토권’으로 알려졌다. 이는 롯데카드 주주로서 회사를 살필 수 있는 수준의 권리로 큰 구속력이 없다.

      MBK파트너스로선 롯데카드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우리금융의 권리가 강하지 않으며, 다른 잠재 후보들에게도 동일한 인수 기회가 있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당장 롯데카드 매각을 공식화하진 않겠지만 이왕 이야기가 나온김에 시장 분위기를 살피고 있을 것”이라며 “MBK파트너스 입장에선 우리금융과 연결고리가 강하지 않으며 다른 후보들에도 충분히 기회가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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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금융 입장에서도 롯데카드 인수를 검토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롯데카드는 지금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임원들에 왜 팔았냐고 질책한다는 이야기가 돌 만큼 좋은 회사다.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기존 우리카드와 합쳐 업계 수위권 업체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과거 아주캐피탈처럼 ‘투자 후 인수’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

      우리금융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증권사고, 그 다음이 보험사다. 다만 둘다 당장 마땅한 인수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지금까지 지주사 재전환, 투자 여력 부족 등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웠고 자산운용사와 신탁사, 캐피탈사 인수 등 곁가지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굵직한 M&A 성과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매물로 나올 수 있고, 기존 관계도 있는 롯데카드 인수가 나쁘지 않다.

      손태승 회장 입장에서도 M&A 성적표가 중요하다. 2020년 연임에 성공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인정받았지만 이제는 과점주주들의 압박이 적지 않다. 이사회에선 손태승 회장의 뜻을 존중해 권광석 우리은행장 연임 대신 이원덕 행장 선임에 힘을 실어줬으니 이제 그만큼 기대감을 충족시켜줘야 한다. 업황 따라 비슷하게 나오는 금융그룹들의 실적은 큰 의미가 없으니, 대형 M&A로 성과를 드러내야 한다. 임기가 1년 남은 손태승 회장이 연임하려면 슬슬 M&A의 기본틀까지는 마련해야 한다.

      우리금융이 얼마나 자금력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카드사 인수에 후한 값을 쳐줄 명분이 많지 않다. 우리은행이 롯데카드에 투자할 당시 평가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0.8배였는데, 이 수준에만 MBK파트너스 보유 지분을 사오려 해도 1조60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MBK파트너스의 롯데카드 기업가치 개선 작업이 성과를 보이면 거래 배수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 입장에서야 카드사업도 더 확장할 수 있다면 나쁠 것이 없다”면서도 “성장성이 둔화하는 카드산업에 후한 가치평가 배수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우리금융이 증권사를 직접 설립할 것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다. 우리금융에선 증권사 설립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고 증권사 인수가 최우선 과제란 입장이다. 증권업이 초호황을 누린 지난 2년보다는 올해 증권사 매물 가치가 낮아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다만 증권사나 보험사 인수 성과가 늦어질수록 롯데카드 몸값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MBK파트너스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우리금융이 높은 가격을 먼저 써주면 그대로 거래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후보들을 열심히 끌어들여야 한다. 적어도 우리금융에 대해선 시간이 지날수록 적어도 협상력이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 시장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연말께 롯데카드 매각을 공식화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