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손 수백억 쌓여가는데...카뱅만 '편애'하는 국민연금
입력 2022.06.07 07:00
    올해 연기금 순매수 5위...연초 이후 1500억원 집중
    4대 은행주 8000억 순매도...카뱅만 유일 순매수
    보유 지분율 4%대 추정...타 은행주 대비 절반 수준
    매수 시점ㆍ방식 아쉬워..."실망 매물 연금이 떠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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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연금이 올해 들어 은행주 중 유일하게 카카오뱅크 주식만을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KB금융 등 기존 은행 대장주 지분은 대규모 처분에 나선 것과는 비교되는 행보다.

      카카오뱅크 주가가 공모가 근처까지 밀리며, 연초 이후 높은 가격에 주식을 늘려온 국민연금 역시 상당한 평가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중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는 판단일거란 분석이 나오지만, 기존 금융주와 성장성ㆍ수익성 면에서 큰 차별화를 내지 못하고 있는 카카오뱅크를 굳이 무리하게 담을 이유도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기금은 연초 이후 현재까지 카카오뱅크 주식346만여주, 1530억여원어치를 순매수했다.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페이, 엘앤에프, LG화학에 이어 이 기간 국내 증시에서 연기금이 순매수한 종목 상위 다섯번째에 해당한다. 

      연기금에 속하는 투자 주체로는 국민연금 외에도 사학연금ㆍ공무원연금과 공제회 등이 있지만, 올해 카카오뱅크 매수 주문 중 상당 부분은 국민연금쪽에서 나오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다른 은행주 매매추이와 비교하면 카카오뱅크에 대한 연기금의 순매수세는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다. 같은 기간 연기금은 KB금융 1640억여원, 하나금융 760억여원, 신한금융 280억원을 순매도했다. 우리금융지주 주식은 무려 5600억원어치나 내던졌다. 상위 5대 은행주 중 연기금이 순매수에 나선 종목은 카카오뱅크가 유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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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금 순매수에도 불구, 카카오뱅크 주가는 올해 내내 약세다. 2일엔 장중 4만원선이 붕괴되며 공모가(3만9000원) 코 앞까지 밀렸다. 국민연금도 상당한 수준의 평가 손실을 기록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 당시 받은 주식의 평가이익은 거의 다 증발했고, 이후 장중 매집한 주식은 대부분 손실권에 진입했을 가격대인 까닭이다.

      연초 이후 연기금이 장중 매수한 1500억여원어치 주식의 평균 매수가는 4만4900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미 여기서만 10% 이상의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카카오뱅크 상장 직후로 시야를 넓히면, 단순 평균 매수가격이 6만2000원대로 뛰어오른다. 당시 매수분까지 감안하면 현재 국민연금의 카카오뱅크 지분 보유분의 예상 평가 손실은 20%대에 달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왜 카카오뱅크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는 것일까. 증권가에서는 시가총액 대비 보유 비중이 아직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을 우선 꼽고 있다.

      카카오뱅크에 대한 국민연금의 현재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 안팎으로 추정된다. 시장의 관측대로 올해 연기금 순매수량 중 상당 부분이 국민연금의 몫이라면, 현재 지분율은 4%를 넘겼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국민연금이 기보유중인 다른 은행주 지분율과는 큰 격차가 있다. 국민연금은 4대 금융지주 지분을 각각 8.5~8.9%씩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시가총액이 19조원으로 KB금융ㆍ신한금융에 이은 은행주 중 3위에 달하고, KRX 은행 지수 내 비중도 10%를 넘어섰다. 국내 주식 투자 포트폴리오에 한창 편입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타 은행지주 대비 국민연금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수급 개선 여력이 높다는 점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매수 시점과 방식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금리 강화'라는 정부의 규제 기조로 인해 이전같은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실적시즌에서 카카오뱅크는 은행주 중 드물게 실적이 컨센서스(예상평균치)를 하회했다. 분기 대출성장률은 0.4%포인트에 그쳤고, 대손비용률은 상승 추세를 보였다. 지난달 초 이 같은 실적이 발표되자, 안 그래도 약세를 보이던 주가에 하락 가속도가 붙었다.

      카카오뱅크는 타 은행처럼 순이자마진(NIM)과 충당금이 아니라, 대출성장률이 주가의 핵심 변수로 꼽혀왔다. 대형 은행주 (0.5배) 대비 7배나 높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정당화시키는 게 대출성장률이었다. 

      이런 '성장'이 막혀버리니 실망 매물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중금리 위주 영업과 고신용자 신용대출 규모 축소 등 규제 정책으로 인해 실적 하락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이슈였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실망 매물을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들이 받아내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실적 발표 이후에도 수습 불균형이 지속되며 주가는 여전히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국민연금이 연말까지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16.9%에서 16.3%로 줄이며 5조5000억여원 규모를 추가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서 더 눈에 띄었던 것 같다"며 "누가 시가총액 비중대로 주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간섭하는 것도 아닌데, 묘한 시기에 너무 집중적으로 매수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주가 하락과 맞물려 지난해 우정사업본부의 정반대 행보가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9월 보유 중이었던 카카오뱅크 지분 1500만여주 중 대부분인 1360만여주(2.9%)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세일) 방식으로 매각했다. 당시 매각 가격은 주당 평균 8만원 안팎이었다. 이후 카카오뱅크 주가는 단 한 차례도 8만원대 고지를 다시 밟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