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지부지 ETF 성장세, 전열 가다듬는 운용사들
입력 2022.07.19 07:00
    주식 하락장에 ETF 신규 상장 종목·거래대금 둔화
    ‘조직 개편·M&A·수수료 조정’ 등 운용사별 전략 구상
    미래·삼성은 점유율 1위 싸움, 중위권 운용사도 순위 경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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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급격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하락장이 이어지자 성장가도를 달리던 상장지수펀드(ETF)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상품의 가짓수는 늘어났지만 규모는 다소 줄어들었다. 

      성장세가 주춤한 틈을 타 자산운용사들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하나의 상품으로 점유율 순위가 달라지는 만큼, 특색있는 테마형을 선점하고자 하는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3일 기준 ETF 순자산총액은 73조3536억원으로 연초보다 4478억원 줄어들었다. 지난해 11월 ETF 시장 순자산총액이 70조원을 돌파했는데, 80조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지난해 연말 수준인 73조원선을 머무르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ETF 순자산총액이 20조원이나 늘며 크게 성장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국내외 주식시장의 악화되면서 상품가치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ETF 시장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자, 운용사 간 시장점유율 경쟁도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20년동안 1위자리를 지켜온 삼성자산운용의 자리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어서다. 13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시장점유율은 42.09%로, 미래에셋자산운용(37.69%)과 5%p 차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외한 모든 운용사가 연초 이후 순자산총액이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안에 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는 평이다. 중위권 운용사들의 시장점유율도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히트 상품 하나로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형국이다. 

    • 이에 일부 운용사들은 마케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ETF 조직을 잇따라 확대개편하고 나섰다.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ETF운용본부와 ETF컨설팅본부를 산하에 두는 ETF사업부문을 출범시켰다. ETF컨설팅본부는 최창규 본부장이, 운용본부는 ETF 운용팀장에서 올라온 임태혁 본부장이 이끌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상품운용과 개발, 마케팅을 모두 담당하던 ETF전략부서에서 마케팅 기능을 따로 떼내 디지털ETF마케팅본부를 신설했다. KB자산운용은 ETF&AI본부를 ETF&AI부문으로 확대개편하고 마케팅과 운용을 분리했다. 

      대형운용사의 ETF 관계자는 “특색있는 테마형 ETF를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금세 유사한 상품이 출시될 수도 있고 보통 같은 테마형 상품을 동시상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출시할 때 마케팅이 상당히 중요해지고 있다”며 “시장 특성상 선점효과가 크기 때문에 출시할 때 상품권 지급 등 다양한 이벤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 개편 뿐만 아니라 운용 인력도 1990년대생으로 구성되는 모습이다. 삼성자산운용이 최근 출시한 KODEX TDF ETF 시리즈 상품은 1992년생 마승현 매니저가 운용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 글로벌브랜드TOP10블룸버그 ETF은 1993년생 김중훈 매니저가, 원자력테마딥서치 ETF는 1993년생 성낙현 매니저가 운용한다. 

      NH아문디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도 1990년대생 매니저가 책임 및 부책임운용역으로 등판했다.

      액티브 펀드의 경우 펀드 운용 경력이 중요한 반면,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운용경력보다는 추적오차를 줄이고 지수를 잘 추종하는 꼼꼼함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TF 시장에 뛰어드는 운용사가 늘어나면서 관련 인력을 구하기 힘든 점도 한몫하고 있다. 

      1, 2위를 다투는 상위권 운용사들은 해외 운용사 M&A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호주 ETF 운용사 시큐리티를 1500억원에 인수했다. 시큐리티의 운용규모는 4조300억원으로, 호주 7위 운용사다. 

      앞서 삼성자산운용도 미국 ETF 운용사 앰플리파이 지분 20%를 사들인데 이어 다음달 1일자로 글로벌 ETF 임원에 홍콩 릭소자산운용에서 ETF를 담당하던 김영준 헤드를 영입했다. KB자산운용도 해외 ETF 운용사 M&A를 공식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업계 2위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ETF 수수료를 이례적으로 인상해 눈길을 끌었다. KB자산운용을 시작으로 지난해부터 운용사별로 ETF 수수료 인하 경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일부 ETF 상품의 집합투자업자 보수를 높이고 지정참가회사 보수를 줄였다. 수수료가 오른 펀드는 ‘TIGER2차전지테마’, ‘TIGER200에너지화학레버리지’, ‘TIGER여행레저’ 등으로 지정참가회사 보수를 0.03~0.08% 에서 0.01%로 낮췄다. 낮춘 비율만큼 집합투자보수율은 높여 전체 수수료율은 같았다. 운용사가 가져가는 보수는 높여 수익성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담당 임원은 “ETF 시장이 커지면서 지정참가회사의 수수료가 크게 낮아졌는데 이번에 수수료를 개편한 상품은 낮아지기 전에 출시한 상품으로, 최근 보수 책정 수준에 맞춰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수수료율 조정 움직임이 전체 운용업계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도 수수료율 조정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며, 중하위권 운용사들은 수익성을 챙기기보다는 시장점유율 확대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