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큰 손들 빠진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전…조 단위 자금 조달, 추가 투자에 '부담'
입력 2022.07.04 07:00
    이르면 8월 SPA 계획…MBK, 한앤코 등 대형 국내PEF 불참
    일찌감치 발 뺀 포스코, 대기업 참여도 저조한 듯
    자금력 갖춘 일부 외국계PEF 일부 참여 전망
    높은 밸류에 자금조달 쉽지 않은 환경
    추가 투자 지속해야…엑시트 플랜 세밀해야 할 듯
    외국계PEF, 글로벌 SI에 무게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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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프리미엄이 더해지면 최대 3조원까지 거론되는 일진머티리얼즈의 경영권 매각에 국내 큰 손들이 대거 불참했다.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참여하지 않았고, 일부 대기업들은 일찌감치 발을 빼며 예상 밖의 과당경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제한적인 인수후보자들이 회사의 현재 가치와 동박을 비롯한 미래 산업 성장성을 얼마나 높게 평가했는지에 따라 거래의 성패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로선 외국계 PEF와 글로벌 전략적투자자(SI)로 인수후보자가 추려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보인다.

      매각주관사(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는 7월1일 예비입찰을 실시했다. 매각 대상은 허재명 대표이사가 보유한 지분 53%로 시가총액(약 3조5000억원) 기준 약 1조8500억원 규모다. 확실한 경영권을 담보한 지분이기 때문에 거래가 성사된다는 점을 가정해 최대 3조원 수준까지 인수가가 거론되기도 했다.

      예비입찰엔 거론됐던 상당수의 후보들이 불참했다.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PE 등 조 단위 자금조달 여력이 있는 대형 운용사들이지만 이번 입찰엔 참여하지 않았다.

      매각측은 제한적인 잠재 인수후보자들에게 투자설명서(IM)를 발송했고 동박과 연관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다수 포함시켰다. 이 가운데 포스코는 이미 인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고,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손잡고 인수를 검토했던 효성그룹 그리고 LG화학을 중심으로 한 LG그룹도 이번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일진머티리얼즈의 고객사인 삼성그룹과 동박 1위사업자(SK넥실리스) SK그룹은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롯데그룹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지만 완주 여부에 대해선 미지수란 평가가 있다.

      조 단위 이상의 블라인드펀드를 보유한 국내 PEF들이 대거 불참한데는 3조원 대의 높은 인수가를 감수해야한다는 부담이 존재했다. 사실 3조원 규모의 인수자금을 보유 펀드의 자금으로만 충당하긴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 단위의 인수금융이 반드시 필요했다. 현재 기준 금리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차입금 부담이 상당히 클 뿐 아니라, 국내 금융기관들이 외부 출자를 크게 줄이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는 점은 주요 후보들이 불참한 원인이 됐다.

      대형 PEF 임원급 관계자는 "상당수의 PEF 운용사들이 최대 3조원 대로 거론되는 인수금액에 추가투자에 대한 부담을 느꼈다”며 “회사의 성장성을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면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자본조달 시장 상황을 비쳐볼 때 여의치 않은 점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사실 허 대표이사의 지분 매각 배경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스폰서를 맞이하는데 방점이 찍혀있었다. 추후에 추가적인 자본투자가 이어져야 했고 이 때문에 '3조원+@'의 자금소요를 감당할 수 있는 투자자가 필요했다. 일진머티리얼즈가 안정적인 사업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그동안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를 인정받은 점을 고려하면 다소 고평가 돼 있는 지분을 적극적으로 인수해 확장할 의지가 있는 국내 투자자는 그리 많지 않았단 지적도 나왔다.

      국내 전략적투자자(SI)와 PEF의 연합도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였다. 그러나 국내 FI 입장에선 추후 엑시트 플랜이 일원화한다는 부담이 SI 입장에선 수익률을 보장해줘야하는 숙제가 남는다는 점이 연합이 가시화하지 않은 요인으로 꼽힌다. 어떠한 경우든 일진머티리얼즈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담보한다면 문제가 되진 않지만 과거 KKR의 SK넥실리스 투자 당시와 비교한다면 다소 늦은감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거래는 사실 국내 후보보단 외국계 후보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IM을 발송하는 과정에서 자금력을 갖춘 글로벌 PEF들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이 가능한 SI들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고, 실제로 예비입찰에 참여해 인수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일단 매각 측은 연내 거래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이르면 내주 숏리스트를 추리고, 빠른 시일 내에 입찰을 진행해 8월 말까지 본계약(SPA)를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매각 측과 일진머티리얼즈 자회사(IMG테크놀로지와 IMM(말레이시아법인))에 1조원가량을 투자한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추후 분쟁의 소지가 남아있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