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분쟁 새국면…경영권 지분은 ‘관심’, 여전한 ‘오너 리스크’가 발목 잡을 듯
입력 2022.04.19 07:00
    아워홈 매각 대상 지분 58%로 확대
    2대주주 지분에서 최대주주 지분으로
    이사진 진입은 가능하지만, 해임은 불가
    現 구지은 체제 흔들기엔 부족
    외부급식사업 대기업 뛰어들기엔 한계
    자금력 있는 PEF? 오너 경영진과 관계 정립이 숙제
    IPO, 재매각 방안 두고 고심해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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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운수민 기자)

      범(汎) LG그룹으로 분류되는 국내 3대 위탁급식업체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이 새국면을 맞았다. 현재 집권하고 있는 구지은 부회장을 지지하던 오너일가 내에서 분열이 발생하며 인수자를 찾는 매각 대상 지분은 60%에 육박하게 됐다.

      매각 대상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는 지분으로 확대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는 예전에 비해 높아졌으나, 새 인수자에는 여전히 현재의 경영진들과 관계를 명확히 해야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비교적 높은 몸값에 대형 투자자가 나타나야 거래 성사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삼성웰스토리 사태를 비쳐봤을 때 대기업 전략적투자자(SI) 해당 산업에 선뜻 뛰어들 것으로 예단하긴 어렵다. 사모펀드(PEF)를 비롯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 충분히 관심을 가질법한 매물이란 평가도 있으나 현 경영진의 견제 속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일, 자칫 범 LG그룹과 껄끄러운 관계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아워홈은 LG그룹에서 분리하면서 구자학 전 회장이 설립한 식자재·급식 회사다. 지분 구성은 구자학 전 회장의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6%를, 삼녀인 구지은 현 부회장이 20.7%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 장녀 구미현 씨와 차녀 구명진 씨도 주요 주주다.

      수차례 남매의 난이 발발하면서 구본성 전 부회장은 결국 지분 매각을 공식화했다. 당초 매각 대상 지분은 38%에 불과했기 때문에, 장남인 구 전 부회장을 제외한 자매들의 지분율이 60%를 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기엔 부족했다.

      최근엔 상황이 반전했다. 

      장녀 구미현 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온 지분의 규모는 58%로 늘어나게 됐다. 즉 잠재 인수후보자가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이 38%로 2대 주주 지분에 불과했다면, 현재는 50%가 넘는 이사회 진입이 가능한 지분이 됐다. 결국 공격과 수비의 형태가 바뀌며 지분 매각작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셈이다.

      관건은 잠재적 인수후보자들이 얼마나 나타날지, 그리고 지분가치를 오롯이 인정할 수 있을지 여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은 삼성웰스토리 사태를 비쳐볼 때 대기업들의 참여를 장담하긴 어렵다. 물론 아워홈이 국내 위탁급식사업에서 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와 함께 공고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지만 대기업 군에서 아워홈을 인수해 사내급식업체 등 내부거래를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국내 위탁급식업체에 대한 성장세가 둔화한 상황에서 최근 웰스토리 사태까지 겹치면서 대기업이 사내 복지 또는 캐시카우로서 인수해 활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대기업 외에 중소, 중견 기업 또는 자금력을 갖춘 사모펀드 등이 관심을 보일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실적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매각에 다소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 꾸준한 현금흐름을 만들어 낸다는 가정이 확실하면 일부 재무적투자자(FI)들이 관심을 보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걸림돌은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남아있는 구지은 부회장이 새로운 인수자와 어떠한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 ▲재무적투자자가 범 LG그룹 계열사와 우호적인 관계를 정립할 수 있느냐 ▲인수후보자는 마땅한 투자금회수(엑시트) 수단이 있느냐이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지난 2016년 경영권을 확보했으나 지난해 6월 보복운전 논란 이후 세 자매에 의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다. 구지은 부회장은 임시주총을 통해 21명의 이사를 선임해 경영권을 장악했고 해당 이사들이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인수자가 기존 경영진과의 분란을 감수할 것인가에 대한 여부를 차지하고, 매각 대상 지분인 58%만으론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인 이사의 해임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경영권 지분 인수에 성공한다하더라도 현재의 이사회 구성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또한 대기업과의 돈독한 관계가 필수적인 PEF들의 특성상 LG그룹 오너일가의 분쟁에 선뜻 나서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현재 경영 구조를 새롭게 손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같은 리스크(?)를 감수할 투자자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구지은 부회장이 이사진을 장악한 상황에서 FI가 지분을 인수해 분란 없이 경영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많지 않아 보인다”며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 씨가 지분 매각에 동참한다면 매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현재 상황에선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PEF 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일가의 분쟁 상황은 아워홈의 매각 대상 지분의 가치를 산정하는 데 상당한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현재의 상황을 감수하고, 지분을 인수해 기업의 체질 개선을 이끌어 내기엔 상당한 시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I가 아닌 이상 재무적 투자자가 인수전에 참여해 실익을 얻기 위해선 투자금 회수 방안이 명확해야한다. 아워홈이 실적 성장세가 뚜렷하다면 기업공개(IPO)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코로나 상황 이후 한풀 꺾인 성장세, 그리고 해당 업체들에 대한 공정 당국의 스탠스 등을 비쳐볼 땐 사업적 환경이 녹록치만은 않은게 현실이다.

      대기업들이 직접 뛰어들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추후 중소,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엑시트 방안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현재 외식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국내 PEF 운용사들 또한 주요 엑시트 창구로 중견기업 등을 고려하고 있기도 하지만 이 과정엔 잠재 인수 후보자들의 자금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