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그 이하'만 보여준 카카오게임즈
입력 2022.05.04 07:00
    취재노트
    변명할 여지 없는 어닝쇼크, 회사는 '견조하게 마감'
    최근 한 달 새 주가 25% 하락...조정된 컨센보다도 낮아
    당분간은 악재만...실적 발표 초반 올랐던 주가도 제자리
    우마무스메ㆍP2Eㆍ글로벌 '흔들'...오버행 이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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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명할 여지 없는 어닝쇼크였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신작 출시 효과가 없는 상황에서 재무적으로 어려운 시기였지만 견조하게 마감했다'고 자평했지만, 이 말에 공감할 주주가 많지는 않아 보인다.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6개월 전 최고가 대비 49.6% 하락했다. 특히 이번 실적발표를 앞두고 최근 한 달 동안에만 25.8% 급락했다.

      지난 2월 연간 실적발표 이후 카카오게임즈의 2022년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619억원에서 498억원으로 19.5% 하향 조정됐다. 실제로 내놓은 1분기 영업이익은 421억원으로 이미 하향된 컨센서스보다도 14.6% 낮았다. 순이익 역시 이미 조정된 컨센서스 대비 24% 모자랐다.

      실적 발표 기대감으로 3일 장 시작 직후 3.2% 급등했던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흘러내리기만 했다. 오후 들어선 5일 이동평균선인 5만9700원조차 뚫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컨퍼런스콜을 통해 여러 청사진이 제시됐지만, 긍정적으로 공감할 부분이 드물었다는 게 증권가의 총평이었다.

      여전한 오딘 의존도, 라이언하트 상장 추진은 '악재'

      이번 실적발표를 통해 카카오게임즈는 여전히 '오딘:발할라 라이징'에 의존하는 '원 툴'(one tool) 회사임이 증명됐다. 오딘의 매출 하락 곡선이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 3월말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잠시 8만원선을 회복했던 것도 오딘의 대만 출시 기대감 덕분이었다. 오딘은 대만에서 출시 30일간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지만, 이는 이미 주가에 선반영됐다. 주가는 정확히 이날부터 시작해, 한 달간 25% 하락했다.

      같은 맥락에서 오딘을 개발한 라이언하트스튜디오의 상장 추진 소식은 카카오게임즈에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핵심 수익원이 별도 상장한다는 건 카카오게임즈가 '지주회사 할인'을 적용받을 거라는 말과도 같다.

      만약 라이언하트가 상장사라고 가정해보자. 오딘의 추가적인 글로벌 출시 흥행이나, 오딘 후속작의 대성공을 확신하는 투자자라면 카카오게임즈와 라이언하트, 어느 곳의 주식을 살까? 당연히 라이언하트 주식을 사는 게 더 합리적이다. 심지어 해당 이슈에 반응할 수급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국면에서의 LG화학이 그랬듯, 카카오게임즈 역시 차익거래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한 운용사 운용역은 "카카오게임즈가 라이언하트의 최대주주가 되며 얻은 이점은,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처럼 무력하게 퍼블리싱 권한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정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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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대작 우마무스메? '하드코어' 서브컬처 게임 국내서 통할까

      카카오게임즈 역시 이런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 실적 발표 당일 주가가 잠시 급등했던 건 구체적인 신작 라인업과 시점을 내놓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특히 일본에서 지난해에만 1조원의 매출을 거둔 '우마무스메:프리티 더비'의 출시일에 관심이 집중됐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모든 서브컬처 유저'들을 대상으로 '앱 마켓 매출 3위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일단 일본의 실존 경주마들에서 모티브를 따온 게임인데다, 일본에 비해 국내의 경마 관련 문화 기반과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은 논외로 치자.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우마무스메는 초기의 압도적인 장악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4월 이후로는 앱스토어 매출 순위 기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는 일도 잦았다.

      우마무스메라는 게임 자체의 한계가 언급된다. 서브컬처 업계에서 이런 미소녀 캐릭터 중심 육성 게임들을 가리켜 '분재 게임'이라고 부른다. 화초를 키우듯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에 시간과 돈을 들여 자기만족에 이르는 것이 주된 콘텐츠인 까닭이다. '집중적 몰입'보단 '꾸준한 관심'에 비중을 두고 콘텐츠가 짜인다.

      우마무스메는 이런 맥락에서 별종 게임으로 손꼽힌다. 게임 내 재화 수급이나 육성 난이도, 투입해야 하는 시간 등에서 어마어마한 자원과 노력을 요구하는 '하드코어 게임'인 까닭에서다.

      일례로 캐릭터를 키우는 데 반드시 하루 1회 이상 실행해야 하는 '육성' 콘텐츠는 하루 최소 30분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빠르게 진행하는 방법이 '20분 컷'이라는 노하우로 공유될 정도다.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선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아무리 빠르게 진행해도 육성 1회에 1시간이 소요된다. 이걸 최소 하루에 1번 해야 하며, 하루에 4~5회까지 진행할 수 있다. 제대로 하려면 하루 5시간 이상을 온전히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다.

      '매달 수십만원씩 꾸준히 할 것이 아니면 아예 돈을 쓰지 마라'가 핵심 팁으로 통할 정도로 '맹독성 과금' 요소가 들어가 있는 점도 고려할 점이다. 캐릭터 성능 향상을 위해선 서포터 카드를 육성해야 하는데, '랜덤 뽑기'(가챠)를 통해 같은 카드를 총 5장 뽑아야 최대 성능이 나온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최소 수십만원에서 최대 300만원에 이른다.

