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등 보험사 M&A, 성사여부는 IFRS17에 달렸다?
입력 2022.04.29 07:00
    최근 KDB생명을 포함, 보험사 잠재매물만 여러 곳
    내년 IFRS17 도입이 매각 주요 변수로 부상
    그간 채권분류 방식 변경, 매출 축소로 실적 부풀려
    IFRS17 도입되면 '보유 계약' 분류 기재… 투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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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KDB생명을 비롯해 MG손해보험 등 보험사 매물이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교보생명을 비롯해 매각 가능성이 종종 언급되는 동양생명,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롯데손해보험 등 보험사 잠재매물이 5곳이 넘는다. 이들 매각의 중요한 변수로 IFRS17이 언급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최근 KDB생명 매각이 또다시 무산됐다고 밝히면서 시장 상황을 고려해 KDB생명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산은은 “JC파트너스가 2021년 6월 금융당국 앞 KDB생명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했지만 SPA상 거래종결 기한인 올해 1월31일까지 대주주 변경 승인을 득하지 못했다”라며 “금융위원회가 MG손해보험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함에 따라 MG손보의 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상 금융기관 대주주 변경 승인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MG손보를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해 공개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몇몇 사모펀드들이 인수 의사를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뿐 아니라 교보생명은 주주 간 장기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IPO를 계획이나 현재로선 실현 여부가 요원하다. 오히려 매각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그뿐만 아니라 다자보험그룹(전신 안방보험)이 매물로 나오면서 동양생명 매각 가능성도 꾸준히 언급된다. 이외에도 JKL파트너스가 인수한 롯데손보도 잠재 매물이다.

      보험사 매물이 쌓이면서 이들이 언제 어떤 주인을 찾아갈지가 관심사다. 보험업계에선 IFRS17 도입이 이들 매각에 중요한 변수로 본다.

      그 이유는 현재의 보험사 재무제표는 보험사의 실질적인 재무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인수자에겐 그만큼 큰 리스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보험사 현 재무제표는 사실상 ‘허구’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보험사 경영진이 실적 부풀리기 위해서 자주 애용하는 꼼수(?)로는 채권분류 방식 변경, 매출 줄이기 등이 언급된다.

      보험사들은 금리 변화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분류를 바꿔 이를 통해 실적 부풀리기에 활용했다. KDB생명의 경우 2013년에 1조3000억원 규모의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했다. 이후 3년 뒤인 2016년에 이를 다시금 만기보유증권으로 분류했다. 3년마다 재분류를 가능하게 한 제도를 이용한 것이다. 재무제표상 만기보유증권 계정으로 분류한 채권은 장부가격과 이자만 회계상 반영되지만, 매도가능증권 계정으로 분류하면 금리변동에 따라 평가손익이 발생한다. 즉 금리 상황에 따라 채권을 3년마다 재분류하면서 이를 실적에 반영하는 것이다.

      매출 줄이기 방식은 보험사들의 독특한 영업방식에서 기인한다. 장기보험의 경우 보험설계사가 해당 상품을 팔면 두둑하게 이에 따른 성과급을 받아 간다. 즉 파는 시점에선 비용이 들어온 보험료보다 크게 되는 것이다. 즉 매출과 이익의 이런 상관관계를 이용해 실적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연임이나 매각을 앞둔 보험사 CEO들은 이런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라며 “매출 줄임으로서 단기적으로 이익을 증가시키는 방법인데 궁극적으론 회사에 해가 되는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KDB생명의 매각이 진행된 2019년~2020년 실적을 살펴보면 수입보험료 규모는 줄었는데 당기순이익은 되레 345억원에서 426억원으로 늘어났다. 수입보험료는 생명보험에서 매출액 개념과 유사하게 쓰이는 지표다. 보험사에 이런 사례가 워낙 흔하다 보니 매출과 이익의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IFRS17이 도입되면 이런 회계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IFRS17 하에서는 회사의 가치 평가가 순이익에서 기업가치 측면으로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힘들어서 순이익 중심으로 보험사를 평가했다. 하지만 IFRS17이 도입되면 회사가 보유한 계약을 분류해서 기재하게 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분기마다 들어오는 금액과 나가는 금액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회사를 평가할 수 있게 된다. 당장에는 이익으로 잡혀도 장기적으로 손해인 상품을 팔고 이를 이익으로 기록하는 기존의 회계방식에서 보이지 않던 회사의 가치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회사의 가치가 좋다고 판단하는 기업들은 IFRS17 이후에 그렇지 않은 기업은 IFRS17 이전에 이를 매각하려고 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내년 IFRS17 도입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섣불리 기업 인수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라며 “재무 상태가 안 좋은 보험사들은 매각을 서두르겠지만 실제 잘 진행될지 지켜볼 이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