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주가 폭락이 'K유니콘'에 던지는 질문
입력 2022.04.22 07:00
    Invest 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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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스트리밍 업계의 선두주자 넷플릭스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넷플릭스는 전날 1분기 유료 회원이 작년 4분기와 비교해 20만명 줄어든 2억2160만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 주가는 폭락했다. 20일 종가(226.19달러)는 올해 들어 62.5% 급락한 것으로, 52주 신저가 기록도 경신했다. 시가총액 역시 하루 만에 540억달러(약 66조6900억원)가 증발했다.

      월스트리트 투자은행(IB)들은 잇따라 투자 의견을 강등했다. JP모건은 넷플릭스가 향후 몇 달 동안 신저가를 작성할 수 있다며 목표주가를 50% 낮췄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공유 계정 단속과 광고 기반 모델에 장점이 있지만, 이 조치가 2024년까지는 회사에 주목할만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넷플릭스가 페이스북(현 메타), 애플, 아마존, 구글과 함께 이른바 ‘FANNG’으로 묶여있지만 사실 같이 묶여 있는 게 맞나 싶다. 넷플릭스를 제외한 ‘FANG’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고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반면 넷플릭스는 구독경제에 의존하는 콘텐츠 기업이다. ‘가입자 수 감소’는 ‘기업가치 감소’와 동일어인 셈이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고 보기에도, 앞으로도 지금의 영향력을 유지할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지적재산권(IP)으로 무장한 디즈니와 HBO, 자본력을 갖춘 애플과 아마존이 OTT 시장에 뛰어들면서 넷플릭스만의 강점도 점차 퇴색되고 있다.

      넷플릭스의 주가 폭락이 K유니콘에 시사하는 바도 같다. ▲압도적 또는 주도적인 시장점유율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없고 ▲확고한 기술경쟁력을 갖고 있지 않다면 자본력을 갖춘 후발 경쟁자들은 언제든지 뛰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판단한 시장은 엄중히 응징하며 행동으로 보여줬다. 이미 상장에 성공했거나 상장을 추진 중인 K유니콘 입장에선 간담이 서늘해질 만하다. 규모의 경제를 위해 만년 적자를 이어가고 있긴 하지만 시장에서 보기엔 회사들이 제시하는 목표는 뭔가 확 와닿지가 않는다.

      규제, 노동시장 환경, 시장 크기 등 한국 시장 특수성도 감안해야 하겠지만 K유니콘들이 주위를 압도하는 기술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고, 대체재가 없다고 하긴 애매하다. 우리 유니콘들은 여전히 ‘사람이 중심’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노동력에 의존을 많이 한다.

      그동안은 유동성 장(場) 분위기에 올라탔지만 수도꼭지가 잠겨지기 시작하면 시장은 급격히 냉정해질 테다. 넷플릭스는 그 시작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