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통합앱 시작은 '거창'…각자도생 문화는 '여전'
입력 2022.04.14 07:00
    14일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 통합한 앱 출시
    인터넷은행 출현 등 디지털 전략 강화 필요성
    보신주의 문화 팽배한 데 운전수 누가 맡을까
    미래에셋금융과 달리 계열사간 교통정리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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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 금융계열사가 생명·화재·카드·증권 등 금융계열사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통합앱을 출시한다. 이와 발맞춰 공동 브랜드인 ‘삼성 금융 네트웍스(Samsung Financial Networks)’도 출범한다. 경쟁사들의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간 ‘각자도생’으로 생존전략을 모색한 삼성 금융사에서 누가 리더십을 갖고 해당 사업을 진행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크다. 그룹에 어필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성과 만들기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삼성 금융계열사는 14일 통합앱 ‘모니모’를 출시한다. 지난해 4월부터 1년여 간 통합앱 개발을 진행해왔다. 삼성카드가 통합 플랫폼 구축, 운영을 맡았으며 삼성생명·화재·증권이 공동시스템 구축을 위해서 비용을 지불했다. 통합앱에는 각 금융계열사 온라인 서비스뿐 아니라 오픈뱅킹, 보험료 결제, 내 차 시세조회, 신차 견적, 부동산 시세 조회 등 다양한 콘텐츠가 담길 예정이다.

      통합앱 출시에 발맞춰 브랜드 리뉴얼도 이뤄진다. 삼성 금융사는 지난해 말부터 경영진, 임직원, 브랜드 전문가들이 참여해 공동으로 브랜드 개발에 나선 바 있다. 삼성의 금융 공동 브랜드에는 ‘삼성(Samsung)’이란 표기 아래 금융 협업을 의미하는 ‘금융 네트웍스(Financial Networks)’가 함께 들어간다.

      사별 옥외 간판과 명함,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각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되는 하위 브랜드와 자회사에 대한 개편도 순차적으로 이뤄질 계획이다. 통합앱 출시로 인해서 ‘삼성 금융사’를 각인시키는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런 삼성 금융사의 움직임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삼성 금융사로 통칭해서 말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간의 삼성 금융사의 움직임은 ‘각자도생’이었다. 각 금융계열사 간 협업 모델은 그만큼 낯설다. 디지털 통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지도 수년째이지만 그 결실이 이제서야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통합을 위한 TF가 수년 전부터 조직되었지만, 실제 결과물이 나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라고 말했다.

      삼성 금융사의 핵심은 결국 보험 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화재가 삼성 금융사의 두 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두 회사끼리도 연계된 영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하다못해 보험사의 가장 큰 먹거리인 퇴직연금에 있어서도 고객사에 가면 두 회사가 동시에 영업을 진행하며 사실상 경쟁구도를 이루고 있다.

      상품연계가 용이한 자산운용과 증권의 협업 모델도 그간 뚜렷하지 않았다. 오히려 판매사인 삼성증권에선 자사 상품 밀어준다는 세간의 평가가 나올까 오히려 터부시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 출신 사장이 삼성증권 사장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옮긴 후엔 ‘남 보듯이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삼성 금융사에선 박현주 회장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미래에셋금융이 부럽다는 자조 섞인 평가도 한다"고 말했다.

      이번 통합앱 출시를 두고도 이런 부분으로 인해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각 계열사끼리 출자해서 삼성통합앱을 만들긴 했으나 이를 운용하고 이끄는 ‘운전수’ 역할은 누가할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와 미래에셋금융 등이 디지털 전략을 강화하면서 계열사간 통합을 강조하고, 인터넷 전문은행의 출현으로 더는 미룰 수 없어서 통합앱 개발과 협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이끌 리더십이 아직까진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특히나 삼성 금융사에선 시장에서 눈에 띄는 신사업을 추진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동방생명을 인수해 시작된 삼성생명을 비롯해 삼성 금융사 자체가 M&A를 통해 탄생했음에도 최근 삼성 금융사가 M&A를 한 사례는 거의 없다시피 한다. 

      삼성생명의 경우 영국계 부동산기업인 세빌스(Savills plc) 계열 자산운용사인 새빌스투자운용의 지분 25% 인수, 삼성화재는 영국 손해보험사 캐노피우스(Canopius)의 대주주인 포튜나탑코(Fortuna TopCo) 유한회사 지분 투자, 삼성자산운용의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앰플리파이(Amplify) 지분 20% 인수 등 소수 지분 투자 정도가 전부다.

      내부적으로 신사업을 추진보다는 ‘사고만 일으키지 말자’가 삼성 금융사를 대변하는 문화란 설명이다. 이번 통합앱 역시 핀테크 플랫폼 급성장과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으로 시장 판도가 변하는 가운데 금융사 최고경영자들이 그룹에 '어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성공할지에 대한 의구심 역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진의 보신주의가 팽배한 상황에서 누가 삼성 금융사 통합에 총대를 멜지 지켜봐야 한다”라며 “각 계열사간의 교통정리가 되어 있는지조차도 명확하지가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