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 中 부진에 주가 급락...그래도 업계선 '추가 판호' 기대
입력 2022.04.28 07:00
    中 신작 출시에도 펄어비스 하루만에 주가 25%까지 하락
    ‘매출 순위 29위’ 기대감 높았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
    최근 중소형사 내자판호 발급, 국내 게임업계 판호 발급 가능성 ↑
    “정치성·유해성 콘텐츠에 강한 검열”…텐센트 퍼블리싱 계약한 대형사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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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5년 만에 중국시장에 신작 ‘검은사막 모바일’을 출시하며 기대감을 모았던 국내 게임업체 펄어비스의 주가가 급락했다. ‘검은사막 모바일’의 초반 매출 순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펄어비스의 부진에도 여전히 국내 게임업계는 중국 게임 시장 재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펄어비스가 이른바 '사드 사태' 이후 처음 판호(서비스 허가권)을 발급받은 국내 게임사가 됐고, 게임을 죄악시하던 중국 정부가 최근 다시 국내 게임에도 판호 발급을 시작한 까닭이다. 

      27일 펄어비스는 전 거래일보다 24.29% 하락한 7만4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는 7만2700원까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시장 출시에 6.99% 상승 마감한 지 하루만에 급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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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펄어비스의 주가하락은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펄어비스는 지난 26일 중국 현지에 ‘검은사막 모바일’을 출시했다. 

      출시 전까지만 해도 중국 게임 전문 사이트 ‘17173’ 이용자가 선정한 게임플레이어 어워드 ‘올해 가장 기대되는 게임’, 중국 텐센트 앱마켓 탭탭(TAP TAP) 예약 순위 1위를 기록하며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출시 직후에는 중국 애플 앱스토어와 탭탭에서 모두 인기순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매출 순위에서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7일 기준 검은사막 모바일 앱스토어 매출 순위는 29위~3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당초 증권가에서 예측한 10위권 순위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다올투자증권의 김하정 연구원은 “라이브 스트리핑 트래픽 기준으로 출시 이후 꾸준히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수익화 측면에서 한계가 드러났다고 판단된다”며 “유명 스트리머를 활용한 마케팅에 돌입했으나 트래픽의 유의미하고 지속적인 반등이 관측되지 않아 매출전망에 대해서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임 담당의 증권사 연구원은 “대다수 MMORPG 게임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과금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형성하고 있는데, 중국의 검은사막 모바일은 낮은 수준으로 확률형 아이템 탑재됐다”며 “이는 중국 정부 당국의 게임 산업 규제에 따라 낮게 설계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영향으로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펄어비스에 대한 공매도 자금이 몰린 것도 이에 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펄어비스에 대한 공매도 자금이 크게 늘었다. 4월 26일 기준 펄어비스 공매도 거래대금은 540억원을 기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통틀어 가장 많은 공매도 자금이 몰린 것이다. 신작이 나오면 게임주 주가 폭락하는 현상이 반복되는 전례를 따라 자금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1월 리니지W 출시일에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펄어비스의 주가 급락에도 게임업계는 수년 간 굳게 닫혔던 중국 게임시장의 물꼬가 트였다는 점에 무게를 두는 모양세다. 

      이번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출시는 지난해 6월 말 중국 정부로부터 판호를 발급받은지 10개월 만에 이뤄졌다. 이는 사드 사태 이후로 한국 게임이 판호를 받아 정식 출시까지 하는 첫 사례다. 한한령(한류 콘텐츠 금지령)이 본격화되기 전 넥슨도 판호를 발급받았지만 출시를 앞두고 연기 통보를 받는 등 판호를 발급받아도 정식 출시까지 난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판호의 추가 발급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 11일 중국 정부 당국은 중국 국내 중소형 개발사 45곳에 대해 판호를 발급했다. 2021년 7월 이후 8개월 만에 진행된 것으로, 그동안 중국은 해외 게임에 대한 ‘외자판호’는 물론 중국 내에서 개발한 ‘내자판호’ 발급까지 중단해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청소년 게임 중독 문제를 거론하고 닌텐도 동물의 숲에서 홍콩시위가 이어지는 등 정치적 이유도 결부됐기 때문이다. 

      중국시장 담당의 증권사 연구원은 “2018년에도 중단됐던 판호 발급이 재개된 적이 있는데 중소형 게임 개발사가 먼저 발급 받은 후 텐센트 등 대형 중국 게임사가, 그 다음에 해외 게임사가 판호를 발급받았다”며 “당시 3~4개월 시차를 두고 발급이 이뤄졌는데 발급 시점은 예상하기 어렵지만 중소형 중국 게임사, 대형 중국게임사, 해외 게임사 순으로 판호 발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게임에 대한 중국 당국의 검열 강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게임 ‘몬스터헌터’가 시진핑 주석을 형상화하는 캐릭터로 문제가 된 적 있고 미중갈등까지 겹쳐져 외자판호의 경우, 중국에 불리하거나 유해하다고 보이는 요소들은 굉장히 깐깐하게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텐센트 등 중국의 대형 게임사들과 퍼블리싱 계약을 한 대형 게임사들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중국시장 담당 연구원은 “텐센트처럼 중국의 독보적인 게임사들과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회사들은 중국 소비자 니즈에 맞춰 현지화시킬 수 있고 중국 정부가 어떻게 하면 승인해줄 지에 대한 경험치가 쌓였다”며 “만약에 외자판호가 재개된다면 텐센트 등을 통해서 퍼블리싱하는 회사들이 신작 성공확률이 더 높을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