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ETF 시장으로 번지는 TDF 각축전
입력 2022.07.20 07:00
    Weekly Invest
    디폴트옵션 도입에 300조원 퇴직연금 시장에 훈풍 기대
    삼성·한화·키움운용 TDF ETF 출시…미래·KB도 출시 계획
    직접 투자 ETF, 계열사 간 밀어주기 논란 피할 수 있어
    ETF 투자성향과 맞지 않은 TDF…흥행 전망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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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근로자가 퇴직연금 운용방법을 사전에 지정하도록 하는 디폴트옵션 제도가 이번 달 시행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시장의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산배분 타겟데이트펀드(TDF), OCIO 펀드, 타겟인텀펀드(TIF) 등을 를 출시하던 운용사들은 TDF 상장지수펀드(ETF)까지 출시하며 상품 선택지를 늘리고 있다. 

      다만 운용사들이 야심과는 달리 TDF 및 ETF의 성과가 부진하면서 운용사 간 경쟁만 격화되고 관련 시장이 크게 성장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도입됐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형(DC형)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가 적립금을 운용할 방법을 지시하지 않으면 사전에 정해둔 방법으로 적립금을 자동 운용하는 제도다. 그동안 퇴직연금 사업자가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방치하며 물가상승률도 못 따라가는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수익률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도 도입으로 3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에 많은 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운용업계도 TDF 펀드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운용보수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KB자산운용은 지난 6일 디폴트옵션 시행에 앞서 ‘KB온국민TDF’ 운용보수를 10%씩 인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에 운용보수를 낮춘 뒤 6개월 만에 또 낮춘 것이다. 인하 후 총보수는 연 0.36~0.61%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투자위험등급(5등급)이 낮은 ‘KB다이나믹TDF 채권혼합형’과 적극적 자산배분형인 ‘KB타겟리턴 적극투자형 OCIO펀드’ 출시를 준비하며 관련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국내외 ETF에 분산투자하는 ‘MySuper 알아서 펀드'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DF와 비슷하지만 목표 시점이 아닌 수익을 위해 자산을 배분해 투자하는 타겟리턴펀드(TRF)를 출시할 계획이다. 

      퇴직연금 자금을 잡고자 하는 움직임은 ETF 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삼성·키움·한화자산운용은 지난달 30일 TDF ETF 10종을 동시에 상장했다. TDF ETF는 기존 TDF 펀드와 달리 운용보수가 0.1~0.3% 수준으로 낮고 투자자가 직접 주식시장에서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어 환금성이 좋다는 차별점이 있다. 기존 TDF 펀드는 환매에 10영업일이 걸리고 총보수도 1% 가까이 된다.

      TDF ETF 상품을 출시하는 운용사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오는 9월에 TDF ETF 상품을 출시할 계획인데, KB자산운용도 관련 상품 출시 여부와 시점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15일 키움투자자산운용의 히어로즈TDF2030액티브ETF의 거래량은 1주, 거래대금은 9980원에 불과했다. TDF ETF 중 거래량이 가장 많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TDF2040액티 ETF의 최고 거래량은 7만8816주, 거래대금은 7억9000만원이다. 6월 일 ETF 일평균거래대금이 3조원을 육박하는 것을 감안하면, 흥행 참패라는 평이다. 

      대형 자산운용사 ETF 담당 임원은 “디폴트옵션용 퇴직연금 상품은 가입자가 굳이 운용 지시를 안 하더라도 자동으로 운용하게 하는 수동적인 성향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건데, ETF는 직접 투자자가 사야 하는 등 적극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이 즐겨 찾는 품목이라 TDF ETF에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TDF ETF가 기존의 ‘계열사 밀어주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디폴트옵션으로 펀드를 판매하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이 커지면서, 은행이 지주 계열사 펀드를 가판대에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돼서다. 

      이전부터 일부 운용사들이 계열사인 증권사, 은행, 보험을 통한 TDF 판매 의존도가 높다는 비판은 이어져 왔다. ETF는 투자자들이 직접 상품을 고르고 매수를 해야 하기 때문에 TDF ETF는 이 같은 우려는 일부 해소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