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투자 전략 핵심된 신세계프라퍼티...'리츠' 유동화 명분쌓기?
입력 2022.06.07 07:00
    신세계, 5년간 20조원 대규모 투자…키워드는 '오프라인'
    '신세계프라퍼티'가 투자 선봉장…스타필드·테마파크 주도
    재무 여력은 넉넉지 않아…리츠 통한 유동화 가능성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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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세계그룹이 오프라인 위주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신세계프라퍼티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타필드·화성 테마파크 등 굵직한 그룹사의 자산 개발전략을 주도할 예정이다. 다만 조 단위 투자를 감당할만한 재무 여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사실상 리츠(Reits·부동산 투자회사) AMC 설립을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시선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지난달 26일 신세계그룹이 내놓은 투자의 핵심 키워드는 '오프라인'이다. 전체 투자 규모 20조원 중 11조원이 오프라인 사업에 쓸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트레이더스 신규 점포 및 기존점 리뉴얼에 4조 9000억원을 집행한다. 현재 공사 중인 스타필드 수원을 비롯해 창원·청라 점 등 신규 출점을 위해선 2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화성 테마파크 사업과 복합 개발 사업에도 4조원을 투입한다.

      자산개발은 신세계프라퍼티가 담당할 방침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올 초 미국 고급 와이너리인 셰이퍼 빈야드(Shafer Vineyards) 인수 주체로 나선 데 이어 스타필드, 테마파크 사업 등 향후에도 대형 프로젝트를 주도한다. 이마트의 사세 확장을 이끌 '선봉장'이란 관측이다. 오프라인 투자 규모의 약 56%가 신세계프라퍼티가 주도하는 자산개발 사업이다.

      다만 조 단위 투자가 예정된 데 반해 신세계프라퍼티의 재무 여력은 넉넉지 않다는 평가다. 그간 이마트의 증자를 통해 투자 자금을 조달해왔지만, 투자 규모가 이를 넘어서며 차입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19~21년 신규 개발(창원, 동서울, 수원, 화성)과 지분투자 등으로 약 9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했지만, 이마트의 증자 규모는 약 3000억원에 그쳤다. 이에 순차입금은 같은 기간 30% 늘었다.

      더군다나 앞으로 모회사의 지원을 바라긴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 1분기 이마트의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시장의 예상을 70% 이상 하회한 344억원을 기록, 빠른 속도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이에 증권업계에선 이마트의 신용등급 악화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가 미국 와이너리인 셰이퍼 빈야드를 인수할 때도 이마트의 지원은 없었다.

      일각에선 외부 투자자 유치를 점치기도 한다. 다만 IPO(기업공개)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수익성도 기대치를 하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하남, 스타필드고양, 스타필드수원을 개발할 때 터브먼아시아와 국민연금, KT&G를 출자자로 확보했다. 국민연금은 당초 배당 투자 수익률 연 9%를 기대하고 스타필드고양에 투자했지만, 현재 배당수익률은 절반 수준으로 파악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리츠 설립을 위한 명분이 쌓이고 있다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한 증권사 유통 연구원은 "스타필드 개발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고려하면 신세계그룹이 올해 리츠를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라며 "스타필드를 세일즈앤드리스백(Sale&Lease back) 으로 그룹사 리츠에 넘기면 대규모 투자자금을 조달하기에 수월하다. 토지가격이 올라 자산매각에 적합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리츠는 자금조달을 위한 전략적 선택지가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스타필드하남의 경우 작년 감사보고서 기준 토지 취득원가는 2792억원이나 공정가치는 7737억원으로 가격이 약 3배 가까이 올랐다. 스타필드고양의 토지 공정가치는 2539억원으로 취득원가(1886억원)보다 30% 넘게 올랐다. 부동산 매각 차익을 통해 일부 투자금 회수도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신세계그룹 내부에서도 리츠 설립에 관한 몇 차례 논의가 있었지만 보유자산 특성상 흥행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프라퍼티 측 관계자는 "이지스자산운용과 리츠 AMC 설립 여부를 두고 논의가 있는 건 맞지만 결정된 사항은 없다"라며 "리츠 관련 논의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거론됐던 것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이마트가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자산 매각에 나선만큼 향후에도 리츠 설립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마트는 지난 2019년 13개 점포를 세일즈앤드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했고 지난 2년 동안 선매각 후 분양 방식으로 가양점과 본점을 유동화했다. 3년간 자산 효율화를 통해 이마트가 손에 쥔 현금만 4조원이 넘는다.

      한화투자증권은 올 초 보고서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이마트가 자산가격 하락 이전에 유동화를 시킬 요인이 충분하다"라며 "이마트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대규모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