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선 "연준 못 믿겠다"…증시 전망 두고 의견 분분
입력 2022.05.19 07:00
    소비 수요 증가…인플레이션 피크아웃 언제쯤?
    "빅스텝으로는 안 돼"…연준 행보 의구심 확산 中
    물가 강제로 진정시키면 경기 경착륙 불가피 관측
    영향받은 국내 증시 급락 …'바닥 어디일까'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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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의 금리 정책 기조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예상 밖의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되며 인플레이션 정점 논란이 가열된 탓이다. 글로벌 긴축 기조,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증시 전망을 두고 투자 은행 간에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상반기에 인플레이션이 피크아웃(정점 통과)할 거라는 기대감은 옅어졌다. 지난해 초, 연준은 물가 상승이 공급난이 가중되고 경제가 회복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 봤다. 그러나 코로나19 재 확산세에 더불어 반도체 공급난 등이 장기화되며 정책을 매파적 기조로 전환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물가 상승세가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예상과 달리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인플레이션이 '아직' 정점이 아니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4월 미국 CPI는 예상치(8.1%)를 웃돈 8.3%로 집계됐다. 작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가 둔화된 것이긴 하지만 식품과 주택 상승세가 가팔라지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 하고 있다. 4월 식품 부문 CPI는 9.4%로 전월보다 0.6% 올랐다. 주택가격도 전월보다 0.5% 올랐다. 주택 부문은 전체 CPI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에 연준의 행보에 대한 시장의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5월 FOMC 정책 결정에서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 인상)'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는데 시장에선 빅스텝만으로는 물가를 안정화할 수 없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FOMC 이후 뉴욕증시는 되레 하락했다. 연준이 신속한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압력을 강제로 진정시킬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수요 측면을 억제해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경기침체 가능성도 지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파인 수석회장은 미국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2.6%에서 2.4%로 내리기도 했다. 앞서 제롬 파월 의장도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긴축 과정에서 경기가 '경착륙'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물가를 잡지 못하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찾아오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미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1.4%를 기록하며 성장세가 후퇴했다. 미국 정부의 소득 보전에 의존한 가계는 연준이 돈줄을 죄면서 구매력이 약화하고 있다. 높은 물가 수준까지 이어지며 소비지출을 줄이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2분기 연속 성장률이 둔화했을 때를 '경기침체'라고 한다.

      이에 미국 증시는 이례적으로 긴 하락세를 경험하고 있다. 지난주까지 다우지수는 7주 연속 하락했는데 2001년 이후 이토록 긴 하락세는 처음이다. S&P500, 나스닥은 각각 2.4%, 2.8% 떨어지면서 6주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증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글로벌 투자은행 간 의견도 분분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수석 투자 전략가 마이클 하트넷은 올해 10월까지 약세장이 지속되며 S&P500이 3000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앞서 골드만삭스도 지난달 연준의 긴축통화 정책 영향으로 2년 내 미국 경기 침체 발생 가능성이 35%라고 전망했다. 반면 UBS는 미국 경제의 팬데믹 기간 쌓인 막대한 저축액을 거론하며 경기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주면서 코스피 '바닥'이 어디일지를 두고도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코스피 예상 변동 폭 하단을 2550~2640으로 예상했는데 지난 12일 장중 2546.8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에 코스피가 바닥을 다지고 당분간 안도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한편 경기 악화가 본격화하면서 새로운 불확실성에 직면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와중에 파월 의장의 '오락가락' 메시지는 지속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현지시간 17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립금리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수 있다"며 매파적인 입장으로 일관하다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연준이 추가로 대응할만큼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 발언이 공개된 뒤 미국 증시는 급등했다. S&P500지수는 전일 대비 2.02%, 나스닥지수는 2.76% 상승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