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폭탄선언에 또다시 'BTS=하이브' 리스크 드러낸 하이브
입력 2022.06.15 17:01
    취재노트
    '단체 활동 잠정 중단' 폭탄선언에 주가 폭락
    놀란 투자자들…"주요 투자정보 공지 필요"
    여전히 BTS 기여도 압도적…실적 영향 불가피
    하이브의 모호한 대응에 "컨트롤 미흡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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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단체 활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해 소속사 하이브의 주가가 폭락했다. ‘폭탄 선언’ 다음날인 15일 개장과 동시에 전일 대비 21%가 폭락한 하이브 주가는 장중 28%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13만9000원)를 기록했다. 이는 상장 이후 역대 최저가다. 이날 하이브는 14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장 충격이 이어지자 하이브(빅히트 뮤직)는 "방탄소년단은 팀 활동과 개별활동을 병행하는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게 된다"며 "멤버 각자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성장하는 시간이 될 것이고, 향후 방탄소년단이 롱런하는 팀이 되기 위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레이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하이브 측의 해명에도 BTS 멤버의 개인 활동이 어떻게 이뤄질지, 단체 활동이 어느 수준으로 언제까지 이뤄지는 지 아무것도 명확히 된 바는 없는 상태다. 

      이후 어떻게 사태가 흘러가든, 사실상 ‘BTS’가 하이브의 ‘비싼’ 주가와 높은 기업가치를 떠받치는 핵심이라는 점은 명확해졌다. BTS가 단체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는 소식만으로도 하이브의 주가는 공모가인 13만5000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떨어졌고 하루에 시가총액 2조원이 날아갔다. 

      물론 군입대 이슈가 다가오면서 올해 이후 BTS의 활동 변화는 어느 정도 예상된 바다. 군입대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최근 업계에선 “엔터 섹터에선 기관들이 대부분 하이브 공매도(주가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전략)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이달 10일 ‘지난 9년간의 활동을 되돌아 보는’ 앤솔러지 형식의 앨범 ‘프루프’가 발매되자 아미(ARMY;BTS 팬덤) 사이에서 “정말 군대를 가나보다” 추측이 더 커졌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러운 통보’에 투자자들은 당혹스러움을 나타내고 있다. 엔터 섹터를 담당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틀도 부랴부랴 스페셜 코멘트를 내놓았다. 기관투자자들도 어리둥절한 상태다. 통상 기관들은 하루에 20% 이상 주가가 빠지게 되면 손실이 확정되는 ‘로스컷’으로 보는 내부 규율을 가지고 있다. 특정한 경우에는 보유를 하지만, 보통 낙폭이 크면 시장에 나온 물량이 모두 소화되는 데 시간이 걸리 때문에 그 주식이 당분간은 반등하기 어렵다고 보고 모두 매각하는 경우가 많다. 

      단체 활동 중단 시 실적 악화와 이에 따른 주가 부진은 불가피하다. 작년 기준 메리츠증권 추산에 따르면 하이브의 영업이익 내 BTS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육박한다. 개인 활동을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완전체’ 만큼의 수익을 내긴 힘들다. BTS 멤버들의 인기가 워낙 높긴 하지만, 과거 빅뱅처럼 ‘미리’ 개인 및 유닛 활동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인 바가 없는 점은 위험 요인이다. 

      무엇보다 아이돌의 가장 큰 수입원인 해외 투어가 불투명해진 셈이라 당장 올해부터 큰 폭의 실적 하락이 예상된다. 하반기까진 투어를 돌 것으로 전제하고 실적 추정치를 낸 증권사들도 수정에 나섰다. 하나금융투자는 멤버들이 순서대로 입대해 2023년 초 전원이 입대하게 된다면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439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반토막 난다고 추정했다. 목표주가도 기존 대비 16% 하향 조정해 36만원으로 새로 제시했다. 유안타증권은 올 하반기 BTS의 단체 투어가 없다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추정치 대비 33%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이브의 주가 하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하이브 측이 ‘정확한’ 계획을 내놓지 않았고, 파장이 생각보다 크다보니 급히 계획을 수정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어찌됐든 한동안 하이브 주가는 높은 불확실성을 보일 전망이다.  

      하이브가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점은 치명적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이었으면 소송감”이란 말도 나온다. 실적에 유의미한 이벤트는 투자자들에게 미리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례로 넷플릭스는 지난 1분기 유료 회원이 전 분기 대비 20만명 줄었다고 밝히면서 이후 주가가 폭락했는데, 이에 5월 일부 미국의 투자신탁 등 주주들은 "넷플릭스와 경영진은 조짐이 있었는데도 미리 사업 운영 및 미래 전망과 관련된 중요한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며 증권사기 혐의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14일 늦은 오후 BTS는 자체 유튜브 채널(방탄TV)에서 직접 단체 활동 중단 사실을 알렸다. 물론 ‘감성’이 중요한 엔터 비즈니스란 특성상 아티스트가 직접 팬덤에 먼저 전하는 그림을 원한 것일수도 있다. 다만 하이브 정도 규모의 ‘상장사’가 이렇게 중요한 뉴스를 아티스트의 입을 통해 모호하게 전달하는 것은 ‘상식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하이브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인 BTS의 단체활동 중단은 ‘코카콜라가 콜라 생산을 중단하는 수준’의 뉴스인데, 아티스트 발언 후 회사가 말을 바꾸는 미숙한 대응만 이어지며 시장에 실망을 안겼다. 설사 언급 내용이 회사 측과 아티스트 간에 '협의가 안된 것'이라고 해도 그건 더 큰 문제라는 평이다. 

