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이름값' 무색한 미래證 IPO 실적…비빌 언덕 쏘카도 '가시밭길'
입력 2022.06.09 07:00
    한투·NH와 '빅3' 미래에셋, 올해 IPO 실적은 이름값과 거리
    LG엔솔 빠진 여파에 현대엔지 등 줄줄이 상장 철회도 타격
    남은 대어는 쏘카…플랫폼 강조하지만 실질은 렌터카 유사
    렌터카보다 우버와 비교 바라지만 플랫폼 가치 하락도 부담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기업공개(IPO) 분야에서 1위 증권사에 걸맞지 않은 아쉬운 성적표를 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등이 상장(IPO)을 철회했고 CJ올리브영, SSG닷컴 등의 상장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남은 대어 중 가장 진척이 된 것은 쏘카 IPO인데, 결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업이 글로벌 차량공유 업체 우버(Uber)보다는 렌터카 업체와 유사해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IT·플랫폼 기업에 대한 시선도 박해지고 있어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상장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올해 주식시장은 국내외 악재가 쏟아지며 침체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1월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대명에너지, 보로노이, SK쉴더스, 태림페이퍼, 원스토어 등이 싸늘한 투심을 확인하고 줄줄이 상장을 철회했다. 작년 IPO 호황으로 좋은 성과를 낸 대형 증권사들은 올해 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어느 증권사 할 것 없이 IPO 부서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미래에셋의 부진이 더 눈에 띄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은 IPO 주관·인수에서 2020년 2위, 작년 1위를 차지했었는데 올해 1분기까지는 8위에 그치고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주식자본시장(ECM) '빅 3'로 꼽혔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다. 미래에셋은 작년 1분기에도 IPO 주관·인수 1위에 올랐었다.

      미래에셋보다 순위가 높은 곳들은 모두 LG에너지솔루션 실적이 있는 곳들이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끼지 못한 타격도 받은 셈인데, 최근 맡았던 상장 일감이 백지화된 영향이 크다. 미래에셋은 현대엔지니어링, 유니콘 특례 1호 보로노이 대표주관을 맡았고 SK쉴더스 상장에선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남은 상장 성과도 불투명하다. 그나마 증시 입성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CJ올리브영과 SSG닷컴은 시장 분위기를 더 살피느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도 청구하지 않고 있다. 과거 상장 주관 맡았던 야놀자도 미래에셋증권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자금 유치를 주선해주면서 목표가 미국 증시로 변경, 주관사 자격을 잃었다. 주관을 맡은 밀리의서재는 최근 코스닥 상장을 위해 예비심사를 신청했는데 대어급은 아니다.

      미래에셋에선 올해 초부터 일부 IPO 담당 인력이 이탈하기도 했다. 성과급도 받지 않고 벤처캐피탈(VC) 등 다른 영역으로 옮긴 인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인력 일부를 다시 충원하며 급한 불은 껐지만 작년 수준의 실적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남은 상장 일감이라도 잘 챙겨야 하는데 미래에셋이 관여하고 있는 회사 중 대어급은 LG CNS와 쏘카 정도다. LG CNS는 이제 막 주관사를 선정한 단계고 미래에셋은 공동 주관사 중 하나다. LG에너지솔루션을 대표 주관했던 KB증권이 이번에는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대표 주관을 따내려 총력전을 펼쳤지만 결실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미래에셋 입장에선 대표 주관을 맡은 쏘카의 상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쏘카는 지난 4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고 증권신고서 제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쏘카는 모빌리티 혁신 플랫폼으로서 지금까지 수천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이를 바탕으로 폴라리언트, 차케어, 모두컴퍼니, 나인투원 등 다양한 기업을 인수했다. 지난 10년간 112%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했다. 쏘카가 국내 첫 모빌리티 기업의 상장으로 상장 후 기업가치로 3조~4조원이 거론되기도 했는데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쏘카는 차량관리, 주차 중개 등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지만 아직 시장에선 단순 차량공유 업체란 인식이 강하다. 2020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스타트업)에 등극할 당시에도 운영 차량을 중고차로 팔겠다는 전략을 강조했다. 플랫폼이긴 하나 롯데렌탈 등 렌터카 기업이 더 적합한 비교군이라는 것이다. 롯데렌탈은 작년 영업수익 2조4226억원, 영업이익 2454억원을 올렸는데 쏘카는 영업수익 2890억원, 영업손실 209억원이다. 쏘카가 시총 1조3000억원대의 롯데렌탈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을지 미지수다. 올해 롯데렌탈이 쏘카 지분을 인수하며 평가한 기업가치도 1조3000억 수준이다. 

      이러니 회사와 주관사에선 우버와 같은 차량 공유 플랫폼으로 간다는 에쿼티 스토리에 공을 들이려는 분위기다.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들은 PSR(주가매출비율)로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유리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전략도 유효할 것인지 점치기 어렵다. 차량 없이 차량과 운전기사를 연결하는 우버와 만대 이상의 차량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쏘카와는 전략적 차이가 있다. 

      시장에서 동일 비교군으로 인정하더라도 해당 산업의 분위기가 이전 같지 않다. 우버, 그랩, 리프트 등 글로벌 플랫폼들은 실적 주가 부진에 사업을 줄이거나 수익성 위주로 재편하고 있다. 디디추싱은 상장폐지됐다. 이익이 나지 않는 기업의 가치 하락 분위기가 해외에서 한국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도 PSR 방식을 잘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우버는 한 때 PSR 10배에 가까운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지만 최근엔 2배 미만으로 떨어졌다. 지금 쏘카가 PSR 방식을 택해서는 1조원을 인정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렌탈이 쏘카에 투자할 때 인정받은 PSR 비율은 4.7배 수준으로 당시 우버‧리프트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 IPO 팀에서는 쏘카 상장이 되지 않으면 올해 농사를 망친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며 “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에 대한 시장의 시각이 박하다 보니 원하는 값을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