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키맨 안중현 사장 승진…M&A 강화? 마지막 예우? 엇갈린 시선
입력 2022.04.22 07:00
    한화·롯데 빅딜 및 하만 인수에 관여한 M&A 키맨
    부사장 10년차 단행된 '원포인트' 승진 인사에 주목
    그간 공헌 인정 받아…후선에서 M&A 지원 나설 듯
    M&A와 거리 먼 부임지, 경력 마지막 경유지 시선도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안중현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데 대해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삼성전자 M&A의 중추 역할을 하던 인사의 갑작스런 승진 인사에 회사의 M&A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반대로 발령지가 현업이나 M&A 업무와 직접 연관이 없는 곳이다 보니 경력 막바지 예우 차원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지난주 안중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하고,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 SERI) 미래산업연구본부장에 임명했다. 삼성은 보통 12월에 사장단 등 정기 인사를 하는데, 이례적인 시기에 ‘원포인트’ 인사가 이뤄지며 시장의 관심이 모였다.

      안중현 사장은 부장이던 2004년 이재용 부회장(당시 상무)의 첫 사업 성과인 소니와의 합작사(S-LCD) 설립을 시작으로 오랜 기간 M&A 실무를 이끌었다. 한화·롯데그룹과의 빅딜, 그룹 최대 거래인 하만 인수 등에 관여했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에 연루되고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뒤에도 M&A 인력의 입지는 공고했다.

      안중현 사장 개인으로선 영광스런 일이다. 안 사장은 올해가 부사장 10년차로, 그룹이 어수선하지 않았다면 진작 승진했을 것이란 평이 많다. 늦게나마 직급이 오른 것은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인사제도를 손 보면서 부사장·전무 직급을 부사장 하나로 통합했는데, 안 사장을 한참 후배들과 같은 직급에 두는 것이 부담이 됐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대형 M&A를 공언했지만 아직 마땅한 성과가 없다. M&A 키맨에 대한 전격적인 승진 인사다 보니 본격적으로 M&A에 나선다는 신호탄을 쏜 것이란 시선도 있다. 시장에선 안중현 사장이 삼성글로벌리서치에서 M&A 지원 업무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지원 TF는 M&A 업무 외에 신사업 발굴 등 역할도 맡고 있었는데, 안 사장이 미래산업 연구진들과 함께 협의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아직 안중현 사장의 역할이 필요하다. UBS, 삼성증권 등에서 M&A를 맡았던 임병일 부사장이 사업지원 TF로 오긴했지만 안 사장의 무게감에 견주긴 어렵다. 안 사장과 손발을 맞췄던 여형민 부사장과 구자천 상무도 경험이 더 필요하지 않겠느냔 평가가 있다.

      반대로 이번 인사에 개인에 대한 예우 차원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삼성글로벌리서치는 기본적으로 연구기관이다. 각종 지표와 통계를 다루는 거시경제에 특화돼 있다. 역할을 넓게 보면 M&A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겠지만, 직접 연관이 있다고 하기도 어렵다. 밖에서 사업지원 TF 내 인사들과 긴밀히 소통하기도 쉽지 않다. 정현호 부회장(사업지원 T/F장) 아래에선 사장 없이 부사장 직급이 실무를 이끌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안 사장이 나중에 M&A만 이끌기 위해 돌아올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이번 인사가 그간 공로에 대한 치하 성격만 있는지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10여년간 M&A 분야에서 공헌한 키맨인 점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안중현 사장이라서 그 일들을 해냈느냐 볼 것인지는 의문이다. 한화·롯데 빅딜은 사실상 오너간 거래였고, 하만은 인수 후 시너지 효과가 더디게 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혁혁한 공이 있었다 보기도 어렵다. 국적농단 사태와 재판이 이어지면서 안 사장의 입지가 좁아진 것 아니냐는 평가도 없지 않다. 대형 M&A를 준비해왔지만 실제 이뤄진 것은 없다. 올해 하만의 독일 증강현실(AR) 기업 인수도 하만 자체적으로 진행한 거래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어차피 이 부회장의 재가 없이 대형 M&A가 이뤄지기 어렵다면, 무게감은 떨어지더라도 의견을 수행하는 M&A 팀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안중현 사장 승진 인사를 보고 삼성전자 M&A에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 생각했는데 부임지가 후방에서 연구하고 보고서 쓰는 삼성글로벌리서치다 보니 M&A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사장 승진은 시켜야 하는데 보낼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찾은 자리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삼성글로벌리서치는 삼성경제연구소 시절부터 그룹 고위 인사의 마지막 경유지라는 인상이 강했다. 2020년 육현표 에스원 사장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으로 왔고, 올해는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이 삼성글로벌리서치 삼성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으로 부임하기도 했다.

      다만 안중현 사장은 한 조직의 수장을 거쳐셔 삼성글로벌리서치로 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올해 연말 인사까지는 기다려봐야 그룹의 의중이 확실해질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M&A 업무를 후선에서 지원하다가 자리가 나는 계열사나 사업부를 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