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정리하는 카카오, '본사귀속' vs. '헐값매각' 방식 고민
입력 2022.05.02 07:00
    카카오 "연내 비핵심 계열사 30여곳 구조조정"
    정리방식 주목…'합병·본사귀속' vs.'철수·매각'
    완전 자회사 주 타깃 예상…작년말 기준 38여곳
    골목상권 취지 살리려면 철수로…헐값매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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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30여개 계열사 구조조정을 시사한 카카오가 정리 방식을 두고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완전 자회사 중심으로 모회사에 귀속시킬지, 골목상권 보호란 본래 취지에 맞게 사업 전면 철수에 나설지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두고 관심이 쏠린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는 골목상권 침해 소지가 있거나 핵심사업에서 벗어나 있는 계열사를 추려 정리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앞서 공언한 계열사 구조조정 계획에 따른 이행 차원이다. 카카오는 이달 초 기자간담회를 열어 현재 134개에 육박하는 국내 계열사를 연내 100개 안팎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핵심사업에서 벗어난 계열사는 정리해나가겠다"는 김성수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장의 발언이 있었다. 

      카카오는 작년 신규 편입 계열사가 가장 많은 집단이었다. 공격적인 M&A로 몸집을 불려왔지만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며 문어발식 확장이란 비난을 받았다. 카카오그룹의 국내 계열회사 현황은 전자공시시스템 기준으론 138곳(상장 5개사+비상장 133개사)이다. 이중 의결권 있는 주식을 보유해 계열사간 지분현황이 공개된 곳은 120여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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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는 카카오의 실행 방안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통폐합에 따른 직원 반발 및 투자자 이해상충 등의 문제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정리가 예상만큼 쉽진 않을 것이란 우려가 큰 탓이다.

      가장 쉬운 방식은 합병으로 거론된다. 카카오 본사 혹은 각 모회사에 귀속시키는 안이다. 정리 작업 기간을 연내까지라고 밝힌 만큼 외부출자 등 지분 이해관계가 복잡한 곳은 당장 주된 대상 후보로 올라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계열사 쪼개기 상장이 여의치 않아진 가운데 계열사별로 스톡옵션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본사 흡수 불만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지분율 100%의 완전 자회사들이 주된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기준 외부 출자 없이 모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는 38여 곳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론 카카오의 완전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폐합이 유력 거론된다. 그간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카카오벤처스 두 조직으로 벤처투자를 이어온 카카오는 그룹 투자 여력이 분산된다는 고민으로 작년부터 조직 일원화를 검토해왔다. 결국 카카오벤처스 중심으로 정리 작업에 돌입, 카카오인베는 본사로 귀속시키는 안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 지적재산권(IP) 확보를 위해 투자해놓은 자잘한 법인들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카카오 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는 웹툰·웹소설의 픽코마 및 엔터프라이즈, 영상 제작 및 엔터테인먼트 등 두 영역을 큰 축으로 두고 있다"며 "IP 관련 피인수기업들을 통폐합해 지배구조를 효율화시키는 작업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다만 단순 계열사 숫자 줄이기가 본래 취지와는 무관한 만큼 대외적인 명분은 부족할 수 있다. 카카오는 앞서 계열사 정리작업 취지를 "골목상권 침해논란 해결책"이라 제시한 바 있다. 

      취지를 살리려면 사업철수 및 매각이 불가피하다. 현재로선 미용실 중개사업(와이어트)과 스크린골프(카카오VX)·문구류(카카오IX) 사업 등의 철수가 언급된다.  

      헐값매각에 대한 우려는 있어보인다. 한 대형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골목상권 보호란 본래 취지를 생각한다면 매각 및 철수가 답이지만 이 경우 연내까지라 시기를 정해둔 만큼 거래 상대방에게서 매각 주도권을 갖고 이어가긴 어려울 수 있다. 철수가 우선시된다면 헐값이더라도 일단 빠르게 넘기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업철수가 예정된 카카오헤어샵(와이어트)이 대표적 사례다. 당초 기업가치 1조원 등극을 목표로 했던 계열사지만 현재 매각가는 1000억원대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선 카카오가 중점 사업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가다듬는 사업 효율화가 이번 구조조정의 주된 목적일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애초 M&A를 위한 명분을 만드려는 맥락서 '골목상권' 얘기를 꺼냈을 것이란 평도 있다. 

      계열사 정리 과정에서 투자자들과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란 시각도 많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분교환 형식으로 인수합병시켰는데, 갑자기 카카오가 철수를 종용하면 피인수기업과 투자자 입장에서 불만이 일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론 M&A업계 내 카카오에 대한 투자 매력도는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