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대박'보단 '안정'…대출과 중순위 출자 늘리는 기관투자가들
입력 2022.07.13 07:00
    사모대출펀드에 출자 늘리는 기관들
    에쿼티보단 메자닌
    불확실성 큰 대체보단 선순위 대출
    변동금리로 안정적 수준의 수익률 목표
    신용도 떨어지는 기업 포함할 수도
    'PDF도 세밀한 검토 필요' 평가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주식시장에 낀 버블은 꺼지고 있다. 금리의 대세 상승기에 채권투자를 통한 높은 수익률도 기대하기 쉽지 않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대체투자 자산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불확실성을 키우는 상황이다.

      신규 투자에 대한 부담이 여느때보다 커진 시점에서 수익률 재고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하는 기관투자가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지난해까지만해도 높은 수익률를 쫒아 국내외 주식과 대체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선 기관들은 올해부턴 소위 대박보단 안정에 중점을 둔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최근 미국계 크레딧펀드 운용사인 골럽캐피탈(Golub capital)에 7000만달러(한화 약 9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과기공은 지난 2017년 골럽캐피탈과 에이리스(Ares management)이 운용하는 사모대출펀드(PDFㆍPrivate Debt Fund)에 각각 3000만달러(약 340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투자 대상은 담보대출을 비롯해 메자닌(중순위) 대출 등이 포함된다. 중소·중견기업과 그 이상의 기업에도 투자가 가능하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총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 규모의 PDF 위탁운용사 선정을 진행중이다. 현재는 골럽캐피탈과 베어링자산운용(Baring asset management),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등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상태다. 북미와 유럽지역의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에 직접 대출하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총 투자금액의 70% 이상은 선순위 대출로 구성된다.

      지난달 노란우산공제회ㆍ군인공제회ㆍ과학기술인공제회 등 국내 주요 공제회들은 미국 안타레스캐피탈(Antares capital advisers)가 결성을 추진하는 크레딧 펀드에도 출자를 결정했다. 해당 기관투자가들은 총 1억6000만달러(약 2100억원)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이 펀드엔 연기금, 공제회를 제외한 국내 출자자(LP)들이 추가로 참여할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사모신용편드(PCFㆍPrivate Credit Fund)와 사모대출펀드(PDF) 분야에 대한 투자는 최근의 일은 아니다.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교직원공제회와 행정공제회 등은 이미 PDF 운용사 수십 곳을 선정해 운용하고 있고, 교직원공제회의 경우 해외사모투자 자산의 상당 부분을 사모대출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9년 사모대출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며 출자에 나섰다.

      사실 사모대출의 경우 기업에 직접 지분을 투자하는 사모펀드(PEF) 분야와 다르게 선순위 또는 중순위 대출로 수익을 거두는 구조를 갖고 있다. 크레딧펀드의 경우 기업이 발행하는 메자닌 상품에 투자하면서 지분투자로 인한 초고수익보단 투자금을 일정부분 보장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들어 기관투자가들이 PDF,PCF 분야에 활발히 출자하려는 움직임은 최근처럼 주식과 채권, 부동산, 인프라 그리고 기업의 직접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선 기준 금리 이상의 7~8% 안정적인 수익를 거둘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PDF의 대부분은 변동 금리를 적용해 투자를 집행하기 때문에 금리의 상승에 따른 일정부분 수혜를 볼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다만 투자 자산군에 대한 세밀한 검토는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채권 발행이 충분히 가능한 우량 기업들의 경우엔 PDF 자금을 빌리는 경우가 많지 않다.

      국내 한 기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PDF의 경우 아무래도 대출이기 때문에 다른 대체투자에 비해 리스크가 적다고 볼 수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고 직접 대출을 받는 기업들의 경우 채권발행이 어려운 신용도가 다소 낮은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면밀히 검토하고 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며 "현재 대체 투자자산들의 경우 경기에 후행하는 성격을 띄고 있어 시장가 반영이 안돼 장부가로 평가하고 있으나 사실 이를 모두 신뢰할 순 없기 때문에 버블이 꺼진 시장 가격이 형성되면 그 때 다시 투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기관투자가들의 해당 분야 투자는 해외 운용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로 해외 PEF 운용사들은 PDF를 활용한 전략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기도 하다. 한국에선 지난해 자본시장법의 개정으로 인해 국내 PEF 운용사들의 투자 범위가 크게 확대했고, 대형사를 중심으로 크레딧펀드, 스페셜시추에이션 등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설립하며 투자처를 다양화 하고 있다. 

      다만 다이렉트랜딩(직접대출)의 분야는 일반 사모펀드와 운용과 달리 리스크관리, 심사, 사후관리 등 이를 담당할 인력과 시스템에 갖춰져야하기 때문에 국내 몇몇 운용사들을 제외하곤, 중소형 운용사들이 주요한 사업 전략으로 삼기엔 상당한 노력과 시일이 걸릴 것이란 평가다.

      국내 한 PEF 운용사 대표이사는 "대체부문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기관투자가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려는 기조는 명확해 보인다”며 “다만 국내 운용사들의 경우 등 PDF 운용을 위한 인력과 시스템 등이 갖춰져 있지 않을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내 운용사들이 주요 전략으로 삼기엔 시일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