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국내 운용사들...'해외 ETF 운용사 매물 어디 없나요'
입력 2022.04.14 07:00
    Weekly Invest
    삼성자산운용, 美 ETF 운용사 앰플리파이 지분 20% 인수
    글로벌X·호라이즌 인수, 테마형 ETF로 미래에셋운용 점유율 1위 등극
    KB 등 국내 운용사, 인수하고 싶어도 시장에 물건 없고 가격도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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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펀드시장 환경이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한 패시브 중심으로 변하며, 해외 ETF 운용사를 인수하려는 국내 운용사들의 움직임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외 ETF 운용사를 인수한 미래에셋운용이 승승장구하자, 비슷한 전략으로 격차를 줄이려는 포석이다.

      다만 이미 인수할만한 매물은 이미 씨가 말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하위권 ETF 운용사 소수 지분 투자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리 움직이지 않은 후발 주자들은 당분간 격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삼성자산운용은 미국의 ETF 전문 운용사 앰플리파이의 지분 20%를 인수했다. 2014년에 설립된 앰플리파이는 2022년 4월 기준 운용자산(AUM)은 약 5조원(41억 3400만 달러)으로 미국 ETF 운용사 37위다. 블록체인(BLOK), 온라인리테일(IBUY), 고배당인컴(DIVO) 등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이번 인수는 턱밑까지 추격해온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따돌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자산운용은 2020년까지 ETF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넘기며 독보적인 지위를 지켜왔지만 지난해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점유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ETF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월 50.1%에서 1년 만에 41.4%로 줄어든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같은 기간 27.3%에서 37.2%까지 높아졌다.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하위 운용사의 점유율이 크게 변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삼성자산운용의 상당 부분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가져왔다는 평이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약진을 테마형 ETF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형 ETF가 인기 있었다면, 요즘엔 전기차, 메타버스 등 특정 테마에 투자하는 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에 국내 신규 상장된 주가지수 ETF 중 테마형 상품은 77%라는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ETF 담당의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차이나전기차 등 테마형 ETF 상품을 2020년부터 집중적으로 출시하기 시작했는데, 삼성자산운용은 그렇지 않았다”며 “국내 ETF 시장에서 주식형 ETF 점유율이 60%가 넘기 때문에 테마형에 집중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유율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테마형 ETF는 경기민감주들을 담고 있어 지금과 같은 금리인상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있는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대수익률이 높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높고 해당 테마가 '반짝 유행'에 그친다면 손실을 회복하기도 어렵다. 

      삼성자산운용도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인수에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다소 늦었다는 반응이다. 한 운용사의 ETF 담당자는 “삼성자산운용의 인수는 경쟁사 대비 다소 늦은데다 경영권이 아닌 지분투자라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앰플리파이도 블록체인 ETF로 이번에 이름이 좀 알려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앰플리파이는 지난해 기준 미국 ETF 운용사 시장점유율이 0.06% 정도에 불과하다.

      삼성자산운용에 앞서 해외 ETF 시장진출에 나선 곳이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1년 캐나다 ETF 운용사인 호라이즌을 1430억원에 인수하며 해외진출에 나섰다. 호라이즌의 운용규모는 인수 이후 11년 만에 3조6000억원에서 20조원으로 6배 이상 몸집을 불렸다. 

      이어 2018년에는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X를 약 5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만 해도 너무 비싸게 산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글로벌X의 인수가격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의 17.4배로 업계 1위였던 아이셰어즈의 14배보다 높았다. 

      그러나 인수 당시 105억 달러(12조8562억원)이었던 AUM이 현재는 441억 달러(53조9872억원)을 넘어섰다. 피델리티 등을 제치고 미국 ETF 시장 13위에 올라섰다. 이제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실적이 더 많은 상황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금 글로벌X를 인수한다면 더 높은 가격을 지금하거나 인수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단 삼성운용도 시너지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인수로 2대주주로 올라서고, 이사회 멤버로도 참여할 예정이다. 아시아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어, 앰플리파이의 상품을 국내를 비롯 아시아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운용보다 더 늦은 운용사들도 많다. KB자산운용 등 국내 운용사들도 해외 ETF 운용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인수까지는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TF 전문 자산운용사의 인수 가격도 비싸고 매물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모그룹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운용사들은 해외 ETF 운용사를 인수하고 싶어 한다. 다만, 살만한 괜찮은 회사들이 없다”며 “해외진출 한다고 조그마한 운용사 아무거나 살 수도 없고, 셀사이드에서 가격도 높게 불러서 거래가 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