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고효율 '행복회로' 돌렸지만...예정 수순 밟는 KKR·앵커의 티몬 투자
입력 2022.07.12 07:00
    최근 큐텐과 협력방안 논의…기업가치 2000억~3000억 거론
    시장 낙관 KKR·앵커, 성장 자금 투입에 인색했고 티몬은 정체
    팬데믹 후 유동성 장세도 놓쳐…티몬 회수 성적표 낙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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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PEF) KKR과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있어 티몬은 투자 포트폴리오 가운데 유달리 '아픈 손가락'에 해당된다. 두 PEF 주주들은 이커머스 산업 성장기에 시장에 진입했지만 회사의 성장 자금을 투입하는 데는 사실 인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회사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 티몬 경영권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결국 주주가 손에 쥐는 것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M&A 업계에 따르면 티몬 주주들은 해외 직구업체 큐텐(Qoo10)과 티몬 경영권 매각을 포함, 다양한 협력 방안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큐텐 대표와 주주 측 인사간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KKR과 앵커PE(몬스터홀딩스)가 81.74%, PS얼라이언스 컨소시엄(티몬글로벌)이 티몬 16.91% 지분을 갖고 있다.

      KKR-앵커PE 컨소시엄은 지난 2015년 그루폰(Groupon Trailblazer)으로부터 티몬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다. 당시 이커머스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고 있어 컨소시엄은 1세대 기업인 티몬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치고 투자했다. 회사는 쿠팡, 위메프와 이커머스 시장의 한축을 맡았다.

      KKR-앵커PE는 이후 다각도로 투자회수를 추진했다. 여러 차례 상장(IPO)을 검토했으나 성과가 없었고, 여행사업부(티몬투어)를 분사해 투자유치를 받겠다는 계획도 결국 무산됐다. 몇 해 사이 이커머스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화했고, 그 과정에서 티몬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티몬도 시기마다 다양한 성장 전략을 펴고 이익을 내기 위한 방도를 강구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KKR과 앵커PE는 회사의 성장성이 꺾이고 회수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자금 보따리를 푸는 데 인색했다.

      KKR과 앵커PE 컨소시엄은 처음 티몬 경영권을 인수할 때 3억6000만달러(현재 약 4700억원)를 투자했는데, 자금 대부분이 기존 주주의 구주를 인수하는 데 쓰였다. 회사에 새로 유입된 금액은 10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티몬의 기존 사업만으로도 성장의 과실을 누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쿠팡의 ‘배송기간 단축’ 시도를 심각한 위헙으로 보지 않았다. 그 사이 쿠팡, 네이버, SSG닷컴 등이 급부상했고 티몬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쿠팡이 평균 1.8일 정도이던 배송기간을 1.2일로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는데 0.6일은 큰 의미가 없다는 컨설팅 결과에 따라 컨소시엄이 티몬을 인수했던 것”이라며 “중간 마진을 줄이고 상품을 다양화하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봤지만 결과적으로 경쟁자가 많다는 위험 요소가 현실화했고 쿠팡 배송 전략의 힘도 오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 한번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하니 회복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거래처와 가격 협상력은 줄어들었고, 뒤늦게 쿠팡식 물류 경쟁을 펼 수도 없었다. 매출 성장도 이익 전환도 어려운 회사라 주주들은 새로 돈을 넣길 꺼렸다. 내부수익률(IRR) 15%를 낼 투자처가 아니니 내부 승인을 얻기 어려웠고 관리 부담만 커졌다. 주주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티몬은 연금리 10%에 가까운 제2금융권 자금으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몇 차례 외부 투자를 받기도 했지만 시장 판도를 바꾸기보다는 사업을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티몬은 작년 PS얼라이언스 컨소시엄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 처음엔 4000억원 규모 투자를 예정했으나 자금 모집에 애를 먹었고 투자 규모가 305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투자금 중 1000억원은 금융권에서 빌리고, 1600억원가량은 PS얼라이언스와 한 홍콩 기반 크레딧펀드가 댔다. 나머지는 KKR과 앵커PE가 냈지만 실질적인 투자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투자 유치 후 티몬이 KKR과 앵커PE로부터 빌린 자금이 상환된 점을 감안하면, 회사가 성장에 쓸 자금은 많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후 2년의 기간이 KKR-앵커PE가 투자회수할 적기로 볼 수 있었다. 유동성 풍년에 이커머스, 플랫폼 등 테마엔 돈이 쏟아졌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 결국 결실은 없었다. 2020년엔 이커머스 확장에 고심하던 롯데그룹과 경영권 매각 협상을 하기도 했지만 서로의 '눈높이' 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플랫폼 기업의 거품이 빠지며 다시 오프라인 유통 사업이 주목받는 상황이라, 유통공룡들이 다시 티몬을 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롯데와 협상할 때나, 작년 투자유치 때 기업가치는 2조원 가량인데 최근 거래에서 거론되는 가치는 2000억~3000억원이다. 일각에선 그나마 이 가격조차도 낮지 않다는 시선이 있다.

      한 외국계 PEF 관계자는 “2000억원 가치의 이커머스 기업이라면 관심을 가지고 볼 만하다”면서도 “티몬의 경우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 투심위를 설득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