      오랜 기간 엔터 투자를 해 온 시장 관계자들은 “빅뱅이 군대 간 이후 YG엔터 주가를 생각해보면 된다”고 말한다. 2017년 멤버 탑을 시작으로 2018년 지드래곤,대성,태양이 입대한 이후 YG엔터 주가는 반토막났다. (승리는 ‘버닝썬 사태’ 이후 2020년 입대) 결국 블랙핑크가 ‘빅뱅 수준’의 위치에 갈때까지 주가는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빅 히트’ 그룹 이후엔 그만한 ‘대체재’가 나오기 전까지는 회복이 어렵다는 평이다. 또한 빅뱅때도 그랬고, 결국 ‘톱 남자 아이돌’의 위치는 ‘군백기’ 간에 타 그룹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BTS만큼의 글로벌 인기를 얻는 한국 아이돌 그룹을 살아 생전에 다시 볼지 모르겠다”며 “그만한 그룹이 다시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2002년 월드컵 4강신화’를 다시 기다리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하이브는 ‘BTS 대체제’가 마련돼 있을까? 유안타증권의 추정에 따르면 공연 기대수익 기준, 플레디스 인수로 유입된 세븐틴이 그나마 BTS 다음으로 수익을 많이 내지만 BTS에 비하면 1/5 수준이다. 하이브가 BTS 후속으로 내놓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는 아직 기여도가 매우 미미하다. 올해 처음으로 공개한 걸그룹 ‘르세라핌’은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실적에 유의미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르세라핌 멤버의 ‘학폭 논란’으로 하이브의 ‘리스크 관리’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는 바다 

      하이브가 그동안 ‘입이 마르게’ 강조하던 “엔터회사가 아니다”라는 명제도 아직까지 썩 뚜렷하진 않다. 하이브의 IT 역량의 핵심인 팬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는 최근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하이브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다고 전해진다. 네이버의 ‘브이라이브’와의 결합 시너지가 생각보다 높지 않아 시장에서도 다소 기대감을 낮춘 분위기다.

    •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모르겠다” 

      하이브 투자자도, ‘아미’도 궁금한 건 결국 “그래서 BTS는 이제 어떻게 되나”다. 군입대 이슈를 제외하고도, ‘9주년 기념 앨범’의 다소 뜬금없는 등장과, 최근 멤버 뷔의 걸그룹 아이돌과의 스캔들 소동(?) 등으로 “내부 통제가 안되는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한가지 확실한 건 처음으로 하이브와 BTS 측이 공식적인 ‘개인 활동’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BTS는 지금까지 ‘믹스테이프(비정규 음반)’ 등 솔로곡을 내긴 했지만 ‘솔로 활동’을 한 적은 없었다. 이에 “개인활동이 열리게 되면 BTS 멤버들이 독립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를 표하는 투자자들이 있다. 사실상 이제 꼭 ‘하이브’ 테두리가 아니어도 되는 멤버들이 ‘내 색깔’을 찾아 떠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폭탄 선언’을 한 유튜브 방송에서 BTS 리더 RM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되게 중요하고 내가 살아가는 의미인데, 그런 게 없어진 것 같다. K팝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고, 슈가(SUGA)는 “제일 어려운게 가사 쓰는거다. 할 말이 없다. 억지로 쥐어짜고 있다”고 더했다. ‘힙합 아이돌’로 데뷔한 BTS는 특유의 ‘현실 청춘 감성’으로 인기를 모았는데,  글로벌 인기가 높아진 후 최근에는 ‘글로벌 차트 인(in)’이 용이한 대중성 높은 영어 곡들 발표가 이어졌다. 

      벌써부터 ‘혹시 멤버간 사이가 좋지 않은 거 아니냐’, ‘회사와 이견이 있는거 아니냐’, ‘군 입대와 별개로 올해 투어는 돌 수 있는데, 계획이 없는 이유는 뭔가’ 등 여러 우려 섞인 추측이 나오고 있다. 올초 공개된, 네이버웹툰과 진행한 프로젝트인 ‘착호’도 멤버들을 설득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전해지는데, 결국 OST ‘Stay Alive’도 멤버 전원이 아닌 슈가와 정국만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되는 등 회사 측과 BTS 멤버 간의 ‘의견 차이’도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었던 바다. 

      이번 사태가 단순 해프닝인지, 정말 하이브와 BTS에 ‘큰 변화’가 오는 건지는 아직 결론 내릴 수 없다. 하지만 시장이 ‘앞으로의 BTS는 이전같지 않을 것’이란 점을 확인한 이상 승승장구하던 하이브도 ‘이전같지 않은’ 새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