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색채'를 드러낼 때 보이는 모습?
입력 2022.07.15 07:00
    Invest Column
    공정위원장 새 후보ㆍ당국 기조 모두 관심사
    문재인 정부 시절 일부 사례는 업계서도 '이해 안간다' 평가
    • 공정거래위원장 자리가 윤석열 정부 인선에서 아직 주인을 못찾았다. 송옥렬 교수의 성희롱 논란 사퇴 이후 누가 후보가 될지, 또 새 정부의 공정당국 기조가 어떻게 변할지 모두 관심사다. 

      다만 어느 정부, 어느 기조가 됐든 색채를 드러내더라도 그나마 '상식'선에서 이뤄졌으면 하는 기대감은 있다. 

      지난 2019년 9월. 문재인 정부 초대 김상조 위원장 후임으로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새로 취임했다. 그리고 3개월 뒤, 공정위는 "CJ그룹이 삼각합병 과정에서 두 차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으니 시정명령을 내린다"고 언론에 밝혔다. 

      내용이 복잡해보여도 공정위가 문제삼은 부분은 단순했다. 또 관련 내용을 아는 이들 사이에선 공정위 발표에 "이해하기 어렵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현행 상법(제342조의2) 및 공정거래법은 '자(子)회사의 모(母)회사 지분 인수'를 금지하고 있다. 그 대상이 지주회사든, 일반 기업이든 상관없다. 상호출자를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이 법령으로 인해 기업들의 인수합병(M&A)가 제한되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인 게 미국 등지에서 자주 쓰이는 삼각합병ㆍ역삼각합병 등인데, 최근 SD바이오센서의 2조원대 美 메리디안 인수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를 위해선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줄 대가로 '모회사' 주식을 줘야 하는 구조다. 이게 국내법에서는 막혀 있다. 

      그래서 10년 전인 2012년 4월 이를 허용하고자 상법이 개정됐다. 삼각합병 등으로 일시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는 모회사 주식인수에 대한 예외조항을 마련했다. 

      이때 입법 주체도 정부였다. 기획재정부가 나서서 "M&A시장 침체가 기업이 자율적인 사업구조 재편으로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것을 제약하고 기업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이유로 마련한 'M&A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상법 제523조 및 523조의2 등이 신설됐다. 

      이렇게 정부가 길을 열어뒀으니 역삼각합병, 삼각분할, 삼각주식교환제도 등 다양한 방식을 필요하면 널리널리 활용하라는 의미로 이해됐다. 

      정부 방침에 따라 이후 대기업들은 M&A과정에서 관련 제도를 검토해 왔다. CJ도 2017년~2018년 이 조항에 따라 대한통운-영우냉동식품 등 몇몇 자회사-손자회사 지배구도 정리를 진행했다. 이후 위법 논란도 없었다. 애시당초 상법에서 허용한 범위를 기반으로 구조를 짜고 진행된 터여서다. 

      그런데...거래가 끝난지 1년이나 지나고, 문재인 정부 2대 공정위원장이 취임한지 얼마지나지 않아 CJ그룹을 콕 찍어 "2차례나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라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 내용인즉슨 상법에서 허용한대로 CJ그룹내 지주회사 아래 손자회사인 '영우냉동식품'이 자신의 모회사 'CJ제일제당' 주식을 잠시 보유하고 넘겼는데 이게 공정거래법 위반이란 얘기였다. 

      더 쉽게 말하면? "상법을 지켰는지와 무관하게 공정위 입장에서는 1년 전에 공정거래법을 위반한거니 CJ그룹이 잘못했다"는 의미다. 법을 위반했다고 보는 기간은 딱 15일간 (2018.2.15~3.1)이었다. 말 그대로 합병을 위해 단행된 상황으로 볼만했다. 

      이런 전후사정은 다 빠진채 공정위의 발표 내용은 거의 모든 언론에서 대서특필 됐다. 사실상 CJ그룹은 '죄인' 취급을 당하게 됐다. 

      정말 공정위 지적대로 법 위반이 명확하다면 CJ에 직접적인 제재가 가해졌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공정위는 관련 거래를 무효화시키지도 않고, 검찰 고발도 하지 않았으며, 그 흔한 과징금ㆍ과태료를 물리지도 않았다. 그리고는 "그냥 경고조치다"라고 공정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사실 적법절차로 진행된 거래를 다른 법을 근거로 1년 뒤 제재하기 시작하면 법리상 공정위가 질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공정위 관계자들이 내놓은 해명도 당황스러웠다.  

      "법대로 했는데 뭐가 문제란거냐"라는 반박이 나오면 "굳이 왜 삼각합병을 쓰느냐. CJ(주)가 직접 인수하면 됐지 않느냐"라는 식이었다. 그렇게 되면 CJ(주)의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고, 주주들의 반대매수 청구 논란도 극복해야 한다. 이걸 피하려고 삼각합병을 쓰는 것이고, 그거 피하라고 만든 제도가 삼각합병인데...아예 '죄인'을 찍어놓고 의도를 캐묻는 식으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그리고서는 "이번 시정조치는 다른법(상법)에서 인정했더라도 공정거래법상 예외규정에 열거되지 않으면 문제 있다고 경고를 내렸다는데 의의가 있다" 라는 식으로 자화자찬했다. 

      정말 공정위가 이 조항이 문제라고 생각했다면. 우선 2012년 법 개정 당시 기획재정부를 통해 제약을 걸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러니 "상법 개정 당시 공정거래법 지주회사 요건과 충돌이 있음을 파악하고 그때 같이 공정거래법을 손을 보거나 아니면 애시당초 반대했어야 하는데 손도 안대고 있다가 뒤늦게 CJ 사례에 이를 들고 나온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혹시 2012년 상법 개정 당시가 이명박 정부여서 손을 못댔다고 치자. 그러나 해당 법을 근거로 CJ그룹이 삼각합병을 진행할 때는 문재인 정부 산하, 그것도 서슬퍼런 초대 김상조 공정위원장 시절이다. 이때 문제 삼았으면 되는데 그땐 또 잠잠했다. 

      행여라도... 공정위가 상법 조항의 문제점을 뒤늦게 인지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정부가 개정한 법을 지키며 거래를 단행한 기업을 탓할게 아니라 "공정위가 보기에 해당 상법 조항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어야 한다. 그리고 향후 부처간 조율과 법령개정 필요성을 언론을 통해 설파해야 했다. 

      그런데 공정위는 이런 때는 모두 가만히 있다가 새 공정위원장 취임 후 CJ라는 기업 1곳을 찍어 "비록 상법을 지켰다고 해도 공정거래법은 위반이다"라고 발표했다. "상법 개정을 요청하겠다" 등의 본질적인 접근은 보이지 않았다. 

      이쯤 되면 대기업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얼마나 CJ가 미웠길래",  "너 한번 당해보라는 수준", "한 번 찍히면 두고두고 조진다". 

      공정위원장 자리와 규제당국 기조는 어느 정부, 어느 정권이든 기업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이고, 논란이 끊이질 않는 분야다. 그럼에도 불구, '대기업 군기잡기'에 나서더라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라는 수준은 벗어났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