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아 컬리 대표, 신주인수권 전량 전환...그래도 IPO 난관은 여럿
입력 2022.06.10 07:00
    5월 말 워런트 전량 보통주 전환
    상장 예비청구서 보완 후 제출 예정
    거래소 조건 맞춰...마켓 상황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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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김슬아 컬리 대표가 보유 중인 신주인수권(워런트)을 전량 행사키로 했다. 김 대표의 잔여 워런트는 진행 중인 상장 예비심사의 가장 큰 지적사항으로 꼽혀왔다. 예심 통과 가능성은 커졌지만, 주요 주주 지분율이 변경된만큼 심사 일정 연장은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다. 

      예심을 통과한다 해도 시장의 평가가 남아있다. 최근 공모주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공모 과정에서 투자자 모집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는 분석이다.

      컬리는 지난달 25일 약 22억원 규모의 잔여 워런트 권리를 모두 말소했다. 해당 워런트가 전량 행사되며 보통주로 바뀐 데 따른 것이다. 이는 보통주 약 37만주에 해당하는 규모로, 대부분 김 대표 보유분으로 추정된다. 컬리의 현재 발행주식 총수가 약 3844만주인 점을 감안하면 이를 통해 약 0.96%의 지분율을 확보한 셈이다.

      지난 3월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뒤로 자본금 변동 사항이 생긴 만큼 심사 승인은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최근 컬리가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연장을 신청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거래소의 심사 기간은 영업일 기준 45일로 지난달 31일 공식 심사 기간은 끝이 났다.

      대주주 지분 변동은 예심 재청구 사유다. 다만 아예 현재 심사를 종료하고 새로 심사에 착수하는 건 아니며, 청구서를 다시 제출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현재 컬리는 심사 연장 신청과 함께 새로운 청구서를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새로운 심사는 기존의 심사 내용을 바탕으로 바뀐 부분을 추가 심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이전처럼 45영업일을 꽉 채우진 않을 전망이다. 

      금번 전환은 워런트의 행사 기한(8월26일)이 임박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통상 거래소는 상장 전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보통주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 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이 미행사 워런트를 보유하고 있을 시 자칫 자본금 변동 내역이 생길 수 있어서다. 

      김 대표가 워런트 행사까지 다소 시일이 걸렸던 것은 자금 조달 및 세금 이슈 문제가 엮여있던 탓으로 분석된다. 개인이 약 수십억원의 현금을 들여 비상장 기업의 보통주를 보유하게 되는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세 차익에 따른 세금도 만만치 않다. 상장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뜻 개인 자금을 투입하기 어려웠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 VC(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창업자라고 하더라도 수십억원의 개인 자금을 회사에 쏟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상장 여부에 따라 엄청난 개인 부채가 생길 수도 있어 전환하기까지 시일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워런트 행사로 상장을 위한 제반 절차는 마쳤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는 의견이 많다. 

      상장과 맞물린 시기에 공모주 시장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다. 대어급 공모주로 기대를 모았던 원스토어, SK쉴더스 등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했고 공모 대기 중인 회사들도 기업가치(Valuation) 할인, 구주매출 최소화 등의 방안을 고려중이다. 

      한 기업공개(IPO)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도 IPO 건수가 90% 이상 줄어든 가운데 국내 시장 상황도 녹록치 않다”라며 “컬리가 기본적인 요건은 다 맞췄지만 이제 시작이다. 현재 상황에서 IPO 앞둔 모든 기업들의 성패 여부는 시장 상황으로 귀결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이후 컬리의 성장성 여부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회사 특성상 수천억원의 투자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를 유치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컬리는 상장을 못해도 문제지만 상장 이후가 더 험난할 수 있다”라며 “상장 이후 투자자들은 어느 순간 자금을 회수할 텐데 이렇게 되면 증자를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컬리 측은 회사의 성장을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의 성장 속도를 보여주는 바스켓 사이즈(장바구니 당 물품 개수), AARRR(해적지표) 등의 지표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컬리는 “워런트 행사는 시기의 문제였을 뿐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