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떨어진 VC의 특명 "마케팅비·스톡옵션 줄여라"
입력 2022.06.03 07:00
    해외 스타트업, 펀딩 어려워지며 인력 구조조정 나서
    국내 VC도 "마케팅비·인건비 줄여라" 주문 잇따라
    에이블리·브랜디·발란 등 운영비 높은 기업 투자 기피
    스타트업 입장에선 높은 개발자 연봉 탓에 구인난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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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국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스라시오(Thrasio)는 프리IPO 유치를 실패하며 최근 인력의 20%가량을 감축했다. 온라인 주식 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도 정규직 직원의 9%(약300명)를 해고했다. 초저금리에 힘입어 늘어났던 투자가 금리 인상과 함께 큰 폭으로 쪼그라들고 있어서다. 

      해외 벤처캐피탈(VC)들은 투자기업들에 직원 해고, 마케팅비 삭감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라고 요구하는 분위기다. 소프트뱅크 등 거물급 투자사들이 신규 투자를 줄이겠다고 선언하면서 앞단의 투자도 경색되고 있어서다. 올해 1분기 미국 내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전분기 대비 26%가량 줄었다. 

      전세계적 긴축 기조로 국내 VC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민간 자금이 줄면서 투자 여력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이렇다보니 투자 기업들에도 비용 절감을 주문하고 있다. 투자를 받지 못해도 버틸 수 있도록 현금 확보가 최우선이 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 한 VC 심사역은 "민간자금이 줄면서 투자가 1~2주안에 급격하게 슬로우다운 됐다"라며 "이전에 원하던 기업가치에 도달하려면 실적을 더 내야 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매출이 올라가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 현금을 충분히 유보할 수 있어야한다. 포트폴리오사들에 '불필요한 현금이 들어가는 건 컷오프(Cut off)해라'라고 한다"고 전했다.

      우선적으로 비용 감축의 대상이 되는 건 '마케팅'이다. 그간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막대한 광고비 지출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렸지만 경쟁이 심화되면서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VC 관계자는 "특히 작년 이커머스 기업들이 너도나도 마케팅비를 올렸지만 여러 지표를 통해 실적 유지가 힘들다고 결론 내렸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흑자 전환 시점만 지연된 셈이다. 

      지난해 개발자 연봉이 치솟으면서 인건비를 줄이라는 주문도 잇따르고 있다. 스톡옵션의 경우에는 당장 현금이 소요되진 않지만 회계상 비용인식이 되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을 낮추는 요소라는 분석이다. 다만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의 경우 인력난을 호소해 인건비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알려진다.

      한 대형VC 관계자는 "작년에 개발자 연봉이 많이 올랐는데 스타트업의 경우 거품 논란도 있고 해서 그걸 걷어내려 하고 있다. 다만 스타트업은 소수의 인원이 일당백을 하다보니까 인건비를 줄이면 사람을 못 구한다는 곡소리가 나온다. 스타트업 대표들도 최대한 조여도 어렵다고들 얘기한다"라며 "대신 임차료 등을 최대한 아끼려고 하는 것 같다. 인건비를 줄일 수 없으니 정부 과제라도 하면서 버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VC들간 운영비용의 비중이 높은 커머스 기업을 기피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브랜디, 에이블리, 발란 등은 광고비·물류비등에 비용 부담이 높다는 분석이다. 명품 거래 플랫폼 발란은 광고비 지출이 늘면서 지난해 적자폭이 확대됐다. 게다가 작년 3월 메쉬코리아와 손잡고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다른 대형 VC 심사역은 "컬리를 비롯해서 지금 거의 모든 패션 커머스 기업들의 운영비용이 상당하다. 물류비, 인건비, 각종 패키지비용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 거기에 코로나 팬데믹 기간동안 온갖 플레이어들이 경쟁하는 상황이라 업계에서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향후 펀딩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