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행동주의 펀드 타깃됐나?...'소버린 사태와는 달라'
입력 2022.04.15 07:00
    美 헤지펀드 돌턴, SK(주)의 주주환원 정책 높이 평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정책 필요성은 제기
    '행동주의'보단 '관여주의'에 가까워...SRIㆍESG 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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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가 미국의 헤지펀드로부터 주주 서한을 받았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행동주의펀드의 타깃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단 아직까진 이전의 '소버린 사태'처럼 경영권 이슈로 비화될 소지는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오히려 지주사로서 SK㈜가 다른 그룹사와는 주주친화에서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고, 시장에선 이 점을 높게 산다는 분석이다.

      지난 6일 미국의 헤지펀드인 돌턴인베스트먼트는 SK㈜ 이사회와 경영진 앞으로 주주서한을 보냈다. 우선 돌턴은 SK㈜가 주주총회에서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을 비롯해 그간 주주환원 정책을 비롯해 주주가치 증대에 대해 노력한 점을 높이 샀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SK㈜는 2021년 회계연도 기말배당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주당 6500원을 결의하고, 배당금 총액으로 4476억원을 책정했다. 이는 전년보다 21% 증가한 수치다. 더불어 회사는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 자사주를 매입하고, 자사주 소각을 계획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려고 한다.

      이에 대해 돌턴은 “주주가치 개선을 위한 SK㈜ 경영진의 지속적인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라며 “주식 기반 보상을 통해 회사와 주주의 이해관계가 갈수록 일치하는 점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이슈가 된 부분은 돌턴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강조한 부분이다. 돌턴은 “현재 밸류에이션 할인 폭이 크기에,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에 집중하고 자사주 소각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SK㈜를 타깃으로 한 행동주의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SK㈜가 보유한 자사주(지분율 24.4%)가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이를 명분으로 '주주 행동주의' 공격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SK㈜는 이전에도 행동주의의 타깃이 된 바가 있어서 트라우마가 크다. ‘SK 소버린 경영권 분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사태로 2003년 소버린 자산운용이 SK㈜ 주식을 대량 매입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사회 사퇴를 요구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최 회장은 경영권을 잃을 절체절명의 상황까지 내몰렸다. 과거의 이런 이력 때문에 돌턴의 이번 주주서한에 대해서도 확대해석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진 이런 우려는 기우에 가깝다는 게 금융권 복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돌턴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을 공격한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행동주의 펀드와는 결이 다르다. 돌턴은 기업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큰 회사에 장기투자를 통해서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다. 

      통상의 행동주의는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회사의 이슈를 부각시켜 이를 개선함으로써 수익을 추구한다. 돌턴은 '주주 관여주의'에 가깝다. 지배구조 문제 있는 회사보단 장기투자가 가능한 회사의 옥석을 가려 투자하는 것을 주요 전략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돌턴은 사회책임투자(SRI) 및 ESG에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는 투자자로 알려졌다.

      SK㈜에 주주서한을 보낸 목적도 광폭적인 주주친화 정책에 대해 찬성한다는 의견이 주요 목적이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제안한 것 또한 장기투자와 관련이 있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실시하는 것이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주주에게 배당보다 실익이 크다는 것이다. 그 이유인 즉슨 자사주 매입 및 소각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을 통해 얻는 수익이 배당 수익보다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나 지주사의 경우 주가에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적용이 되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는 작은 비용으로 주주친화 정책을 펼 수 있고, 자사주 매입 및 소각으로 지분율이 높아진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지속적인 주주친화정책으로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 더욱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한 기관투자자는 “지속주주 관점에서 배당 보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요청한 것이다”라며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한 행동주의로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한 돌턴이 SK㈜에 투자하는 이유도 다른 지주사보다 경영진과 소액주주의 이해관계 일치가 잘 되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2017년부터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며 CEO 성과평가지표(KPI)에 주가 상승을 주요 지표로 반영했다.일테면 대형주 지수인 코스피200과 계열사 주가 상승률을 비교해 등급을 나누는 방식이다.

      주가 상승과 재무 실적에서 성과를 낸 CEO에게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도 부여했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 주가상승과 CEO 성과를 연동시키고 CEO 평가를 이사회에 넘긴 대기업은 SK그룹이 유일하다.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선 SK㈜의 행보가 지주사에 모범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른 기관투자자는 “SK㈜의 일련의 주주친화 정책 강화는 지주사 할인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좋은 대안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