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한전 대출용'(?) 채권 찍은 산은…은행채 금리에 영향
입력 2022.06.07 07:00
    산은, 5월 전후 채권 발행 크게 증가
    업계 "한전, 산은에 5000억 대출 받을 것"
    산금채 금리 오르자…발행 느는 은행채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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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15조원 가량 발행하며 크레딧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던 한국전력공사 채권(한전채)의 발행물량이 최근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KDB산업은행 채권(산금채) 발행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한전 대출을 위해 산은이 채권을 발행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높은 발행 금리로 산금채를 발행한 여파는 채권 순발행으로 돌아선 은행에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산업은행은 23조원 규모의 산금채를 발행했다. 특히, 4월 넷째 주 들어 산은의 채권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넷째 주 산금채 발행 규모는 1조4400억원으로 전주(8100억원) 대비 77.7%나 늘었다. 이후 산은은 5월 셋째 주까지 1조원 중후반대로 발행 물량을 찍었다. 산은 관계자는 “자금조달 계획에 따른 계획으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등 기업 대출에 필요한 자금 조달에 따른 발행”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전을 지원하기 위해 채권을 찍는 것이 아니냐는 논평들이 나왔다. 대형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부서 관계자는 “5월 둘째 주에 한국전력에서 은행으로부터 대출 5000억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산은 측은 한전 대출을 위해 발행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공교롭게도 5월 둘째 주를 전후로 한전채 발행 횟수는 일주일에 2~3회에서 1회로 줄어들었다. 발행 규모도 5월 넷째 주 발행 규모도 4000억원으로, 5월 첫 주(8800억원) 대비 54.5% 줄었다. 산은으로부터 대출받은 한전이 채권 발행을 줄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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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한전의 최대 주주(지분율 32.9%)인 산은이 협의체를 꾸리고 한전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에 여러 지원 방안 중 대출 지원도 거론된 바 있다. 

      게다가 지난해보다 발행금리가 높게 확정되면서 은행채 발행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 산금채의 평균 금리는 2.32%로, 지난해 평균 금리 1.48%보다 크게 뛰었다. 증권사의 크레딧 연구원은 “한전채가 워낙 높게 발행되니까 시장에서 물량을 소화하려면 이와 비슷하거나 혹은 더 높은 수준으로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한전채가 산금채로 바뀌어 발행되고 있는 셈이다.

      원화 유동성과 예대율 관리를 위해 자금을 확충하는 등 은행채 발행을 늘려야 하는 은행은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미국의 긴축 가속 가능성, 인플레이션 전망 등이 반영되면서 전반적으로 채권금리가 올랐는데, 최근 대출요건이 완화되면서 은행채를 통한 대출자금을 마련해야 해서다. 팬데믹 시기에 예대율·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기존 100%에서 85%로 인하한 조치가 6월에 종료되는 점도 높아진 은행채 수요에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은행은 5월부터 채권 순발행으로 돌아섰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국내은행이 이달 발행한 은행채 규모는 총 6조2930억원으로 지난달보다 약 2배 증가했다. 

      하반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들은 조달 비용이 증가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은행채가 예·적금보다 금리가 낮기 때문에 조달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다. 저원가성 예금이 감소하며 은행의 조달비용이 높아진 영향도 한몫한다. 신한과 우리금융지주의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저원가성 예금 감소를 우려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크레딧 연구원은 "최근 채권시장 불황으로 기업이 회사채보다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을 늘리자, 은행은 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채 발행 유인이 많아졌다"며 "LCR 규제 정상화를 앞두고 은행이 유동성을 미리 확보한다면 영향이 제한적일 수는 있으나, 시장 금리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산은발 채권 금리 인상은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