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글로벌 경기 인덱스'...작은 이슈에도 번갈아 냉온탕
입력 2022.07.06 07:00
    외국인 1000억원 수급에도 선물ㆍ지수 급등락 반복
    무역의존도 80% 한국,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 직격
    경기 침체 가격 반영 진행 중...이익 전망 대폭 하향 우려
    반도체 경기 악화ㆍ한국은행 긴축 우려도 부담 지속
    • 국내 증시가 극도의 변동성에 시달리고 있다. 수급이 메마른 가운데 매크로 변수에 민감한 외국인 자금이 흔드는대로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의 작은 매수ㆍ매도 움직임에도 방향이 휙휙 바뀌며 '단돈 1000억원으로 휘두를 수 있는 증시'라는 자조감 섞인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글로벌 경기의 '탄광 속 카나리아'라는 한국 경제의 특징이 극대화됐다는 평가다.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급등)은 이미 지난 이슈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상황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의존도(수출입비율)이 80%에 달하는 한국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코스피 지수는 장중 연 저점을 깨고 2270선까지 밀렸다. 지난달 29일부터 불과 4거래일만에 145포인트, 6% 급락했다. 이 기간 미국 증시는 반등하고 중국과 일본 증시가 강보합세를 보였음에도 국내 증시는 코스피 코스닥 할 것 없이 급락했다.

      5일에는 정반대 상황이 펼쳐졌다. 전일 뉴욕 증시가 휴장한 가운데, 중국과 일본 증시가 혼조세를 보이는 와중에 코스피는 1.8%, 코스닥은 3.9% 이상 급등하며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 기준 2300과 2400 사이에서 급등락을 반복하는 패턴이 최근 시장의 트렌드가 됐다.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의 급락은 이른바 '리세션 프라이싱'이 원인이었다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강력한 긴축의 결과로 글로벌 경기가 급격히 위축하며, 이에 따른 악영향을 한국 경제가 가장 많이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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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노무라증권이 4일 내놓은 한국 경제 전망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이 보고서에서 노무라증권은 한국의 3분기 GDP 성장률(분기비, qoq)를 마이너스(-) 2.2%로 제시했다. 2022년 연간 성장률도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2.6%보다 크게 낮은 1.9%로 전망했다. 내년 1분기까지 마이너스 성장률을 이어가며 경기 침체에 시달릴 것이라는 관점이었다.

      미국의 경기 침체가 한국으로 전이될 것이라는 게 핵심 근거였다. 실제로 미국의 설비투자 전망과 국내 미국향(向) 수출 규모는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원화 약세와 유가 상승으로 국내 소비가 위축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에 부담을 주며 가처분소득을 크게 낮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5일의 급등 역시 매크로 환경 변화에 따른 움직임이었다. 이날 장 시작 전 우크라이나 돈바스 전역의 80%를 차지한 러시아가 곧 휴전을 위한 움직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전해졌고, 오전엔 미국이 대중국 무역 관세를 낮출 것이라는 양국 정부 관계자들의 멘트가 나왔다. 무역장벽 완화 가능성이 호재로 작용하며 외국인이 6일만에 순매수로 돌아섰고, 증시가 급등한 것이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지수는 급등했지만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1조원도 아니고 고작 1000억원에 불과했다"며 "선물 시장쪽은 더 상황이 안 좋아서, 외국인 매수 매도 1000억원에 선물 시장이 흔들리고 이로 인해 현물 지수도 아래 위로 1%씩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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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하면 국내 증시는 다시 좋아질까. 아직까지는 부정적인 전망이 훨씬 더 많다.

      당장 경기 침체에 따른 추정 이익 규모 조정은 이제야 시작됐다. 1분기 실적 시즌이었던 지난 5월만 해도 올해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전망치는 240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였던 184조원 대비 23% 더 성장할 것이란 낙관론이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며 현재 전망치는 234조원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아직 조정의 여지가 많이 남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핵심은 코스피 영업이익의 32%를 담당하고 있는 반도체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최소 반기 이상의 본격적인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경기의 가늠자로 꼽히는 '현물 프리미엄'은 최근 마이너스(역프리미엄)으로 전환했고, 주요 반도체 업체의 재고 이슈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와 관련 유진투자증권은 "불과 1~2 주 만에 리세션이 올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어느 정도의 강도와 길이로 올 것인가로 이슈가 바뀐 듯 하다"며 "이미 안 좋다는 점이 알려진 PC 와 스마트폰 수요는 어쩌면 예상보다 더 안 좋을 수 있고, 믿었던 서버 수요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상황을 분석했다.

      케이프투자증권 역시 "2분기 실적 발표를 전후로 실적 전망치 추가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반도체 업종 영업이익은 코스피의 32% 수준이어서 하향되기 시작하면 올해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 전망치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피크아웃(고점 후 하락)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국내 인플레이션 부담이 이제 시작됐다는 점 역시 이슈다. 5일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대비 6.0% 상승해 전망치(5.9%)를 넘어섰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 이후 23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국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4월 4.8%, 5월 5.4%, 6월 6.0%로 급등세다. 이로 인해 7월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50bp) 올리는 '빅 스텝' 가능성이 부각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반도체를 제외한 중국 무역 수지는 적자폭이 커지고 있는데, 미중 무역분쟁 완화가 국내 산업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지 잘 모르겠다"며 "어느 순간부터 코스피 전망 레포트의 '락 바텀'(단단한 바닥) 논리도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에서 0.8배로 하향 조정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