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노조 vs 노무 담당 격하…예견된 현대차 노사 임단협 난항
입력 2022.06.27 07:00
    임단협 교섭 결국 결렬
    미래차 시대 고용 위기에 들어선 강성 노조
    인력 자연 감소에 노무 담당 격하한 사측
    내달 1일 노조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
    부분 또는 전면 파업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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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차의 노사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 3년 사측과 노조는 3년 연속 무분규 타결로 임금·단체협약(이하 임단협)을 마쳤으나 올해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강성 지도부를 선출했는데 현대차는 노무 담당을 기존 부회장급 인사에서 부사장급으로 격하한 후 협상을 시작했다. 내달 초 부분 또는 전면 파업 선언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파업이 현실화 할 경우 현대차뿐 아니라 그룹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현대차 임단협 12차 교섭과 관련해 노조 측은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상태로 오는 28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추후 쟁의행위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인상, 호봉제도 개선, 신규인원 충원, 정년 연장,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의 노동조합은 강송 노조로 분류되는 지도부를 선출했는데 당시 지도부는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의 고용대책 마련, 상여금에 대해 전액 통상임금을 적용, 완전 월급제 시행, 노동이사제 도입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사측과의 대립각을 예고했다.

      내연기관에서 미래차로 지향점을 바꾼 현대차그룹의 기조에 노조의 위기감이 극대화한 것과는 별개로 사측은 올해부터 노무 부문에 과거와 같이 공을 들이진 않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에서 노조와의 가교 역할을 가장 오래한 윤여철 부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인사를 통해 고문으로 물러났다. 노조와 교섭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던 하언태 사장(前 울산공장장)도 퇴진했다. 윤 부회장과 하 사장은 지난 3년간 노조와의 교섭에서 무파업 타결을 이끈 바 있다.

      두 인사의 후임으로 현대차의 현재 사측 협상 대표자는 이동석 대표이사(부사장, 국내생산담당 및 안전보건최고책임자)와 정상빈 부사장(정책개발실장)이 맡고 있다. 부회장급 인사에서 부사장급 인사로 협상 대표자가 격하하면서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두 부사장 모두 올해 임단협의 원만한 해결이 첫번째 과제로 꼽혔다.

      사측이 노무 분야에 힘을 싣지 않는 것은 추후 현대차 인력의 자연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견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오는 2026년까지 1만2600여명 이상의 정년퇴직이 예상되고, 이를 역산하면 매년 2500명가량이 퇴직할 것으로 추산된다. 

      내연기관의 비중을 점차 줄이고 인력이 보다 적게 필요한 전기차, 플랫폼에 집중하면서 현대차의 인력 재배치가 사실상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회사측이 노무 부문보다 중요한 현안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임단협은 노조가 요구하는 '정년 연장에 대한 합의'가 가장 큰 쟁점이다. 노조는 국내 전기차 공장 설립의 구체적인 규모와 시기, 장소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역시 생산직 근로자의 고용 안정과 맞닿아 있는 현안이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게자는 "인력이 자연감소하면서 노조의 저항도 그만큼 줄어들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사측이 노조와의 문제를 과거와 같이 큰 현안으로 여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강성 노조 지도부가 들어섰고 국내 고용대책 등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노무 분야에 힘을 너무 일찍 뺀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 차량용 반도체 수급의 불안 등의 대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월간 생산량(1월 29.7만대, 2월 31.1만대, 3월31.3만대, 4월 32만대)이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며 정상화하고 있다. 빠른 재고 소진과 현대차에 유리한 원/달러 환율 등 우호적인 상황으로 실적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단기간의 생산 차질은 물론 추후 투자계획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와 더불어 기아 노사도 임단협을 시작했다. 기아 노조는 현대차 노조와 동일한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기아 노조 또한 합동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와 기아는 최근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겪으며 손해를 감수했는데 양사 노조의 합동 파업이 가시화하면 그룹 차원의 매출 타격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