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PEF에 추가 출자 늘리는 기관들
입력 2022.07.19 07:00
    성과낸 운용사에 출자 늘리는 기관들
    국민연금 리업 출자 검토중
    교직원공제회는 3곳에 7000억 추가 출자
    해외기관투자가 수시출자 보편화
    국민연금·교공 등 대형기관 움직임에
    연기금, 공제회, 민간LP 동참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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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은 커졌고 대체투자 시장의 버블도 꺼져갈 조짐이 보인다. 전세계 주요 국가들의 기관투자가들은 대체 투자시장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특히 올해 정권교체기와 맞물리며 기관투자가(LP)들의 출자사업이 크게 줄어들었다. 연기금, 공제회들의 굵직한 출자사업을 찾아보기 힘든 시점에서 기관투자가들은 안정적인 투자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우수한 성과를 낸 기업들에 추가로 출자하는 일명 '리업'(Re-up) 방식의 출자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가장 큰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은 현재 추가 출자약정을 위한 검토에 돌입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정시출자 규모를 예년에 비해 축소한 대신 그동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우수운용사를 대상으로 출자를 늘릴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교직원공제회는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스틱인베스트먼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등 3곳에 약 7000억원을 리업 형태로 출자를 확정했다. 교직원공제회는 정시출자와 수시출자를 병행해 사업을 진행한다. 이번 리업은 지난 2020년 이후 2년만이다.

      대형 기관투자가들의 리업을 활용한 출자는 정시와 수시출자 그리고 투자금 회수의 사이클을 수차례 경험하면서 각 운용사들에 대한 풀(Pool)과 레코드가 누적된 결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의 경우 과거엔 운용사가 청산한 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이 약 12%를 넘어야 우수운용사 선정 기준에 부합할 수 있었다. 여기엔 국내 사모펀드(PEF) 시장이 활성화하던 단계부터 사업을 시작한 초기 PEF 운용사들이 일부 포함돼 있다.

      최근엔 펀드의 청산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국민연금 우수운용사에 포함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엔 청산펀드가 일정 수준 이상의 내부수익률을 기록해야했다면 이젠 국민연금이 출자한 펀드의 기대수익률이 12%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면 우수운용사 선정이 가능하다. 즉 펀드의 포트폴리오 가운데 1~2곳의 수익률이 저조하더라도 나머지 투자기업들의 성과로 만회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공무원연금과 군인공제회 등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들도 리업 형태의 출자를 실시하고는 있지만, 현재까진 신규출자와 동일한 절차를 거쳐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 등 국내에서 가장 큰 대형기관들의 움직임에 따라 해당 절차를 간소화할 여지도 남아있단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정시출자를 크게 줄이진 않겠지만, 앞으로 주요 우수운용사들을 대상으로 한 수시출자, 리업 형태의 사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연금의 이 같은 움직임은 연기금, 공제회 그리고 대형 민간 출자기관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단 국민연금의 우수운용사 그리고 개별 기관투자가들 일정 수준 이상의 기준을 충족한 운용사들의 입장에선 이 같은 움직임을 반길만 하다. 출자사업마다 컨테스트를 거쳐야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펀드레이징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다만 리업과 수시출자 위주로 출자 사업 재편이 빠르게 확산하면 신생 또는 중소·중견 운용사들의 진입장벽이 더 높아질 수 있단 우려도 존재한다. 현재 사모펀드 시장에선 대형사들의 펀드레이징은 비교적 수월한 반면, 트랙레코드가 적거나 아직 청산한 펀드를 보유하지 못한 운용사들의 자금모집은 상당히 어렵다. 특히 기관투자가들이 대체투자 시장에 기존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중소 운용사들의 펀드 결성과 투자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몇몇 대형 운용사에만 국한한 시장이 아닌 다양성을 갖춘 사모펀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기관투자가들이 리업 또는 수시출자 사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다양한 리그를 마련해 체급에 맞는 운용사들간의 유의미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