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가는 곳간에 프리IPO 서두르는 카카오엔터…글로벌 PE 접촉
입력 2022.07.19 07:00
    JP모건·법무법인 세종 자문…프리IPO 일정 서둘러
    계속된 M&A에 현금고 바닥…자금수혈 조급한 상황
    20조에서 12조로 몸값 낮췄지만 흥행엔 비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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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프리IPO(상장전 투자유치)를 서두르고 있다. 계속된 인수합병(M&A)으로 곳간이 비어가는데 계획했던 상장 일정이 차질을 빚자 자금 수혈에 조급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복수의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협의를 진행중인데, 당초 제안했던 수준보다 수 조원 낮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JP모건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프리IPO 작업에 들어갔다. 법률 자문사는 법무법인 세종으로, 지난 주 자체 법률실사에 착수했다. 회사 측 요청에 따라 투자자들에 제출할 실사보고서를 이달 내로 제출할 예정이다. 

      카카오엔터는 이에 앞서 복수의 잠재 투자자에 사전 접촉해 거래 조건 협의에 나선 상황이다. 조달 목표는 5000억원 이상으로, 협의에 따라 최대 1조원까지도 목표 중이다. 조달규모가 크다 보니 자금력이 있는 글로벌 PEF 운용사들이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목표했으나 증시 한파로 여의치 않아지면서 투자유치로 시선을 돌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보유한 현금도 점차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자금수혈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도 엿보인단 평가다. 

      카카오엔터는 지난 2년간 다수의 M&A를 체결하면서 곳간이 빠르게 말라가는 상황이다. 2020년까지는 무차입 경영을 유지해왔으나 17곳의 사업체를 인수하면서 작년말 기준 총차입금 규모는 약 1조원에 이르렀다. 

    • 이렇다보니 몸값을 당초 기대했던 수준보다 낮춰 제시하게 됐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말에도 한 차례 프리IPO를 시도했던 걸로 전해진다. 당시 18조~20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희망했으나 적정가를 두고 이견이 빚어지며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엔 약 12조원 수준으로 조정해 다시 협의에 나섰다. 

      달라진 시장 상황도 고려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계 PEF 관계자는 "1~2년 전이었다면 시장 유동성도 넘치고 카카오를 믿고 가는 딜이니 소위 눈먼 돈들이 몰릴 환경이 됐을 텐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요즘 같은 때 이런 유형의 자산엔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며 "몸값 조정이 불가피했을 것"이라 전했다. 

      기업가치 조정에도 투자업계 분위기는 그리 긍정적이진 않다. 과연 12조원도 무난한 숫자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가치산정이 불분명한 웹툰 사업을 감안해 '진짜' 적정가를 6조원 안팎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유력 협상자로 거론됐던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도 이 같은 사정에 프리IPO 참여 의사를 접은 것으로 전해진다. 

      프리IPO를 검토한 한 관계자는 "카카오엔터의 사업 중 뮤직(멜론)과 미디어(엔터)는 비교적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반의 멀티플 산정이 용이하지만 문제는 주력사업인 스토리(웹툰)다. 웹툰 사업은 매출과 EBITDA, MAU(월간활성이용자수) 등 지표가 불분명한 면이 있다. 주가수익비율(PER) 지표로도 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을 비교기업군으로 두기엔 우호적인 환경이 못 된다"라고 전했다.  

      카카오가 유독 재무적투자자(FI) 안전장치에 비교적 요원한 점도 흥행 부진 전망을 더하고 있다. 통상 PEF들은 정해진 시기 정해진 규모로 IPO 등을 하지 못할 경우 최저수익보장을 요구하는 편이다. 카카오는 그간 주력 계열사들의 FI 주주를 유치할 때 '다운사이드 프로텍션(하방 안전장치)' 요청을 잘 받아주지 않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