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롯데온, 지마켓…골치 아픈 대기업 이커머스 플랫폼
입력 2022.05.10 07:00
    SK·롯데·신세계, 이커머스 플랫폼 공들였지만 성과 미미
    상장 나선 11번가, 아마존과 협업 시너지 효과 불투명
    롯데온, 이베이 출신 수장 앉혔지만 이커머스 부진 지속
    이베이 인수 신세계, 상장 추진 중 통합 부담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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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와 롯데, 신세계그룹은 저마다 이커머스 플랫폼 강화에 공을 들였지만 아직 괄목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사업 진출 시기가 늦기도 했지만  플랫폼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사업 확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업 성과를 끌어올려야 하는 경영진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1번가는 최근 국내외 증권사에 상장(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고, 조만간 상장 작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회사는 타운홀 미팅을 통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경쟁력 강화, SK텔레콤-아마존-11번가의 시너지 및 충성고객 확보, 오픈마켓 영역에서의 차별화 서비스 등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내년 중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SK그룹 계열사들은 경쟁적으로 증시 문을 두드리고 있다. 11번가도 상장 경쟁에 뛰어들었는데, 지금까지 성적표는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매출은 매년 근소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2019년 14억원, 2020년 -97억원, 2021년 -693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1년 사이 인건비와 지급수수료, 광고선전비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아마존과의 협업도 아직 두드러지지 않은 모습이다. 11번가는 작년 웹사이트와 모바일에서 아마존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아마존글로벌스토어를 출범하기도 했는데 시너지 효과는 아직 크지 않다. 무료배송 서비스도 출범했는데 매출 기여도보다는 비용 증가 부담이 커졌다. 상장 추진도 11번가 재무적투자자(FI)인 H&Q아시아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장 성적표가 좋아야 경영진이 챙길 보수가 많아질 수 있다.

      11번가는 지난 3월 하형일 SK텔레콤 CDO(Chief Development Officer)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하형일 대표는 SK스퀘어와 SK텔레콤이 분할되기 전 11번가와 아마존의 제휴를 이끌어내는데 관여헸는데, 이후 아마존과 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아쉬움을 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11번가 부임도 ‘결자해지’ 성격이 있을 것이란 평가가 있다. 아마존 외에는 특색이 없다 보니 에쿼티 스토리를 짜는데 애를 먹을 가능성이 크다.

      한 유통기업 관계자는 “하형일 대표가 아마존과의 협업에 기여했지만 실직적인 효용은 많지 않아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이번 11번가 행은 결국 아마존과의 협업 성과를 내라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도 아직 실적이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롯데온의 사업 중 백화점과 하이마트 등은 점차 성과가 개선되고 있지만 이커머스 사업부의 실적 개선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있다.

      롯데온은 작년 이베이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낸 나영호 대표를 선임했다. 기존 사업 영역에 이커머스 역량을 가미하기 위한 것이란 평이 있었는데 실질적인 상승 효과는 많지 않다. 매출은 게걸음이고 영업손실은 지속되고 있다.

      최근 롯데그룹은 전사적으로 인사 제도를 개편하고 사업 조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경영권 인수 M&A보다는 소규모 지분 투자를 통한 상승 효과를 꾀하고 있다. 다만 언제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롯데온도 그룹 내 관련 사업의 총체긴 하지만 워낙 유관 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롯데그룹이 롯데온의 사업을 키우기 위해 11번가 인수 등 M&A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다만 보수적인 롯데그룹은 대규모 투자를 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결실을 거두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롯데온은 최근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는데 이는 역량 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온이 최근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한 것은 효율성보다는 결국 새벽배송을 할 역량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롯데온이 이커머스 사업을 키우기 위해 이베이 출신 사장을 앉혔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마켓글로벌(전 이베이코리아)을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지 고민이 많을 상황이다. 작년 11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터라 아직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인수기업-피인수기업 간의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시선이 있다.

      최근 신세계그룹은 지마켓글로벌과 SSG닷컴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 '스마일클럽’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기존 이베이코리아의 유료멤버십 이름을 유지하기로 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신세계 안에서 될 수 있는 ‘신세계 유니버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지마켓글로벌이 SSG닷컴 등 기존 이커머스 사업과 얼마나 융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통 유통 산업이 주력이 신세계그룹과 국내 이커머스 사업을 선도하던 지마켓글로벌과 문회적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성장성이 잇는 SSG닷컴과 안정적 이익을 내는 지마켓글로벌의 사업 모델부터 차이가 난다.

      SSG닷컴의 경우 올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지마켓글로벌과의 통합을 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SG닷컴은 4조원짜리 지마켓글로벌과 10조원의 SSG닷컴이 합쳐질 것이고, 투자자들은 14조원의 기업에 투자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1세대 이커머스 기업인 지마켓코리아는 신세계그룹 차원의 사업 융합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1세대 이커머스 기업으로서 자부심이 있는 지마켓코리아에선 이마트가 숟가락을 얹으려는 것을 불편해 하고 있다”며 “자연히 이마트에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기 위해 밀어붙이지만 지마켓코리아는 잘 움직이지 않으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