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으로 돌아가는 삼성전자…바닥 안 보이는 메모리
입력 2022.06.24 07:00
    5만7000원선도 내준 삼성전자…2019년 12월 회귀
    금리·환율·경기 감안해도 뒤집힌 '메모리' 향한 시각
    결과론적으로 시장이 이긴 듯한 업황 둔 눈치싸움
    투자비 부담은 큰데 출하량 성장은 둔해진 상황
    언젠가 '또' 성장기 맞겠지만…지금 바닥인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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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 3월 코스피 조정과 함께 주당 7만원 안팎을 위태롭게 지키던 시점부터 바닥 부근이란 평이 나왔지만 세 달여 만에 6만원 선 아래에 머물게 됐다. 연초만 해도 메모리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의견 대립이 팽팽했지만 이제 하반기 회복을 기대하는 목소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당분간은 불어난 투자비 불안을 잠재울 만한 시장 성장의 근거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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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5만6800원까지 하락했다가 전일보다 0.17% 하락한 5만7500원에 마감했다. 그래프 상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에 언급되기 이전인 지난 2019년 12월 18일까지 밀려난 셈이다. 시중금리 인상 중국 지역봉쇄, 공급망 붕괴와 외교불안, 경기침체 가능성 등 다른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코로나 이후 지난 2년 동안 만들어진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가들이 메모리 반도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 수준 또는 그 이하로 회귀했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높다. 

      메모리 2위인 SK하이닉스 역시 마찬가지다. 이날 장중 SK하이닉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71% 하락한 8만97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찍고 9만2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처럼 그래프 상으로는 2019년 12월로 돌아갔다. 전일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하고 이날 코스피가 2300포인트 붕괴를 앞두고 있는 등 시장 상황을 감안해야겠지만, 메모리 업황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지난해부터 지루한 공방을 펼쳐온 메모리 반도체 업황 전망이다. 세트 고객사 재고 물량 증가에서부터 시작된 수요 하락 우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개 분기 연속으로 높은 수익성을 증명해도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회(IR)에선 서버 수요 특수를 두고 걱정할 필요 없다는 의견과 2018년 공급과잉의 되풀이라는 의견이 부딪혔다. 

      주가가 이 수준까지 내려오자 결과론적으로 투자가들의 불안이 맞아들어가는 모양새다. 

      수요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일정 수준 유지할 수 있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입장은 증명됐지만 주가를 끌어올릴 충분조건은 아니게 됐다. PC, 스마트폰과 같은 세트 수요의 감소는 숫자로 드러나고 있다. 올해 중국의 지역 봉쇄로 인한 스마트폰 수요 감소분만 약 5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의 서버 수요가 높게 유지되더라도 세트 수요 붕괴를 받쳐줄 뿐이란 식이다. 

      주가 측면에서 호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율주행 전기차와 인공지능(AI), 에지 컴퓨팅 등 IT기업의 미래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시중 유동성이 걷히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메모리 시장의 구조적 성장에 대해 냉정한 시각이 자리를 잡고 있다. 신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에 메모리가 필수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나타나기까지 수년이 남았다는 얘기다. 그때까진 세트와 서버 수요를 지켜보며 보수적 투자가 불가피하단 설명이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시중 유동성이 꺼지고 금리가 오르면서 메모리에 적용하던 기업 가치 멀티플(배수)이 차례로 꺼지고 있다"라며 "기술적으로도 미래 가치를 당겨 반영하기 힘들어졌고, 여기에 일상 회복으로 인한 재택근무 축소, 테크 기업의 재무부담, 아직 기술적 완성도가 부족한 메타버스나 자율주행 등 신기술 등 여러 요인이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평가 잣대를 보수적으로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장 큰 우려는 늘어난 설비투자(CAPEX) 비용 부담이다. D램 시장은 3파전 구도가 안착했고, 낸드 시장도 수익성을 회복해 현재 메모리 기업 중 적자를 우려하는 기업은 없다. 그러나 평균적인 투자비 부담은 어느 때보다 높다. 현재 D램과 낸드 시장의 연간 투자비는 지난 2007년 메모리 시장에서 치킨게임이 한창일 때보다 각각 1.5배, 3배 수준에 달한다. 

      세트와 서버 수요가 서로 상쇄되고 자율주행이나 AI 등 새로운 응용처 수요가 무르익기까지 시간은 길어지니 연간 빗 그로쓰(비트 단위로 환산한 출하량 증가율) 성장률 전망도 꺾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투자비 부담만 늘고 있으니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당연히 주가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고 증권가에선 바닥을 알기 어렵다는 입장이 되풀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