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안 나오는데 왜 신한금투 사옥에 목맬까…장기보유 전략 확산
입력 2022.05.10 07:00
    금리↑ 자산 가격↑, 부동산운용사 전략 재수립 나서
    미래 캡레이트 기준 밸류에이션…"기본 8년" 보유
    에쿼티 투자자 모아 시세차익 극대화 의도로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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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동산 운용사들이 투자전략을 재수립하고 있다. 금리가 치솟는 데 더해 상업용 오피스 빌딩 매매가가 신고가를 경신 중이면서 기대수익률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보유를 통해 시세차익을 극대화하려는 운용사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서 버티자"라는 기조가 확산하는 셈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 여의도 본사 사옥의 캡레이트(Cap rate)는 3% 초반으로 추정된다. 최근 치솟은 상업용 부동산 선순위 대출 금리(4.5%)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후순위 출자자는 배당 수익을 분배받지 않는 조건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 입찰 경쟁은 뜨거운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인수 후보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이지스자산운용 2파전으로 압축됐다. 입찰 초기만 해도 매매가로 5000억원이 거론됐는데 평당 3000만원 이상을 호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각가격이 6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작년 말 기준 장부가액(1747억원)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문제는 금리 상승기인데다 서울 프라임 오피스 빌딩 가격이 오르면서 기대수익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글로벌 부동산리서치 세빌스 코리아의 올해 1분기 서울 프라임 오피스 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명목 임대료를 기준으로 한 캡레이트는 3% 후반대, 실질 임대료로 추정하면 3% 초반대로 직전분기(명목 임대료 기준 4%)보다 하락했다. 선별적 투자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풀이다.

      인수가가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수익률 지표인 캡레이트는 최저 수준이다. 최근 연면적 기준 3.3㎡당 4600만원에 거래가 돼 강남권역(GBD) 오피스 최고가를 경신한 형지빌딩은 캡레이트가 2% 초반대로 추정된다. 패션그룹 형지가 내놓은 건물로 크리스에프앤씨가 총 1300억원에 양수 계약을 맺었다.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도 매각가가 치솟으면서 수익률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전해진다. 매각가가 4조4000억원까지 오른 것으로 추정되는데 시장에선 IFC 몰까지 포함한 전체 캡레이트는 3% 초반, IFC 오피스 빌딩 3개 동을 별도로 판단했을 때는 2%대일 것으로 예상한다. 여타 프라임 오피스 대비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역마진'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운용사들이 입찰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부동산 가격이 우상향할 것이라는 예상 아래 운용역들 사이에선 '사서 버티자'라는 기조가 확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매물로 나온 현대카드 부산 사옥 실사에 참여한 운용사 수만 15곳 이상으로 알려진다.

      한 부동산 운용사 운용역은 "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대출을 일으켰을 때 현금투자수익률(CoC)이 4~5% 정도 나오면 투자를 결정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수익률 지표가 의미 없어진 상황이다"라며 "건물을 먼저 산 다음에 버티자. 버틴 다음에 오르면 다시 팔자라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이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 가치를 평가 및 투자비 회수를 고민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래의 캡레이트를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평가하는 것은 물론 예상 보유 기간도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 과거엔 부동산 펀드 등의 만기를 고려해 5년의 보유 기간이 통상적이었다면 높아진 가격에 매입한 만큼 8년 이상의 장기보유를 통해 매각차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대형 부동산 운용사 임원은 "요새 자산의 밸류에이션을 매길 때 기본 8년 이상을 보고 있다. 주식에서 현재 주가수익비율(PER)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미래의 PER을 적용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며 "예전엔 부동산에서 초우량주 장기보유라는 개념이 낯설었지만 이제 적용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임대료를 기준으로 이 캡레이트에 들어간다고 하면 잘못된 거라고 보이는 사례가 많지만, 해당 운용사에선 5~10년 후를 보고 베팅하는 것이다. 특히 코어 에셋의 경우 공급을 감안했을 때 자산가치 상승은 명약관화하다"라고 말했다.

      서울 상업용 오피스 빌딩 매매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울 프라임 오피스 빌딩의 자산 가격은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IFC, 신한금융투자타워 등의 매각이 진행 중이며 매각 검토 중인 빌딩 또한 다수로 올해도 오피스 투자는 활발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에쿼티 투자자를 모으기 위한 블라인드 펀드 활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선순위로 대출해준 대주단의 수익률을 맞추기 녹록지 않아 에쿼티 투자자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다. 밸류애드 등의 방법을 통해 시간을 두고 자산가치를 끌어올리기엔 블라인드 펀드가 용이하다.

      또 다른 부동산 운용사 운용역은 "최근에 블라인드 펀드를 주로 이용해 부동산 매입을 하고 있다. 블라인드 펀드 같은 경우에도 배당을 진행할 수 있지만 후순위로 들어간다고 하면 배당 재원도 줄일 수 있고 밸류애드 등을 통해 미래의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