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티브 닮은꼴' 美 메리디언 M&A…금융시장 불안 속 FI·차입금 조달 고민
입력 2022.07.19 07:00
    SJL, 모멘티브 후 4년 만 조단위 거래…역삼각합병 구조 동일
    5천억대 프로젝트 펀드에 6천억대 외부 차입금도 조달해야
    국내 LP들 출자 여력 줄고 금융 불안에 차입 조달도 안갯속
    거래는 성사될 듯…SD바이오센서가 필요 시 합병자금 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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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SJL파트너스(이하 SJL)가 체외 진단시약 기업 SD바이오센서(이하 SDB)와 함께 미국 나스닥 상장사 메리디언바이오사이언스(Meridian Bioscience)를 인수한다. 2018년 KCC와 손잡고 3조원대 모멘티브 인수에 성공한 지 4년 만이다. 두 거래 모두 역삼각합병 구조에, 기업이 핵심 부담을 지고 SJL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이번 거래를 위해 5000억원 이상의 프로젝트펀드를 결성하고 6000억원 이상의 차입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SDB는 메리디언을 인수하기 위한 역삼각합병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거래 검토는 1년 6개월 전부터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는데, 국내 기업과 FI가 손잡고 미국 상장사를 인수하는 것은 처음이다. SDB-SJL 컨소시엄은 미국 부티크 투자자문사 파이퍼 샌들러(Piper Sandler & Co.)와 미국 로펌 폴 헤이스팅스(Paul Hastings)의 자문을 받았다. 국내에선 법무법인 세종이 독점규제와 관련된 자문을 제공했다. 계약 당사자들은 연내 거래를 종결할 예정이다.

      SDB는 메리디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역삼각합병 구조를 짰다. SDB와 SJL이 출자금(Equity)을 댄 모회사 SPC를 설립하고, 그 SPC 아래 합병을 위한 자회사 SPC를 만든다. 메리디언이 이 자회사 SPC를 합병하면 모회사는 합병 메리디언 지분 100%를 갖고, 메리디언 기존 주주들은 현금으로 합병 대가를 받고 빠지게 된다.

      삼각합병의 경우 인수회사가 자회사를 만들고 그 자회사가 피인수 기업을 흡수합병하는데, 그 경우 기존 기업의 정체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역삼각합병은 피인수 기업의 존재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지식재산권·브랜드 가치·고객사 거래 등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메리디언이 소멸할 경우 각종 인·허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 탓에 미국 내 M&A에선 역삼각합병 거래가 자주 쓰인다. 2018년 KCC-SJL 컨소시엄이 모멘티브 경영권을 인수할 때도 역삼각합병 구조를 짰다.

    • 이번 거래의 전체 규모, 즉 메리디언 주주에 지급할 합병 대가는 약 15억3200만달러(약 2조원)다. SDB와 SJL이 각각 60%, 40%의 지분 출자금을 내고, 5억달러 규모 인수금융도 조달한다.

      SJL은 이제부터 5000억원 이상의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야 한다. 인수자 측에선 동종기업 거래 배수 대비 싸게 메리디언을 인수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비교 기업군의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 배수(EV/EBITDA)는 22.8배지만 이번 거래는 14.4배에 성사됐다는 것인데 프로젝트펀드를 결성하기에 썩 우호적인 환경은 아니다.

      SJL은 모멘티브 거래에서 앵커출자자(LP)로 나섰던 국민연금을 비롯해 지금까지 관계가 있던 다른 LP들에도 초기 검토 자료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멘티브 거래 당시 미국 소송 우발부채가 현실화하면서 SJL이 국민연금 눈밖에 날 뻔했던 사례가 있었다. 다른 LP들도 고금리로 인한 유동성 긴축, 회원·고객들의 자금 수요로 인해 출자 사업을 거의 접다시피 한 상황이다. 일부 LP는 벌써 출자가 쉬지 않다는 분위기다. 최종적으로 달러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SJL 측은 아직 LP 구성을 논하긴 이르다는 분위기다. 다만 SDB가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많은 이익을 냈고 M&A 후 전략적 시너지가 큰 만큼 LP들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멘티브 M&A 당시엔 신한금융이 16억달러 규모 인수금융 투자확약서(LOC)를 제공했다가 발을 뺀 적이 있다. 이후 KB국민은행과 외국계 금융사들이 절반씩 자금을 주선하기로 하면서 거래가 종결된 바 있다.

      메리디언 M&A에서도 5억달러 규모 인수금융을 국내와 해외 중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에서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세계적으로 금리 상승세가 가파른 만큼 조달 부담은 적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최근 달러화 차입금의 경우 해외 금리가 더 싼 분위기인데, 컨소시엄은 일부 해외 금융사와도 이미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결과적으로 메리디언 M&A가 자금 조달 문제로 좌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번 거래에선 SDB가 합병 계약에 대한 보증을 제공했다. 즉 외부 자금이 잘 모이지 않을 경우 자체 자금을 써서라도 거래를 완결한다는 것이다. SDB는 작년 연결기준 1조364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올 1분기말 현금성 자산도 1조8000억원에 육박해 자금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앞서 모멘티브 거래에서도 KCC가 차후 프로젝트펀드의 LP로 참여한 바 있다.

      한 거래 관계자는 "SBD가 합병 계약에 대해 보증을 하고 모자란 자금을 대는 걸로 돼 있기 때문에 메리디언 주주 쪽에서는 SJL의 프로젝트펀드 결성 여부에는 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