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 당 100억 기대감 사라진 한국 골프장
입력 2022.04.27 07:00
    홀 당 96억원 최고가는 사우스스프링스CC
    100억원 거론되던 골든베이는 75억에 매각
    골프인구 증가에 호황 이어질 것 평가에
    성장세 반영된 가격…유동성 흡수 시기에 100억은 ‘무리’
    골프장 신규 건설 50여 곳, 경쟁 심화·가격 경쟁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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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골프산업은 코로나 팬데믹의 수혜를 본 대표적인 산업중 하나이다.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몰리며 골프 인구가 크게 늘었고, 한 때 위기설까지 나돌았던 국내 골프장 산업은 때아닌 초 호황기를 맞았다. 현재도 골프 산업이 호황이란 점에 이견을 가진 투자자들은 많지 않지만 골프장 매매 가격만큼은 다소 조정을 받는 분위기란 평가다.

      홀 당 100억원의 가격까지 거론됐던 골프장의 매매 가격에 대한 기대감은 사그라들었고 업황의 전망도 이견도 발생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골프장의 M&A 거래는 상당히 활발했다. 기존에 골프장 매물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서나 찾아볼 법했으나 최근엔 대기업의 구조조정, 자산운용사들의 투자금 회수의 일환으로 M&A 시장에 등장하는 사례가 많았다.

      두산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구안의 첫 단추로 클럽모우CC와 아시아나CC를 매각했다. 대우건설, 호반그룹, 한라그룹, SK그룹 등도 골프장 매각 행렬에 동참했다. 매수자는 대부분 사모펀드(PEF) 운용사 또는 자산운용사 라이선스를 보유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었다. FI들은 막대한 유동성에 힘입어 골프장에 대대적인 투자금을 집행했다. 물론 지리적 접근성, 시설 및 설비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매각 금액에 영향을 미쳤으나 대부분 홀 당 50억~100억원 수준의 거래가 이뤄졌다.

      대우건설의 파가니카CC(2020년)는 홀 당 53억원에, 두산그룹은 보유하고 있던 클럽모우를 홀 당 67억원, 총 1800억원에 매각했다. 역대 최고가는 수도권(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사우스스프링스CC로 홀 당 96억원, 총 1720억원의 매각가를 기록했다. 인수자는 골프용품 브랜드 테일러메이드의 경영권을 인수한 센트로이드PE이다.

      홀 당 90억원이 훌쩍 넘는 거래가 성사되며 관심을 모았던 곳은 한화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골든베이CC(충청남도 태안)였다. 수도권과는 거리가 먼 지리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수년 간 투자자들과 접촉하며 거론됐던 매각 금액은 홀 당 100억원. 총 27홀의 골프장 규모를 고려하면 약 2700억원 이상의 가격이었다. 다만 최근 한화그룹은 고려자산개발에 최종적으로 약 20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 단순 계산하면 홀 당 75억원 수준에 매각했다.

      수도권에 대기하고 있는 골프장 매물들(ex. 큐로CC·마이다스CC) 의 거래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하겠지만, 현재로선 골프장이 홀 당 1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닐 수 있을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골프 인구의 급격한 증가세로 골프장 수요가 더욱 두터워졌다는 의견도 있지만, 코로나 상황의 종식으로 해외 자유 여행객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란 점이 변수로 꼽힌다.

      사실 골프장의 원매자들이 주로 PEF 또는 금융기관이었던 점을 비쳐볼 때 유동성 회수 시점 그리고 부동산 경기가 예측하기 어려운 시점이란 점은 골프장 매매 가격이 현재보다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에 힘을 보탠다.

      신규 골프장 건설도 늘어나고 있다. 홀 당 100억원을 들여 기존의 골프장을 인수하느니 차라리 새로 짓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50여곳의 골프장이 신규로 건설중이거나 인허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골프 산업의 전반적인 성장세에 대해선 이견의 여지가 없다”며 “하지만 기존 골프장의 매매 가격 자체가 골프장 수요 성장세에 기반한 것이고, 골프장 간 경쟁의 강도가 더욱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골프장 매각 가격이 현재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골프장의 가격이 하향 추세를 그릴 것이란 전망 속에서 오히려 골프장을 대거 사들이는 기업도 있다. 최근 골프존카운티는 이달 초 충남 천안에 위치한 버드우드CC를 인수하며 총 18곳의 골프장을 운영중이다. 골프장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매년 1~2곳의 골프장을 추가로 인수한다는 계획인데 22일 현재는 기업공개(IPO)를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이 같이 골프장을 대거 인수해 체인화하는 사업모델은 주로 미국과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각 골프장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이번 골프존카운티의 상장 과정에선 국내외 투자자들이 한국 골프장 산업을 과연 성장 과정의 일부로 볼지, 정점으로 판단할지를 지켜볼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