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의 실수?...김슬아 대표 신주인수권 미행사로 발목 잡힌 컬리 상장
입력 2022.05.19 07:00
    5년 전 BW 발행 시 김슬아 대표 신주인수권 취득
    상장 청구 전 특수관계인 신주인수권 처리 일반적
    행사 기한 8월말로 임박...심사 청구 지연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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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김슬아 대표가 보유한 컬리(마켓컬리) 신주인수권(워런트, 약 1%지분 분량)이 상장 예비심사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2017년 컬리가 발행한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서 분리한 워런트로, 상장예심 청구 전까지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탓에 한국거래소가 이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상 거래소는 상장하려는 기업들이 청구 전에 전환사채(CB)나 BW 등을 행사하도록 권장한다. 대주주가 미행사 워런트를 보유할 시 자칫 자본금 변동이 생길 수 있는 탓이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 2017년 약 25억원 규모의 분리형 BW를 발행했다. 워런트 행사시 발행할 주식의 종류는 약 58만주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약 63% 정도인 37만주 가량이 김 대표 보유분으로 추정된다. 컬리 보통주가 약 3528만주인 점인 점을 감안하면 행사 시 지분율은 약 1.06%에 해당한다.

      문제는 컬리가 상장 예심을 청구한 지금까지도 김 대표의 워런트를 그대로 두고 있었다는 점이다. 원칙적으로 심사 청구 직후부터 상장 전까지 발행사의 자본금이 변동될 경우 거래소의 심사 승인 효력은 없어진다. 이 워런트를 행사하게 되면 컬리는 예심을 재청구를 해야 한다.

      작년 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김 대표가 보유한 워런트의 행사 기한은 오는 8월26일까지다. 심사 과정이 조금만 지연되더라도 자칫 워런트 행사와 심사 일정이 맞물릴 수 있는 셈이다. 만약 상장 전 김 대표가 워런트를 행사한다면 컬리는 상장 청구서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 그만큼 상장 일정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의무보유 기간에 워런트를 행사하는 것 역시 원칙적으론 어렵다는 의견이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최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워런트는 6개월 간 의무보유 해야 하는데 이 기간에 워런트를 행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 보호예수 대상인 주권은 주관사의 증권계좌에 의무적으로 위탁되고 이후 예탁결제원에 맡겨진다. 해당 워런트를 행사하고 싶다면 예결원에 맡겨진 주권을 찾아야 하는데, 보호예수 기간에는 해당 증권계좌의 입출금이 제한된다. 거래소의 이례적인 승인이 없다면 보호예수 기간에는 워런트 행사가 어렵다는 의미다. 

      상장 직후 워런트 행사를 하기에도 다소 부담일 수 있다. 컬리가 지난 3월 말 상장 예심을 청구했으니 아무리 빨라도 7월 초는 되어야 상장이 가능하다. 상장 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대주주의 워런트 행사라는 지분 변동 리스크를 안는 셈이다. 만약 행사가 불발될 경우 김 대표는 1% 남짓 되는 지분을 확대할 수 있는 권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상장 청구 시점에 워런트나 전환사채(CB)가 남아있었던 발행사의 경우 거래소가 상당히 난감해한다”며 “주관사를 통해 대출을 받아 이를 미리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예심 전 워런트를 행사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제기된다. 우선 김슬아 대표가 명시적인 최대주주가 아니기 때문에, 워런트 보호예수 의무가 없을 거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최대주주 및 특별관계인은 모두 6개월의 보호예수 의무가 주어지는 게 현 규정이다.

      워런트의 존재를 간과했을 가능성도 있다. 주요 주주가 워런트를 통해 지배권을 보유하는 구조는 국내 상장 역사에서 보기 드물다. 2010년 휠라코리아(현 휠라홀딩스) 상장 당시 이슈가 됐던 정도다. 당시 윤윤수 휠라 회장은 보유 중인 워런트에 주식과 동일하게 6개월의 보호예수를 걸며 예심을 통과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욕심을 부린 게 아니겠느냐는 관전평을 내놓기도 한다. 김 대표는 지난 2017년 벤처캐피탈(VC) 회사인 세마트랜스링크로부터 워런트를 매입할 당시 금액은 약 1억원 남짓으로 추정된다. 당시 설정된 워런트 행사가격은 5860원으로 작년 말 시점 컬리 주가와 비교하면 시세차익은 무려 17배 가까이 난다.  워런트 매입가격인 약 1억원을 통해 17배 시세차익을 꾀할 권리를 얻은 셈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상장하려는 기업이면 청구 전에 실질적인 대주주가 워런트를 보유하고 있을 시 이를 전환해 지분율을 높이거나 소각하는 방안이 자연스럽다”라며 “거래소 심사 과정에서 시세 차익에 대한 괜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상장 청구 전에 수십억원에 이르는 워런트 행사대금을 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설명도 나온다. 행사가인 5860원을 신주인수권 보유주식에 단순 곱해보면 약 34억원 수준의 금액이 산출된다.

      컬리가 순탄한 상장을 하기 위해서는 김 대표의 워런트에 대한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의 상장 후 엑시트를 두고 까다로운 시선이 늘어나는 까닭이다. 최근 거래소 규정에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이 의무보유 대상으로 추가로 지정되기도 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거래소 분위기대로라면 김 대표가 워런트에 자발적으로 3년 의무보유를 하겠다는 약정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컬리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거래소의 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주식과 관련한 사항은 말씀드리기 어렵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