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매각 4년...적자 늪에 노사 갈등 고조
입력 2022.04.26 07:00
    中 더블스타에 인수된 후, 적자에 투자소식도 없어
    재무구조 개선 위한 광주공장 이전도 '지지부진'
    노조는 베트남 공장 증설에 국내 일자리 줄까 염려
    노조 갈등 깊어지자 29일 경영설명회 열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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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호타이어가 중국의 더블스타에 매각된 지 4년 만에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적자 늪에 노사 갈등이 심해지는 모양새다. 경영상황이 매각 이전과 별반 달라지지 않은데다 국내 비중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매각 당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는 29일 금호타이어 경영설명회가 열린다. 경영진과 노조가 함께 자리하며 현재 금호타이어의 현안 이슈에 대해서 논의한다. 우선적으로 광주 공장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 이야기가 오갈 것으로 전해진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KTX 송정역 근처에서 함평 빛그린산단 일원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 광주공장 부지 용도를 상업이나 주거 용지로 변경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에 광주공장 매각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베트남 공장 증설에 대한 노조 측의 우려가 전달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타이어 대주주인 더블스타는 지난달 열린 ‘미래위원회’에서 노동조합은 베트남 공장 증설과 관련해 국내 투자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타이어 업계 등에선 금호타이어가 베트남 공장 증설을 내년에 마무리할 것으로 전해진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금호타이어의 해외 생산 능력이 국내를 넘어서게 된다.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국내 생산 물량을 이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노사 간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사전에 그런 논의 없이 이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와 관련해 경영설명회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이야기할 것"이라며 "물량 이관 문제는 공장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민감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 노조가 이렇게 강경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국내 공장 철수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로 넘어간 이후, 더블스타는 트럭·버스용 타이어(TBR)을 금호타이어 트럭·버스용 전문 매장을 통해 판매 테스트하는 등 사업 전략 변화를 추구했다. 트럭·버스용 타이어는 국내 업체가 가격 경쟁력 면에서 중국제품과 경쟁해 이기기 힘든 제품이다. 타이어 업계에선 이런 비즈니스 전략을 가져간다면 국내 공장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표한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강성 노조이지만 더블스타로 경영권이 넘어간 이후로는 파업을 자제하고 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3년 동안만 고용유지 계약을 맺었다는 점에서 고용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더블스타가 인수할 때부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고수하면서 파업을 강행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그럼에도 또다시 노조가 들고 일어서는 것은 그만큼 일자리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의 경영지표도 매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마땅한 인수 후보가 없다는 점이었다. 인수를 꺼리는 이유로 금호타이어의 경쟁사 대비 원가 비율이 높다는 점이 꼽혔다. 매출 원가율이 높다 보니 타이어를 생산해도 남는 게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한 이유로 국내 업체들이 인수를 꺼리고 중국 더블스타 밖에 인수 후보가 마땅치 않다는 논리로 매각이 진행됐다. 

      하지만 매각 4년이 지난 지금 금호타이어의 매출원가율은 매각 직전 수준으로 치솟았다. 2017년 매출 원가율이 84%에 이르렀는데 작년 매출원가율이 82%다. 물론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경쟁사들의 매출원가 비율이 올라가긴 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더블스타 인수 이후에도 계속해서 매출원가 비율이 치솟고 이는 회사의 적자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타이어업체들 사이에서도 해당 매각이 궁극적으로 국내 업체에 독이 됐다고 비판한다.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로 대표되는 국내 타이어 업체는 국내보단 해외 수출 물량 비중이 크다. 여전히 금호타이어는 한국산 타이어라는 인식이 있는데 중국으로 매각 이후 이렇다 할 투자 소식이 없는 등 브랜드 평판에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국내보단 해외 판매가 중요한데 금호타이어가 여전히 한국산 타이어로 인식되고 있다”라며 “금호타이어의 경영환경이 또다시 안 좋아지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크다”라고 말했다.

      매각을 종용했던 산업은행을 비롯, 정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매각 당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노조가 매각에 동의하지 않으면 회생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노조를 압박했다. 1조원 거론되던 매각가격도 6000억원 수준으로 깎였다. 당시 매각을 주도했던 인물이 금호타이어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매각 4년이 흐른 지금 금호타이어의 경영 안정성 문제가 또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노조는 일자리에 대해서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일각에선 광주공장 부지가 1조원에 달하는데 6000억원에 인수한 더블스타는 손해 볼 거 없는 장사를 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투자 소식도 들려오지 않으며 결국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질 소지도 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국내 투자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 점이 금호타이어가 직면한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