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급변에 늦어진 SK온 프리 IPO…믿을 구석은 모회사 '정유' 실적뿐?
입력 2022.07.06 07:00
    연초 자신감 드러냈지만 상반기 넘긴 SK온 프리 IPO
    시각 변화·내부 숙제 산적…협상 길어질 수밖에 없어
    올해 증설만 4조 투입…상장까지 필요 추가재원도 4조
    모회사 정유 호실적 관심…당장은 재무 숨통 트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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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온의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 IPO) 작업이 약속한 상반기를 넘겼다. 공급망 병목이 좀처럼 쉽게 해소되지 않고, 시장 금리도 하루가 다르게 올라 잠재 투자자와의 협상이 길어지는 모습이다. 해외 공장 수율이 낮고 적자폭이 확대할 가능성이 큰 등 풀어낼 숙제가 산적했다.

      SK온이 상장까지 필요한 자금은 3조~4조원으로 추정된다. 투자 유치가 늦어지니 모회사 실적에 시선이 쏠리는데,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정유 사업에서만 4조원 이상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SK온 프리 IPO 전까지 다소 숨통을 트여줄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 3월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상반기 중 SK온의 프리 IPO 계약 체결을 목표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KKR·칼라일그룹·블랙스톤 등 글로벌 큰손과 국내 사모펀드(PEF)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최대 4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 협상을 벌였지만 하반기에 접어들도록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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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연초만 해도 배터리 업계는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판가 인상을 완성차 업체에 전가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다. 수백조 수주물량을 쌓아둔 배터리 업체의 성장은 당연해보였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고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자 고객사 전기차 판매 감소와 증설에 따른 비용 부담 등 걱정거리가 쌓이고 있다. 중국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비중이 늘며 국내 배터리 산업의 위기감이 커졌다. 

      SK온은 해외 공장의 수율 저조와 적자 지속 등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는 올 1분기 양산에 들어간 헝가리 코마롬 제2공장 수율과 미국 조지아주 제1공장의 고객사 납품 난항 문제로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1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은 경쟁사 삼성SDI를 앞질렀으나 안팎의 악재로 모회사 주가에 배터리 가치는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SK온은 3분기까지 수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투자자에 전하지만, 경쟁사들도 대부분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1년 이상을 허비한 터라 우려가 적지 않다. 이 시점이 늦어지면 흑자 전환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계약 위반에 따른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 SK온 내부적으로는 연내 상각전영업익(EBITDA) 기준 흑자전환을 꼭 달성하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되지만 고객사 판매가 부진할 경우 쉽지 않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유동성이 넘칠 땐 수주물량과 증설 계획이 배터리 가치의 주요 변수지만 지금은 전기차 파트너십의 시장 지배력과 가격 경쟁력, 안전성, 마진 등을 다 따져야 한다"라며 "반도체와 비교되던 산업의 전망이 이렇게 빨리 변하는 것은 처음 보는데, SK온이 잠재 투자자로부터 원하는 조건을 이끌어내기도 어려워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유치가 예상보다 늦어진 만큼 당장의 필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시장의 관심도 높다. 올해 예정된 배터리 생산공장 증설에만 약 4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시장에선 SK온이 연내 손익분기점(BEP)을 넘긴다는 가정 하에 2025년 이후 IPO 작업에 돌입하기까지 최대 4조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정유 사업은 호황을 맞았다. 

      증권가에선 SK이노베이션이 올해 정유 사업에서만 4조원 이상의 이익을 남길 것으로 기대한다. SK온이 원하는 조건으로 투자 유치가 힘들어질 경우 모회사 수혈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할 당시에도 모회사가 확보한 현금 상당 부분이 신설 자회사 SK온으로 옮겨간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흑자전환 계획, 프리 IPO 등 투자자와의 약속이 자꾸 뒤로 밀리고 있어서 SK온도 관련 내용을 언급하는 걸 조심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그나마 모회사의 올해 이익 전망이 좋아진 덕에 투자 유치 외 다른 대안도 고려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헀다.

      반대로 하반기에도 프리 IPO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모회사가 추가적인 증자를 서두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시장 환경이 악화했을 뿐 회사의 성장성과 내재가치가 꺾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SK온이 어떤 형태로든 투자 유치를 완주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이 올해 정유 사업 호황에 기대 부채비율 감축 등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집중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하반기까지 SK온이 투자를 유치하지 못할 경우 그린본드 발행 등 다른 조달 수단을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