      한 중견 게임사 개발자는 "한국은 '자동사냥'이 가장 빠르게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은 나라일 정도로 '게임플레이'에 대해선 하드코어 장르를 잘 견디지 못한다"며 "개발사의 BM(과금 모델) 횡포에 지쳐 '트럭 시위'를 유행시킨 국내 유저들이 독하기로 소문난 우마무스메의 가챠에 어떻게 반응할지도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리오프닝'과 함께 몰락한 P2E...글로벌 진출도 '뭔가 부족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 사이 카카오게임즈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됐던 단어가 '블록체인 선도 게임사'였다. 자체 발행 화폐인 '보라'를 기반으로, P2E(Play to Earn) 게임 부문과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에서 성과를 낼 거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조만간 '아키에이지'를 기반으로 한 P2E게임 아키월드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그리고 NFT 모두 벌써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이 정점을 지나며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는 외부 활동을 속속 재개하고 있다. 이런 '리오프닝' 국면 속에서 기존의 가상세계 기반 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옅어지고 있다.

      가치 저장 수단으로 주목받던 NFT와 가상화폐는 글로벌 유동성 회수 국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연히 NFT와 가상화폐를 축으로 가치를 만들어내려는 P2E 게임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글로벌 넘버원 P2E 게임으로 불리던 엑시인피니티의 몰락이 대표적이다. 엑시인피니티의 환전 수단인 가상화폐 SLP코인의 가격은 지난해 7월 0.34달러에서 현재 0.012달러로 주저앉았다. 10개월 새 96.3% 폭락했다.

      카카오게임즈가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강조한 테마 중 글로벌 진출도 있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업계 관계자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실적발표에서 지난 1월 투자한 프로스트자이언트를 언급했다. 이 회사는 글로벌 게임업계에서도 유망한 신규 게임 개발사로 통한다. 옛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스타크래프트' 개발자들이 모여 '스타크래프트2' 이후 명맥이 끊긴 '초대작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늦었다는 평가도 많다. 카카오게임즈는 이 스튜디오를 인수한 것이 아니며, 라이엇게임즈를 비롯한 수많은 투자자 중 하나일 뿐이다. 기껏해야 국내 서비스권 확보 정도가 최선일 거란 전망이 많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게임사들의 몸값이 폭등한 까닭에, 극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접근하거나 아니면 매도자의 눈높이가 낮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앞서 같은 전략을 구사한 국내 게임사도 있다. 넷마블게임즈가 그렇다. 넷마블은 2015년부터 글로벌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해외 게임사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매출의 73%를 해외에서 올렸다.

      그럼 성공한 것일까? 넷마블 주가 역시 연초 대비 28%, 최고가 대비 54% 하락한 상태다. 성장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넷마블 매출은 전년대비 0.8% 늘어나는데 그쳤다. 글로벌 진출을 통해 성장을 해야 하는데, 진출만 하고 성장은 하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넷마블게임즈는 매출의 50%를 상위 7개 게임이 나누어 맡을 정도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성공했는데도 그랬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카카오게임즈와 넷마블은 퍼블리싱 사업이 주력이며 지분투자 및 M&A를 통해 성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며 "카카오게임즈의 미래가 곧 넷마블이진 않겠지만, 넷마블의 성장 정체를 보며 카카오게임즈가 배워야할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오버행 이슈까지...실적발표에선 언급도 안해

      최근 카카오게임즈 주가 하락엔 물량부담(오버행) 이슈도 한 몫 했다. 지난해 3월 발행한 5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 기한이 시작된 것이다.

      당시 CB 발행은 증권사의 이목을 끌었다. 2020년 9월 3840억원을 조달하며 상장 공모를 마친지 6개월도 안돼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기 때문이다. 상장 후 1년 이내에 다시 대규모 주식 기반 자금 조달을 통해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키는 일은 카카오게임즈 규모급 기업에선 매우 드문 일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4월에만 총 65만여주, 340억여원 어치의 CB가 주식으로 전환돼 매물로 풀렸다. 아직 894만여주의 전환 가능 물량이 남아있다. 임직원에 주어진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까지 합치면 977만여주의 잠재 매물이 존재한다. 현 발행 주식 수의 12.6%에 해당한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카카오게임즈가 50%까진 매도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어 실제 물량부담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한다. 다만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지적재산권(IP) 확보 경쟁에서 뒤쳐질 것은 각오해야 한다는 평가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공모로 3840억원, CB로 5000억원,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2000억원 등 상장 후 총 1조1000억원을 조달했다. 이중 라이언하트스튜디오 인수에 4500억원을 썼고, 프로스트자이언트 투자 등 파이프라인 마련에도 자금을 소요했다. 지난해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카카오게임즈 내부 잔여 현금은 4700억여원 정도다. 

      카카오게임즈의 현재 분기 당 평균 현금 창출능력은 500억원 안팎이다. 이익 창출력 측면에서 게임사 중 높은 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잔여 현금 중 절반 이상을 CB 상환에 쓴다는 건, 미래 투자를 일정부분 포기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결정이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이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CB에 대해선 언급이 나오지 않았는데, 3월말 단기 고점에서 연기금을 비롯해 기관들이 일제히 주식 매도에 나선 건 오버행 역시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며 "지금 카카오게임즈 주식을 산다는 건 우마무스메가 리니지W와 리니지M을 몰아내고 오딘과 매출 순위 1ㆍ2위를 장식할 거라는 데 베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